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계사 울리는 GA 정착지원금…불법영업 시키고 다시 뺏기도
2026-04-14 15:42:39 2026-04-14 17:58:49
[뉴스토마토 신수정 기자] 일부 법인보험대리점(GA)이 규제를 우회한 정착지원금 제도를 악용해 설계사에게 불법영업을 유도하고, 이후 수수료 환수로 부담을 전가하는 행태가 도를 넘고 있습니다. 정착지원금은 GA가 설계사들의 생활 안정을 위해 판매수수료를 선제적으로 지급하는 형태인데요. 일정 기준의 보험 판매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정착지원금을 사실상 회수하거나, 지원금을 빌미로 불법 영업을 강요하는 일도 확인되고 있습니다. 금융당국은 보험설계사 판매수수료를 보험료의 1200% 이내로 제한하는 이른바 '1200% 룰'을 하반기부터 시행하는데, 이런 위법적인 행위에 대한 대책도 시급하다는 지적입니다. 
 
"정착지원금 꼼수 계속될 것"
 
GA는 보험사 상품을 대신 판매하고 수수료를 받는 영업 조직으로 보험업권 내 제판분리(제조와 판매 분리)를 계기로 급성장한 영업 조직입니다. 설계사 수는 곧 보험판매 실적으로 직결되는 만큼 영업 조직 경쟁력을 보여주는 주요 지표기 때문에 설계사 모집 경쟁이 치열합니다.
 
1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1200% 룰 시행을 앞두고 일부 GA들이 정착지원금 지급 방식을 바꾸거나 대출·보증보험을 연계한 편법으로 규제를 우회하려는 움직임이 감지됩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1200%룰 규제가 예고되면서 기존 판매 건수에 따라 정착지원금 등을 정액으로 지급하던 곳들은 백분율(%)로 바꿔야 하지 않느냐는 논의가 나오기 시작했다는 얘기가 돌고 있다"며 "일부 업체들은 암암리에 이뤄지던 오랜 관행인 대출이나 보증보험과 연계된 형태의 정착지원금 지원을 꼼수로 써서 설계사 유치 경쟁력을 가져가려는 움직임도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GA업계 관계자는 "오래전부터 선지급한 정착지원금을 판매실적 미달 시 환수하기 위해 차용증을 받거나 보증보험을 요구하는 행위가 있어왔다"며 "2010년 후반 즈음 당국에서 이러한 변칙에 말이 나오다가 다시 잊혀지면서 지금은 경쟁업체끼리도 쉬쉬하고 있지만, 규제를 피해 설계사를 공격적으로 모집하기 위해 뒤에서 꼼수를 부리는 경우가 충분히 발생할 수 있다"고 귀띔했습니다.
 
'1200% 룰'은 보험설계사가 초년도(1년) 판매수수료(수당·시책)를 월납보험료의 12배(1200%) 이내로 제한하는 제도입니다. 현행 보험업 감독규정은 모집 등록 3년 미만 신인 설계사에게 지급하는 스카우트 비용에 대해선 신인 육성 차원에서 1200% 룰 적용을 예외로 하고 있었습니다. 2021년부터 보험사에 소속된 전속 설계사에 대해 1200% 룰을 적용해 왔으나, 오는 7월부터는 전속 설계사와 GA 소속 설계사까지 적용 대상을 확대한다는 것이 금융당국 방침입니다.
 
2022년 9월부터 GA협회 주도로 GA 업권이 자율협약을 통해 판매수수료 지급 편법 방지 노력을 기울였으나 제재 기준의 부재로 실효성이 떨어졌습니다. 이에 당국이 나서 보험개혁회의를 통해 2024년 9월3일 '정착지원금 운영모범규준'을 발표·시행했지만, 현장에서의 위법 행위는 여전하다는 평가입니다. 
 
수수료 선지급의 덫, 설계사 채무로 전가
 
금융권에 따르면 설계사들은 보험계약 성사 직후 대규모 수수료를 선지급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확보해 왔습니다. 이는 수입이 불안정한 설계사들에 안정적인 소득을 보장해 영업 초기 단계의 안착을 지원하기 위함이지만, 회사와 계약한 판매실적을 달성하지 못하거나 인지하지 못한 환수 규정에 따라 부채로 발목을 잡기도 합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일부 대리점 피해 사례를 살펴보면 사실상 제2금융권 대출이나 보증보험을 연계해 판매수수료 환수금을 지불하게 하면서 설계사 개인의 신용 문제로 번지기도 합니다.
 
