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창욱 기자] 미국과 이란이 3차 핵 협상을 앞둔 가운데 국내 정유업계가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습니다. 양국이 우라늄 농축 문제를 두고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하는 상황에서, 미국이 협상 결렬 시 군사작전 가능성을 시사했기 때문입니다. 협상이 틀어질 경우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확대되면서 원유 조달 전반에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미국 항공모함 에이브러햄 링컨함이 아라비아해를 지나고 있다. (사진=뉴시스)
외신과 업계에 따르면 미국과 이란은 오는 26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3차 핵 협상을 재개할 예정입니다. 미국 측에서는 스티브 위트코프 중동특사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인 제러드 쿠슈너가 참여하고, 이란 측에서는 아바스 아라그치 외무부 장관이 나설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번 협상은 1·2차와 마찬가지로 오만의 중재 아래 비공식으로 진행될 전망입니다.
앞선 1·2차 핵 협상에서는 이란의 우라늄 농축 중단과 핵미사일 프로그램 폐기 등 주요 쟁점을 둘러싸고 양국이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결렬됐습니다. 3차 협상에서도 합의 도출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미국은 이란 영토 내 완전한 우라늄 농축 포기를 요구하고 있는 반면, 이란은 무기급에 근접한 60%까지 농축한 우라늄을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감독 아래 20% 이하로 희석할 의향이 있다는 입장으로, 양측은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습니다.
JD 밴스 미 부통령은 지난 25일(현지시간)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지난해 6월 미국의 이란 핵시설 공습 이후 이란이 핵 프로그램을 재건하려 한다는 증거를 포착했다며 “이란은 핵무기를 가질 수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지난 23일(현지시간) 트루스소셜을 통해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이란과 그 국민에게 매우 나쁜 날이 될 것”이라고 경고하며, 협상 결렬 시 군사행동 가능성을 시사했습니다.
이에 따라 국내 정유업계도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습니다. 3차 협상이 결렬돼 미국과 이란 간 군사적 충돌로 이어질 경우, 원유 조달 전반의 불확실성이 확대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할 경우 원유 수송 차질로 국제유가가 급등할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지난 17일(현지시각) 스위스 제네바에서 미국과 이란의 2차 핵 협상이 열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석유 물동량의 약 20~30%가 통과하는 핵심 수송로입니다. 한국의 경우 지난해 전체 원유 수입액 약 753억달러 가운데 약 522억달러가 중동산으로, 전체의 약 70%를 차지합니다. 이 중 95% 이상이 호르무즈 해협을 거쳐 운송된 것으로 집계됩니다.
일반적으로 유가가 급등하면 단기적으로는 정제마진이 개선돼 정유업계에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다만 장기화될 경우 운송과 산업 전반의 비용 부담이 확대되면서 석유제품 수요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은 부담 요인으로 꼽힙니다.
다만 일각에서는 전쟁 가능성이 다소 낮아졌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과 아라그치 장관이 3차 핵 협상을 앞두고 이와 관련해 전망이 밝다는 취지의 발언을 내놨습니다. 또 이스라엘 정보당국 관계자는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이란에 대한 군사행동에 돌입하더라도 일주일 이상 지속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라며 “군사행동이 이뤄지더라도 4~5일간의 집중 공습이나 일주일 내외의 저강도 공세에 그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지금까지 호르무즈 해협이 실제로 봉쇄된 사례는 없었다는 점과, 국내에 약 7개월 분량의 비축유가 확보돼 있다는 점을 들어 단기적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중동 리스크는 장기화된 사례가 많지 않았고, 이란 역시 호르무즈 봉쇄에 나설 경우 상당한 경제적 피해를 감수해야 하기 때문에 봉쇄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다만 정유업계는 외부 변수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구조인 만큼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박창욱 기자 pbtkd@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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