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구의 귀환, 그후)②(인터뷰)"'종 보전'이라는 거짓말…'생추어리'로 나아가야"
16일 '곰 보금자리 프로젝트' 활동 최태규 수의사 인터뷰
"좁은 우리에 갇힌 호랑이는 더이상 야생 호랑이 아니다”
"동물원 민간 법인화 등으로 동물 복지 전문성 확보해야”
2026-04-23 10:22:10 2026-04-23 10:25:36
[뉴스토마토 신유미 기자] 연이어 발생하는 동물원 탈출 사고는 단순한 관리 부주의를 넘어 '동물원이라는 간판을 달고 야생동물을 가두는 게 과연 정당한가'라는 근본적 질문을 던집니다. 전문가들은 번식과 전시 중심의 기존 동물원 운영 방식이 동물 복지와 교육 효과 모두에서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지난 16일 <뉴스토마토>와 만난 최태규 수의사 역시 "현재 동물원들이 '종 보전'이라는 목적을 내걸고 있지만, 실제로 동물원이 종 보전에 기여하는 바는 크지 않고 이에 대한 교육적 안내도 미미하다"며 "동물을 보호하고 보전하는 공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선 '생추어리' 형태로 나아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최 수의사는 지난 2018년부터 '곰 보금자리 프로젝트'를 이끌며 사육 곰을 구조하고 생추어리를 만드는 활동에 앞장서 왔습니다. 이번 인터뷰는 그가 강의를 하는 성공회대에서 1시간가량 진행됐습니다.
 
최태규 수의사가 지난 16일 <뉴스토마토>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다음은 최태규 수의사와 일문일답.
 
동물원에서 동물이 탈출하는 사고가 반복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두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첫째는 동물을 제대로 가두지 못하는 관리역량 부족, 둘째는 동물원의 존재 이유 자체의 문제입니다. 탈출은 시설 문제이자 관리 문제입니다. 동물원에선 울타리나 눈에 보이지 않는 지하 구조까지 지속적으로 점검해야 하는데 그게 제대로 안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동물원의 공적 역할에 대한 의문도 있습니다. 동물원들은 종 보전, 교육, 연구를 내세웁니다. 지금의 동물원들은 종 보전, 그러니까 멸종 위기에 놓인 종들을 번식시켜서 다시 야생에 내보내는 역할이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합니다.  
 
동물원이 주장하는 '보전·교육' 기능이 유효하지 않다는 건가요.
 
네. 맞습니다. 야생에 동물을 푸는 것도 굉장히 어려운 일이고, 성공률도 낮아요. 동물은 동물원 환경에서도 '진화'를 계속하게 되는데, 그건 야생에서 진화 과정과는 다르거든요. 그래서 동물원에서 종 보전을 한 동물들은 야생에 있는 동물과 다른 모양새의 동물들이 나와요.
 
야생에서 자란 동물은 야생의 주변 환경과 맥락 안에서 존재하는 겁니다. 호랑이는 산에 있을 때야 호랑이지 동물원에 가져다 놓으면 우리가 아는 호랑이로서의 이야기는 훨씬 적어지죠. 동물원이라는 게 동물을 위한 공간 자체가 될 수 없다 보니까, 종 보전이라는 명분을 내세우는데요. 그 공익적인 명분이라고 내세우는 종 보전이라는 것도 너무 허구적인 거죠.
 
그럼 동물원은 어떤 방향으로 변해야 할까요. 
 
우리가 동물원이라고 했을 때 떠올리는 장면들은 대부분 공영 동물원입니다. 공영 동물원엔 세금이 들어갑니다. 그래서 '공영 동물원이 어떤 공적 역할을 해야 하느냐'라고 묻는다면, 이미 야생으로 돌아갈 수 없게 된 동물들을 보호하는 기능이 가장 필요하다고 봅니다. 저희 곰 보금자리 프로젝트가 추진하는 생추어리 같은 역할이 그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이런 방향이 가장 합리적인 판단이라고 생각합니다.
 