달마다 신계약을 달성해도 기존 계약 고객이 일정 기간 유지하지 않고 보험을 중도 해지하거나 설계사가 계약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퇴사(이직·해촉)하면 선지급됐던 수수료를 다시 반환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수수료환수채권을 담보하기 위해 설계사에 보증보험 발급을 요구하거나 시장금리보다 월등히 높은 이율의 차용증 내지 약속어음 공정증서를 요구하는 것은 업계 오랜 관행입니다.
 
현행 대부업법에 따르면 여신금융기관을 제외하고는 모든 업권에서 무등록 대부업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보험영업 조직 내 금전 거래는 향후 유사수신이나 횡령, 사기 등 중대한 금융사고로 비화할 수 있기 때문에 엄격히 제한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일부 GA는 정착 수당 명목으로 살계사 위촉 초기에 지급한 지원금 환수를 담보하기 위해 개인 일탈에 따른 사적인 금전 거래로 둔갑시켜 이러한 채무를 지우고 있는 현실입니다.
 
인카금융서비스 홈페이지 화면. (사진=인카금융서비스 홈페이지 캡처)
 
최근 코스닥 상장사인 초대형 GA 인카금융서비스에서도 산하 대리점 조직에서 이 같은 불법행위 정황이 포착돼 금융감독원 조사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인카금융 본사는 "고객 개인정보 및 금융정보를 보험영업 외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을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으며 불법 사금융 알선 및 고리대금업 등은 정상적인 영업 범위를 완전히 벗어난 명백한 위법행위"라면서 "금감원 조사와 내부 조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관계자들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또 다른 GA에서는 설계사들을 동원해 채권자로 앞세워 고객으로부터 대여금 계약(공증)을 맺는 등의 유사수신을 자행한 사실도 적발됐습니다. 금감원은 2025년 3월27일 105개사(GA 73개, 보험사 32개)의 설계사 위촉 통제 실태를 조사한 결과, 보험사와 연계된 피에스파이낸셜(2025년 2월5일 등록취소)의 유사수신 행위를 확인했습니다.
 
금감원, GA 수수료·영업 관행 점검 예고
 
금감원은 2022년 9월부터 GA협회 주도로 GA 업권이 자율협약을 통해 판매수수료 지급 편법 방지 노력에 사각지대가 나오자 보험개혁회의를 통해 2024년 9월3일 '정착지원금 운영모범규준'을 발표·시행했습니다. 하지만 현장에서의 위법 행위는 여전했고, 금감원은 지난달 11일 진행한 '2026년 보험 부문 금융감독 업무설명회'에서 올해 과도한 판매수수료 지급과 GA 영업 관행을 중점적으로 점검한다고 예고했습니다.
 
상품 설계부터 판매, 사후관리, 내부통제, 부채평가 등 보험 영업 전반을 대상으로 점검을 강화하는 한편, 특히 판매 단계에서 과도한 모집 수수료 지급 등 시장 질서를 저해하는 행위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계획입니다. 서영일 금감원 보험 담당 부원장보는 "불건전 영업행위에 대해서는 보험회사와 GA 현장검사 등을 통해 신속히 대응하고 판매 채널 책임성을 강화하기 위한 제도 개선 과제를 흔들림 없이 추진하겠다"고 했습니다.
 
보험업계에서는 최근 인카금융 사태를 계기로 설계사 정착 지원 실태에 대한 전수조사로 번질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다른 보험업계 관계자는 "연초 감독 방향을 밝혔고, 인카금융 사례를 포함해 전반적인 설계사 정착지원 제도가 문제로 제기된 만큼 GA 업권 전반의 규제 점검과 조사가 병행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봤습니다.
 
보험설계사 판매수수료를 보험료의 1200% 이내로 제한하는 ‘1200% 룰’이 오는 7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프리픽
 
신수정 기자 newcrystal@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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