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정부가 약가 인하를 시행하기로 하면서 제약업계는 연구개발(R&D) 투자를 두고 고민에 빠지게 됐습니다. R&D 비중이 높으면 그나마 약값이 덜 떨어지지만, 약가 인하 자체가 R&D에 투자할 여유 자금을 줄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7일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약가 제네릭(복제약) 및 특허만료 의약품 약가 산정 개편이 올 하반기부터 시행됩니다. 기존에 오리지널 의약품의 53.55%였던 가격이 45%로 낮아지는 겁니다. 약가 인하는 10년 동안 단계별·연차별로 이뤄집니다.
2025년 5월7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바이오코리아 2025를 찾은 관람객들이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R&D는 약가 인하를 그나마 일정 부분 방어할 수 있는 수단입니다. R&D 투자 비중이 매출액의 일정 비중을 충족하는 혁신형 제약기업과 준혁신형 제약기업에 특례 수준 약가를 적용하는 겁니다. 혁신형 제약기업의 약가 산정률은 4년 동안 오리지널 의약품의 49%, 준혁신형 제약기업은 3년 동안 47%입니다.
때문에 제약기업들은 R&D 비중을 늘려서 약가 인하폭을 줄이느냐, 비용 절감 차원에서 적극적인 R&D 투자를 포기하느냐 하는 기로에 서게 됐습니다. 종근당·JW중외제약 등 혁신형 제약기업이 될 여력이 이미 있다는 평이 나오는 기업들이 있는가 하면, 상대적으로 여유가 없는 업체들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에 대해 한국제약바이오협회 관계자는 "제약업계의 영업이익률은 높지 않다"며 "영업이익률이 적은 상태에서 약가가 인하되게 되면 그만큼 기업들에 들어오는 이익이 줄어드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했습니다. 이어 "돈이 남아야 R&D에 투자할 수 있는데, 영업이익률 자체가 더 감소되면 R&D에 투자할 수 있는 여력이 그만큼 줄어든다"고 토로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또 "혜택을 좀더 많이 볼 수 있도록 R&D에 보다 더 투자해서 혁신형이나 준혁신형 제약기업에 들어가는 것을 선택하는 기업도 있을 수 있다"라며 "그렇지 않은 기업 같은 경우는 수익성을 따져봤을 때 차라리 '기존에 만들던 약을 포기하는 게 낫겠다'라는 기업도 있을 수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각 기업 상황에 따라서 유불리를 내부적으로 분석해보고 그에 맞춰 선택을 하게되지 않을까 싶다"고 내다봤습니다.
업계 관계자 역시 "말하자면 (약가 인하라는) 채찍질을 하려면 당근이 있어야 하는데, 당근이 충분치 않은 상황"이라며 "높은 R&D 비중에 준다는 혜택도 인하를 덜 한다는 것이지, 인하된다는 점은 마찬가지"라고 했습니다.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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