생추어리에서도 동물을 구경할 수 있습니다. 다만 조금 더 교육적으로, '왜 이 야생동물이 여기 갇혀 있는지' 등을 설명할 수 있는 공간이 되는 거죠. 야생의 환경을 조성해 동물의 복지도 높이고, 반복적인 번식을 막는 시스템도 필요합니다. 
 
지난 16일 서울어린이대공원의 코끼리. (사진=뉴스토마토)
 
생추어리와 일반 동물원의 차이는 무엇인가요.
 
나누는 기준이 아주 명확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생추어리는 기본적으로 동물을 보여주거나 활용하기 위한 공간이 아니라, 학대·유기 등으로부터 구조된 동물을 장기적으로 보호하는 데 목적이 있습니다. 
 
동물원에서는 예컨대 종 보전을 위해서 번식을 시킨다거나 동물을 서로 사고팔거나 교환하는 행위가 이뤄지거든요. 사자 3마리로 계속 번식하면 유전자 풀이 좁아지잖아요. 그러면 사자 유전자를 바꾸는 겁니다. 이게 국제적으로도 이루어지거든요.
 
하지만 생추어리에선 이런 관행들을 멈추고, 지금 살고 있는 사자는 그 생명이 다하면 더는 사자를 키우지 않는 거죠. 보호 중인 동물은 수명을 다할 때까지 최선의 삶을 살도록 돕되, 종 보전을 위해 강제로 번식시키거나 새로운 동물을 들여오지 않는 겁니다. 
 
이런 방식이 이어지면 생추어리 내 동물은 숫자가 줄게 됩니다. 이는 한 동물 개체에 들어가는 자원과 정성의 양이 훨씬 더 많아진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20억원의 예산으로 200마리의 동물을 키우는 것보다 20마리를 키운다면, 동물의 삶의 질이 훨씬 좋아지겠죠.
 
또 동물원의 동물사 구조는 관람객이 다니는 '사람의 길'이 중심입니다. 사람의 길이 굉장히 넓고 거기에 동물들을 끼워 넣은 형태입니다. 하지만 동물 중심으로 공간이 운영돼야 합니다. 사람이 동물을 제대로 볼 수 없는 공간이 생기더라도 동물한테 훨씬 더 많은 공간을 내어주어야 합니다. 
 
대부분의 동물원은 교육 기능을 강조하기도 하는데요.
 
현재 동물원은 오히려 반교육적입니다. 미취학 아동 혹은 4~5세 미만의 글씨를 못 읽는 아이들이 동물원에 가서 배울 수 있는 건 없어요. 오히려 아이들은 동물을 이해하기보다  '가둬도 된다'라는 인식만 학습하게 됩니다. 진짜 교육을 하려면 동물의 멸종, 생태, 보전 이유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예컨대 시베리아 호랑이가 있다면, 어떤 이유로 멸종돼 가는지, 어떻게 보전하려고 노력해야 하는지, 그걸 위해서 이 동물원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이곳에선 어떤 방식으로 호랑이를 사육하고 번식시키고 있는지 등의 이유를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적어도 그 정도는 돼야 공영 동물원이고, '동물원이 교육 목적을 위해서 필요하다'라는 말을 할 수 있는 겁니다. 
 
생추어리 방식을 도입할 수 있는 현실적 방안이 있나요.
 
지금은 지방자치단체들이 직영으로 동물원을 운영하고 있는데, 한계가 뚜렷하다고 생각합니다. 공무원이 운영하는 지금 시스템에선 인건비 총량이 정해져 있습니다. 동물 복지에 대한 이해가 없는 관료제 상태에선 개선의 여지는 별로 없다고 봅니다.
 
차라리 동물원을 민간 법인화 하는 방안이 있습니다. 일종의 환경부 직영의 민간 위탁으로 운영하는 거죠. 운영 주체도 민간 전문가로 바꿔버리는 게 필요합니다. 전문가들이 함께 고민하고 운영해야 개선이 가능합니다. 
 
신유미 기자 yumix@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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