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나라에서는 거주자인 피상속인이 10년 이상 영위한 중소기업 등을 상속인에게 정상적으로 승계한 경우 최대 상속재산의 600억원을 공제하여 상속세 부담을 경감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가업상속공제 규정은 당초 중소기업 등의 기술과 경영 노하우의 효율적 활용 및 전수를 통해 해당 중소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지원하기 위해 도입되었다는 점에서 조세특례 제도의 하나로 평가된다.
그런데 그 입법 취지에도 불구하고 가업상속공제가 조세 정의와 조세 평등에 부합하는지에 대한 논쟁이 지속되고 있다. 가업상속공제 규정이 최초 도입된 1997년 공제 한도액은 1억원이었으나 30여년이 지난 2026년 현재는 공제 한도액이 600억원으로 폭등했기 때문이다. 그 과정을 구체적으로 보면 2008년과 2009년 가업상속공제 한도액을 각각 30억원과 100억원으로 올렸는데 불과 1년 후인 2010년에는 가업상속공제 적용 대상 범위도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으로까지 급격하게 넓혔다. 이후 2012년과 2014년에는 각각 가업상속공제 한도액을 300억원과 500억원으로 대폭 인상했는데도 2022년에 다시 또 그 한도액을 600억원으로 개정해 현재에 이르고 있다.
한편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기업인 단체에서는 가업상속 등 가업승계 특례세제가 적용되는 경우 △적용 세율 △대표 재직 연한 및 경영 기간과 고용 유지 요건 △주된 업종 제한 폐지 및 지분율 요건 등 사후관리 규정에 대한 완화도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다. 지난 윤석열정부에서는 이런 요구가 대부분 반영되면서 2026년 현재 가업상속공제 규정은 진정한 가업상속을 위한 조세특례가 아니라 상속세를 면탈하기 위한 ‘루프 홀(loop hole)’로 전락했다는 비판을 받는다.
주지하듯이 상속세는 그 세수의 크기가 아니라 헌법상 가치인 ‘기회 균등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한 정책 세제로서의 의미가 크다. 그러므로 상속세 관련 특례 규정이 단순히 조세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남용되는 경우라면 위헌의 소지가 크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우리나라 헌법재판소에서는 재정수입 확보 목적 이외에도 국민경제적·재정정책적·사회정책적 목적 달성을 위해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 경우 납세자 간의 차별적인 취급을 예외적으로 허용할 수 있다고 결정한 바 있으므로(헌재 2002.8.29. 200 1헌가24) 현행 가업상속공제 규정이 헌법에 위배된다고 보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다만 현행 가업상속공제 규정이 ‘기술과 경영 노하우의 효율적 활용 및 전수를 통한 중소기업의 경쟁력 강화’라는 입법 취지를 달성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와 관련해 독일의 경우 1994년 도입한 물적가족회사에 대한 상속세 과세특례 규정이 응능부담원칙(납세의무자의 세부담은 형식적 동일성이 아니라 실질적 담세력에 따라 배분되어야 한다는 원칙)과 자의금지원칙에 위배되어 조세평등주의를 침해한다는 이유로 2006년 헌법재판소에 의해 위헌으로 결정된 바 있다. 나아가 2014년에는 2006년 위헌 결정으로 인해 개정된 독일의 가업상속공제 규정도 중소기업의 존속과 고용 유지를 위해 상속세 부담을 광범위하게 또는 완전히 제거해 주는 것은 입법자의 재량이지만 해당 규정은 충분하고 정당한 근거가 결여되었다는 이유로 다시 또 위헌으로 결정된바 있다. 이에 따라 독일의 가업상속공제 규정이 매우 엄격하게 개정되었음은 물론이다.
현행 우리나라 가업상속공제 규정이 ‘조세평등주의는 정의의 이념에 따라 평등한 것은 평등하게, 불평등한 것은 불평등하게 취급함으로써 조세법의 입법 과정이나 집행 과정에서 조세 정의를 실현하는 원칙(헌재1989.7.21. 89헌마38)’이라는 우리나라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부합하는지 전면적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다.
유호림 강남대학교 세무전문대학원 교수, 한국세무학회 부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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