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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토마토 이보현 기자]
대한제당(001790)이 설탕 담합 3사 중 과징금 압박이 가장 클 것으로 보인다. 일시납부 시 재무 타격이 불가피한데, 대안책으로 주목되는 '분할납부' 마저 법적 요건과 사회적 제약으로 쉽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단기간 내 현금 지출이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회사는 올해 대규모 현금 유출에 이어 투자활동 등으로 자금 압박이 심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대한제당)
과징금 부담 3사 중 최대…현금흐름 및 투자 위축 우려
10일 제당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공정거래위원회는 대한제당에 제당3사 가격 담합과 관련해 1274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는 대한제당의 지난해말 기준 자기자본(5592억원)의 22.78%에 해당되는 금액이다. 대한제당이 3사 중 가장 적은 과징금액이지만, 타격은 가장 클 것으로 예상된다. 3사 중에서 자기자본 대비 과징금 규모가 가장 크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기업은 공정위 통지를 받은 후 60일 이내에 과징금을 모두 납부해야 한다. 이에 대한제당이 1년 안에 과징금을 전액 일시 납부할 경우 재무적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3분기 기준 회사 현금및현금성자산(2343억원) 기준에서 추산해보면 과징금(1274억원)이 나갈 시 현금및현금성자산은 기존 금액의 절반 이하(1069억원)로 떨어진다. 최근 3년간 회사의 현금및현금성자산은 1800억원 아래로 내려간 적이 없어 이러한 비용 출혈은 더욱 이례적이다. 회사의 현금및현금성자산은 2022년 1967억원, 2023년 1815억원, 2024년 2116억원을 기록해왔다.
특히 제당업계는 원당 수입 계약에 따른 선지급과 재고 비축 등 선투자 구조로 1~3분기 현금흐름이 돌지 않다가 4분기에 현금이 몰린다. 2024년 대한제당의 영업활동현금흐름(영업활동으로 인해 들어오고 나간 현금)을 살펴보면 1분기 마이너스 49억원, 2분기 마이너스 216억원, 3분기 1152만원, 2024년 전체 504억원으로 기록됐다. 과징금 일시납부가 현금 운용 사이클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셈이다.
현금 운용 문제는 투자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심지어 투자는 이미 둔화되고 있다. 투자활동현금흐름은 지난해 3분기 643억원으로 전년 동기 마이너스(-) 553억원에서 플러스로 전환됐다. 유형자산의 취득 항목은 지난해 3분기 마이너스 61억원으로 전년 동기 마이너스 75억원 대비 줄었다. 이는 투자 규모가 축소됐다는 의미다.
한국신용평가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담합 3사 중 대한제당은 회사 규모 대비 과징금이 과중한 수준이다. 가장 규모가 작기 때문"이라며 "다만 신용도가 (즉시) 떨어진다고 말하기는 어렵고, 향후 납부 방법 등을 종합적으로 모니터링해 신용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향후에 판단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분할납부 요건 충족도 안 돼…정부 입장도 '강경'
대한제당에게 과징금 일시납부는 운전자본 사이클을 흔들고 투자 축소마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에서, '분할납부'가 대안으로 떠오른다. 그러나 분할납부 가능성은 현저히 낮은 실정이다. 분할납부 신청 요건에 충족되지 못해서다.
현행법상 과징금 분할납부는 일정요건에 충족되면 기업이 공정위에 신청할 수 있다. 과징금의 일시납부에 따라 자금사정에 현저한 어려움이 예상되는 경우 등이다. 세부적인 요건을 따져보면 공정위는 과징금 분할납부 시 다음과 같은 사항을 고려해야 한다. 납부기한 연기 또는 분할납부 신청 당시 ▲직전 3개 사업연도 동안 연속해 당기 순손실이 발생하였는지 ▲자본총액의 2배를 초과하는 부채를 보유하고 있는지 ▲과징금 대비 현금보유액(납기일로부터 2개월 이내 상환이 도래하는 차입금을 공제한 금액) 비율이 50% 미만인지에 대한 여부다. 그러나 대한제당의 재무상태는 해당 조건에 모두 충족되지 못한다.
전민재 법무법인 트리니티 공정거래 전문 변호사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대한제당과 관련해 "(분할납부) 요건이 세 개인데 한 개만 충족돼도 된다는 내용은 없다"며 "또 통상 3개 중 2개 이상은 해당이 돼야 분할납부를 (공정위에서) 허가해준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러나 대한제당은 현재 이 요건에 모두 충족이 안 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사회적인 여론도 부담 요인으로 작용한다. 담합은 가격 경쟁을 제한해 소비자 피해를 초래하는 대표적인 불공정 행위로 평가되서다. 특히 제당 3사의 경우 장기간 가격을 공동으로 유지했다는 비판과 함께 과징금 수준이 낮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지난 9일 공정위는 담합·사익 편취 등 불공정 거래 행위에 부과하는 과징금의 부과 기준율 하한을 대폭 올리고, 반복적인 법 위반 기업에 대한 과징금 가중을 강화하기로 했다. 과징금 고시에 중대성 정도별로 부과 기준율 상한과 하한이 있는데, 하한이 낮게 설정돼 '실제 적용되는 부과 기준율이 법상 상한에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이 있어와서다. 특히 담합 사건의 경우 발생 자체로 시장 경쟁 질서 왜곡 등의 우려가 큰 만큼 현행 과징금 부과 기준율 하한을 0.5%에서 10%로 올리기로 했다.
법조계 내부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예전에는 정책적 판단에 따라 일부 유연한 적용이 가능했을 수도 있지만 최근 정부의 공정거래 기조를 고려하면 요건을 충족하지 않는 상황에서 분할납부를 허용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또한 과징금 관련 처분은 전원회의 의결 사안이기 때문에 위원장이나 위원들이 사회적으로 이를 승인하기에도 부담이 따를 수밖에 없다. 또 최근 정부가 담합 등 불공정 행위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는 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한제당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기존 보유 운영 자금으로 과징금 납부와 배당금 지급 모두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보현 기자 bob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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