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협치 노력에도…걸림돌은 '강경파'
이 대통령 "국정 원칙, 국민 삶 바꾸는 것"…장동혁, 극우 '영향권'
2026-02-12 17:29:31 2026-02-12 18:26:52
[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 설 연휴 앞 이재명 대통령의 '협치' 노력을 정치권 내 강경파가 걷어찼습니다. 급박한 대외 통상 환경 속 민생을 위한 협치의 움직임이 여야의 강경파에 막힌 셈인데요. 여당 내 강경파가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재판소원법)' 강행 처리로 명분을 제공했고, 야당 내 강경파가 거친 언어로 사실상 협치의 자리를 무산시켰습니다. 다만 정치권 안팎에선 장 대표가 협치 판을 깬 만큼, 책임론은 여당보다는 제1야당으로 향하는 모양새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9월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여야 지도부 오찬 회동에서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와 기념 촬영을 마치고 자리로 향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협치 기회 놓쳐 깊은 아쉬움"…이 대통령, 회동 무산 뒤 '민생 챙기기'
 
홍익표 청와대 정무수석은 12일 춘추관 브리핑에서 이 대통령과 여야 양당 대표의 오찬 회동 취소 소식을 알리며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러한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것에 깊은 아쉬움을 전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그럼에도 청와대는 국민의 삶을 개선하기 위해 대화의 끈을 놓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말씀드린다"면서 "이재명정부는 상호 존중과 책임 있는 대화를 통해 협치의 길을 이어가도록 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오찬 회동 무산에 대한 별도의 언급 없이 "국정의 제1원칙은 국민의 삶을 바꾸는 것"이라며 물가 관리를 주문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물가 관리 담당자들은 책상에서 통계로 보고 받는 것도 중요한데 이를 넘어서서 직접 현장에서 확인해주면 좋겠다"며 "유통 단계별 구조적 문제점을 점검하고, 개선하는 선제적 조치까지 물가 관리를 위해 최선을 다해주길 바란다"고 했습니다.
 
청와대 측은 이번 오찬 회동이 이 대통령의 거듭된 '협치' 요청이라고 강조합니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월 이미 여야 양당 대표를 초청해 회동을 가졌고, 지난달 16일에도 여야 지도부를 초청해 오찬을 겸한 간담회를 열었습니다. 당시 국민의힘을 제외한 모든 정당 지도부가 참석했습니다. '협치'에 대한 대통령의 의지는 명확하다는 게 청와대 측의 설명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여, 빌미 제공했지만…문제는 '윤 어게인'에 둘러싸인 국힘
 
하지만 청와대의 의지와 무관하게, 이 대통령에 의해 여야 양당 지도부가 손을 맞잡는 모습은 볼 수 없게 됐습니다. 지난 9월 만남 당시 이 대통령은 서로에게 각을 세우는 양당 대표가 손을 맞잡게 했습니다. 
 
그런데 이번 회동이 성사된 지 하루 만에 급작스럽게 취소된 배경에는 각 당의 강경파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우선 민주당 강경파가 회동 취소의 빌미를 제공했습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민주당 측 위원들은 지난 11일 대법관을 현행보다 12명 늘리고, 확정 판결에 대해서도 헌법소원을 제기할 수 있는 법안을 일방 의결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문금주 원내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원내지도부에선 여러 가지를 생각을 해서 (사법개혁안을) '설 이후에 처리해도 되지 않겠느냐' 이런 이야기를 했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당내 강경파가 설 연휴 직전에 불필요하게 속도를 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그럼에도 이번 오찬 회동 결렬의 전적인 책임은 야당 내 강경파에 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이날 열린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 모두 발언까지만 하더라도 장 대표는 오찬 회동 참여 의사를 명확히 했습니다. 장 대표 역시 미국의 관세 문제와 행정 통합 문제, 민생 경제 문제에 대한 의제를 제시했습니다.
 
이후 이어진 회의에서는 강경파의 반대가 쏟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당무 개입의 진짜 흑막은 이재명 대통령"이라고 직격했습니다. 특히 그는 "대통령의 불법 당무 개입은 탄핵 사유에 해당될 수 있고, 형사처벌 사유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이재명 대통령과 청와대는 분명히 인식하기 바란다"며 탄핵까지 언급했습니다. 
 
신동욱 최고위원도 "(청와대와 여당이)'우리는 갈등 없다'라는 아름다운 모습을 연출하기 위해서, 오늘 청와대에서 여야 대표를 불러서 갑자기 밥을 먹자고 한다"며 막아섰습니다. 김민수·조광한·양향자 최고위원도 연달아 '탄핵' 등을 언급하며 장 대표의 오찬 회동 취소를 강조했습니다. 
 
결국 장 대표는 "한 손으로는 등 뒤에 칼을 숨기고 한 손으로 악수를 청하는 것에 대해 응할 수 없는 노릇"이라며 스스로의 결정을 오찬 회동 직전에 뒤집었습니다. 
 
장 대표의 이 같은 결정에는 '윤석열 어게인' 세력과 절연하지 못하는 딜레마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특히 '윤 어게인' 세력의 대표 주자인 전한길씨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나는 동작경찰서에 가고 장동혁 대표는 청와대에 간다"라면서 "전한길이 경찰서 앞에 가면 청와대를 가는 게 아니라 전한길을 응원하러 와야 되는 거 아닌가"라고 압박했습니다. 윤 어게인 세력과 겉으로는 단절하는 모양새를 띄면서도, 실질적 영향력 안에서는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입니다. 
 
보수 유튜버 고성국씨 역시 장 대표의 청와대 회동 배경을 인지한 듯한 발언도 내놨습니다. 고씨는 이날 오전 8시께 자신의 방송에서 장 대표가 청와대로부터 전화를 받은 시점과 수락한 배경에 대해 직접 설명했습니다. 결국 장 대표가 극우 유튜버들의 영향권 안에 있다는 걸 증명합니다. 장 대표의 지지 기반이기도 한 '윤 어게인' 세력 등 강경파로부터 벗어나지 못하는 현실이 오찬 회동의 급작스러운 취소로 나타난 셈입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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