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윤금주 수습기자] 정부가 도입 20년을 맞은 퇴직연금 제도를 대대적으로 손질합니다. 기금형 제도를 확대해 수익률을 높이고, 퇴직급여 사외 적립을 단계적으로 의무화해 체불 위험과 제도 사각지대를 줄이겠다는 구상입니다. 이번 제도 개편은 퇴직금 중심 구조를 퇴직연금 중심으로 전환하고, 노후소득 보장 체계를 강화하려는 정책 방향이 반영됐습니다. 다만 중소기업 부담과 기금 운용 책임성 확보, 특수고용직 적용 방식 등 쟁점이 남아 있어 향후 노사정 협의 과정이 핵심이 될 전망입니다.
기금형 퇴직연금 활성화 제도 설계 착수
정부는 1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주재로 비상경제장관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퇴직연금 노사정 공동선언 후속조치' 등을 논의했습니다. 구 부총리는 "지난달 노사정 공동선언을 바탕으로 퇴직연금 제도를 20년 만에 대대적으로 개편한다"며 "기금형 퇴직연금 도입을 위한 구체적 방안을 7월까지 확정하고 연내에 관련 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우선 정부는 기금형 퇴직연금 제도 활성화를 추진합니다. 기존 계약형 중심 구조에 더해 금융기관 개방형, 연합형, 공공기관 개방형 등 다양한 기금형 모델 도입을 검토할 방침입니다. 이를 위해 고용노동부와 재경부, 금융위원회 등 관계부처와 전문가, 노사 대표가 참여하는 실무작업반을 구성해 세부 제도 설계에 들어갔습니다. 작업반은 수탁자 책임과 지배구조, 자산운용 규제, 감독 체계 등 핵심 제도를 논의해 오는 7월까지 구체적인 제도안을 마련할 예정입니다.
현재 대부분의 퇴직연금은 기업이 금융기관과 개별적으로 운용 계약을 맺는 계약형 구조입니다. 규모가 작고 책임 주체가 분산돼 원리금 보장 상품 등 안전자산 위주의 보수적 운용이 이뤄져왔습니다. 예컨대 금융감독원이 지난해 1년 수익률을 기준으로 분석한 결과 안정형 상품의 경우 상위권 금융사도 수익률이 3%대에 머물렀습니다. 기금형 제도가 확대되면 자금을 통합해 운용하는 규모의 경제가 가능해지면서 장기적으로 수익률이 개선될 전망입니다. 특히 기존 30인 이하 중소기업퇴직연금기금으로 한정된 제도에서 연합형·금융기관 개방형·공공기관 개방형 등으로 다변화됩니다.
퇴직급여 사외적립 의무화·사각지대 해소
퇴직급여 사외 적립 의무화로 임금체불 예방도 강화합니다. 그간 퇴직금을 회사 내부 자금으로 적립하는 '퇴직금 제도'를 채택한 사업장의 경우 기업 경영 상황에 따라 지급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문제가 꾸준히 제기돼 왔습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전 사업장을 대상으로 도입을 확대하는 한편, 중소기업의 부담을 고려해 지원 방안도 함께 마련합니다. 정부는 6월까지 '중소기업 실태조사'를 시행하고 단계적 의무화·지원 방안을 검토하고 제도 도입 이후에는 이행 상황을 점검할 예정입니다.
아울러 퇴직급여가 적용되지 않는 노동자를 대상으로 노후소득 보장 방안도 검토합니다. 1년 미만·특고·플랫폼 노동자를 대상으로 6월까지 '1년 미만 근로현황 실태조사'를 진행하고 7월 이후에는 경사노위 등 노사정 사회적대화 협의체를 활용해 구체적인 대안을 검토합니다.
서재완 금감원 금융투자부문 부원장보도 이날 노동부와 공동 개최한 '2026년도 퇴직연금 업무설명회'에서 "최근 코스피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퇴직연금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면서도 "퇴직연금 운용이 여전히 원리금 보장 상품 위주 관행에 머물러 수익률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서 부원장보는 "퇴직연금은 '3층 연금 체계'의 한 축으로 국민의 안정적인 노후를 지탱하는 제도"라며 "장기투자라는 특성을 고려할 때 합리적인 자산 배분 전략은 '복리의 마법'을 통해 노후소득 규모를 결정짓는 중요한 열쇠"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사업자들에게 단순 적립금 유치 경쟁을 넘어 가입자에게 합리적인 투자 전략과 좋은 상품을 제시하는 질적 경쟁을 확대하고 수익률과 비용의 투명한 공개 및 합리적 수수료 체계를 마련할 것을 당부했습니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1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장관회의를 주재,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재경부)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윤금주 수습기자 nodrink@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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