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규하 기자] 반도체 '슈퍼사이클' 동력 등 제조업 업황에 대한 뚜렷한 개선 신호가 감지되고 있지만 구조적 우상향으로 이어질지는 올해 상반기 중 판가름 날 전망입니다. 통화정책 경로, 달러화 흐름, 통상 불확실성, 지정학 리스크 등 대외 변수가 복병처럼 도사리고 있는 만큼, 산업 생태계의 실질 성과를 우선하는 구조 전환과 변수 관리가 경제 대도약의 성패를 결정할 것으로 보입니다.
22일 산업연구원(KIET)의 산업경기 전문가 서베이 지수(PSI) 조사 결과를 보면, 3월 제조업 업황 전망 PSI는 117로 전월보다 상승하는 등 기준치(100)를 웃돌았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재고 부담 완화에 '동반 개선' 전망
22일 산업연구원(KIET)의 산업경기 전문가 서베이 지수(PSI) 조사 결과를 보면, 3월 제조업 업황 전망 PSI는 117로 전월보다 상승하는 등 기준치(100)를 웃돌았습니다. 이는 2024년 3월 이후 2년 만에 최고치를 찍은 겁니다.
수출(130), 생산(126)도 일제히 개선된 지수를 가리키고 있습니다. 특히 내수 전망은 전월 대비 17포인트 상승한 125로 체감경기 개선 기대를 반영했습니다. 수출 회복 기대와 생산·투자 심리를 자극하면서 내수 체감경기가 동반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됩니다.
재고 부담을 가늠할 수 있는 재고지수는 99로 하락하는 등 재고 부담 완화에 대한 기대감도 두드러진 모습입니다. 업종별로는 반도체가 178로 가장 높았습니다. 철강(133), 자동차(122), 화학(121) 등 주력 산업도 확장 국면을 예상하고 있습니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수출 모멘텀이 제조업 전반의 심리를 끌어올리고 있는 겁니다.
특히 반도체의 경우 지난해까지 이어진 감산 효과로 글로벌 재고가 고점 대비 상당 부분 축소된 데다, D램을 중심으로 가격 반등 흐름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단가 상승은 곧 수출액과 수익성 개선 기대를 자극하는 요인입니다.
지난 11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세미콘 코리아 2026를 찾은 한 관람객이 반도체 웨이퍼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뉴시스)
반도체 동력에 정책 모멘텀 '가세'
최근 관세청이 집계한 2월 1~10일 수출을 보면, 반도체 수출은 전년보다 137.6% 급증한 상태입니다. 이는 전체 수출의 31.5%를 차지하는 규모입니다.
업황 회복은 고용 시장의 활기로 이어지는 분위기입니다. 인크루트의 '2026 업종별 채용계획' 조사를 보면, 전자·반도체 업종의 채용 확정률은 전년보다 23.8%포인트 급등한 84.4%로 전 업종 중 가장 높습니다. 반도체 기업들이 슈퍼사이클 대응을 위해 공격적인 인력 확보에 나서고 있다는 방증입니다.
정책 모멘텀도 가세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책 드라이브로 출범시킨 '초혁신경제추진단'이 대표적입니다. 차세대 전력반도체, 미래형 모빌리티 등 초혁신경제 15대 선도 프로젝트에 기술개발·금융지원·인력양성·규제개선을 패키지로 지원하겠다는 전략입니다.
하지만 단기 반등이 구조적 성장 경로로 이어질지는 아직 미지수인 데다, 대외 변수의 파고가 여전히 높은 점은 우려스러운 대목입니다. 한 경제전문가는 "정책과 시장의 모멘텀이 형성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설계 정교화'에 집중해야 한다. 출범한 추진단의 정책이 산업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면 모멘텀은 약화될 것"이라고 언급했습니다.
지난 20일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1445.5원)보다 1.1원 오른 1446.6원에 주간 거래를 마감했다. (사진=뉴시스)
도사리는 대외 변수의 파고
대외 변수에서는 미국의 통화정책 경로가 불확실 요인으로 지목됩니다. 인플레이션 둔화 속도가 더딜 경우 고금리 기조가 예상보다 길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1월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을 보면, 금리인하 경로에 '의견 분열'을 보이고 있습니다.
일부 위원은 인플레이션이 목표치를 상회할 경우 추가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는 매파적 견해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한국은행도 기준금리 인하 시점과 폭을 두고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조기 인하는 내수·설비투자 회복에 긍정적이나 한·미 금리 차 확대에 따른 환율 변동성을 자극할 우려가 있기 때문입니다.
달러화 흐름도 주요 변수입니다. 국제금융센터의 분석을 보면, 최근 미 달러화는 미국의 관세 위협과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4년래 최저 수준과 반등을 오가는 극심한 변동성을 보이고 있습니다. 달러인덱스(DXY)는 2월 중순 기준 96.92를 기록 중이나 향후 방향성에 대한 시장의 컨센서스는 부재한 상황입니다.
강달러가 계속될 경우 수출 채산성에 일부 긍정적이나 원자재 수입가격 상승과 외화부채 부담 확대라는 이중고에 놓일 수밖에 없습니다. 또 미·이란 등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른 유가 변동성 우려도 남아있습니다. 특히 미 상호관세 조치 위법·무효에 따라 통상 불확실성은 증폭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한국 경제가 반도체 호황을 발판 삼아 새로운 도약기에 진입하느냐를 결정짓는 골든타임으로 올 상반기를 예상하고 있습니다. 반도체가 끌고 정책이 미는 구도로 구조 전환을 이루되, 대외 변수에 의한 하방 리스크가 상존하는 만큼, 변수 관리의 중요성도 꼽고 있습니다.
실물 지표의 우상향 흐름에도 통화정책과 통상·지정학적 리스크가 언제든 찬물을 끼얹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전 산업 생태계의 구조적 전환을 통한 실질 성과 도출이 절실한 해로 지목됩니다. 앞서 구윤철 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은 초혁신경제추진단 출범을 통해 "올해 경제정책의 핵심은 현장과 성과"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지난 19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네거리에 직장인이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세종=이규하 기자 judi@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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