[뉴스토마토 강석영 기자]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주식을 매입한 혐의로 기소된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와 배우자 윤관 블루런벤처스(BRV) 대표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구 대표는 고 구본무 LG그룹 선대회장의 맏딸입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13부(재판장 김상연 부장판사)는 10일 오후 자본시장법 위반(미공개 중요정보 이용)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구 대표와 윤 대표에게 각각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구 대표는 윤 대표가 최고투자책임자(CIO)로 일하던 BRV가 2023년 4월 바이오 업체 메지온에 유상증자 방식으로 500억원을 투자한다는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메지온 주식 3만5990주(6억5000만원 규모)를 매수한 혐의를 받습니다. 구 대표가 얻은 부당이득액은 약 1억500만원으로 추산됐습니다.
이에 검찰은 윤 대표에게 징역 2년과 벌금 5000만원, 구 대표에겐 징역 1년과 벌금 2000만원, 추징금 1억500여만원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습니다.
그러나 이날 재판부 판단은 달랐습니다. 윤 대표가 구 대표에게 미공개 중요정보를 전달했다는 직접 증거가 없는 상태에서 검찰이 제시한 간접 증거만으로는 범죄 증명이 이뤄졌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한 겁니다.
검찰이 주목한 간접 증거 중 핵심은 구 대표의 메지온 주식 매매 방식이었습니다. 2023년 4월11일 BRV와 메지온 사이 투자금액이 합의됐고, 다음날인 12일 구 대표가 메지온 주식을 매수했습니다. 검찰은 구 대표가 미공개 정보를 알고 거래가보다 비싸게 매수 상한가를 정한 뒤 계좌 잔액을 전부 동원해 메지온 주식을 사달라고 증권사 직원에게 부탁하는 등 이례적 방법으로 주식을 매수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런데 재판부는 이런 방식이 다른 주식 매매 양태와 비교해 특이한 걸로 보이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재판부는 구 대표가 다른 주식을 매수할 때도 직원과 통화하며 상한선을 정하고 계좌 전액을 사용한 전력이 있다고 짚었습니다. 아울러 구 대표가 증권계좌에서 LG그룹 배당금 36억 중 31억원을 타 계좌로 이체한 나머지를 메지온 주식 매매에 이용했다는 점은, '계좌 전액을 털어 주식을 샀다'는 검찰의 전제 사실과 다르다고 지적했습니다.
검찰은 구 대표와 윤 대표의 투자 종목들이 일치한 점을 문제 삼았으나 재판부는 윤 대표가 200~500% 수익을 본 종목에 대해 구 대표가 매수하지 않은 점 등을 들어 부부가 따로 재산관리를 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검찰 공소사실과 반대되는 간접 증거가 더 많다고 판단했습니다. 재판부는 "구연경이 합법적으로 메지온에 투자해 더 큰 수익을 얻을 방법이 있었다"며 "윤관이 관여한 BRV 투자금 중 150억원은 다른 투자자들 자금이었는데, 윤관은 이를 구연경에게 알리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재판부는 아울러 "구연경은 메지온 주식을 6억5000만원가량 샀는데, 다른 주식은 수십억 규모로 샀다. 매수 규모를 봤을 때 다른 주식보다 미공개 정보를 이용했다는 주식의 투자 규모가 작다"면서 "미공개 정보 이용의 경우 일반적으로 정보 공시 전 저가 매수했다가 공시 후 고가로 단기 매도하는데, 구연경은 메지온 주식을 계속 보유하다 1년이 지나서 LG복지재단에 전량 출현(기부)했다"고 지적했습니다.
강석영 기자 ksy@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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