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사태 여파…유통가, '규제·경쟁·생존' 삼중 충돌
쿠팡 사태 4개월…'반쿠팡 연합' 본격화
관련 규제 '온플법'은 1년 6개월째 공전
'대형마트 새벽배송'은 소상공인 반발만
2026-03-20 16:17:25 2026-03-20 16:17:25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이수정 기자]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가 터진 지 4개월이 지난 가운데 유통 시장 경쟁 구도가 빠르게 재편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쿠팡을 향한 규제는 공전을 거듭하고 견제 명분으로 대형마트 새벽배송 허용 논의는 엉뚱하게 소상공인의 반발을 불러온 모양샙니다.
 
2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매출 49조1197억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습니다. 전년 대비 14% 성장한 수치로, 연간 영업이익(6790억원)으로 전년 대비 12.7% 증가했습니다. 지난해 1~3분기 누적 매출만으로도 대형마트 3사 합계를 처음으로 넘어서는 사상 초유의 구도가 펼쳐진 겁니다. 
 
하지만 유출 사태가 벌어진 지난해 4분기 쿠팡 영업이익(115억원)은 전년 동기 대비 97% 급감했습니다. 탈팡 움직임이 본격화하면서 경쟁 플랫폼들의 반사이익을 보는 '반쿠팡' 연합' 시대가 도래한 겁니다. 카카오와 롯데는 신선식품 동맹을 맺었고, 네이버와 컬리는 협업 체계를 구축하며 쿠팡 대항마를 자처했습니다. 
 
규제 측면에서는 실질적인 성과는 없습니다. 쿠팡 독주를 견제하기 위한 온라인플랫폼공정화법(온플법) 관련 법안은 19개가 발의된 상황임에도 1년 6개월째 국회 계류 중입니다. 현재 여당은 독점규제법 대신 거래공정화법을 우선 추진하는 방침을 세우고 국회 정무위원회 상정 후 논의를 이어가고 있지만, 속도를 내지 못하는 분위기입니다. 
 
온플법이 통과되면 연매출 100억원·거래금액 1000억원 이상 플랫폼은 즉시 규제 대상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쿠팡·네이버·배달의민족 등 주요 플랫폼들도 내부 정비에 착수했습니다. 여기에 외교적 변수까지 겹쳤습니다. 미국이 온라인플랫폼법을 비관세 무역장벽으로 명시하면서 한미 통상협상과 맞물려 온플법 입법 추진에 외교적 부담이 가중됐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규제가 공전하는 사이 엉뚱한 곳에서 불꽃이 튀었습니다. 쿠팡 견제를 명분으로 대형마트 새벽배송 허용 논의가 급부상한 겁니다. 정부와 여당은 대형마트와 온라인 플랫폼 간 역차별을 해소하겠다며 새벽배송 허용을 골자로 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을 추진했지만, 소상공인들의 강한 반발에 부딪혔습니다.
 
19일 오후 국회 본청 앞 중앙계단에는 대형마트 온라인 새벽배송 추진에 반대하는 전국 소상공인 1500여명이 모여, 모두 골목상권을 지켜온 보루인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을 반대하고 나섰습니다. 이들은 "쿠팡 견제를 명분으로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을 희생시키는 정책은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며 "플랫폼 문제를 왜 골목상권이 감당해야 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상황이 이렇자 여당 내에서도 신중론이 고개를 들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소상공위원장인 오세희 의원과 을지로위원장인 민병덕 의원은 개정안 반대를 공식적으로 발표했습니다. 여당 안에서도 이견이 발생하면서 개정안 통과도 난항을 겪게 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결국 업계에선 쿠팡 문제를 직접 규제하지 못한 채 그 부담을 오프라인 유통과 소상공인이 책임져야 하는 구도에 대한 비판이 나옵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규제는 뒤처지고 경쟁은 앞서가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결국 가장 약한 고리인 소상공인이 피해를 떠안는 구조"라며 "플랫폼 독점 문제를 플랫폼에서 직접 풀지 않는 한 이 충돌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수정 기자 lsj5986@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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