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망 막힌 한국…'에너지고속도로+국민참여금융' 해법 나오나
한전 부채·주민 갈등에 송전망 교착…법·재원 이중 한계
경기북부 113GW 재생에너지 구상…지중화 HVDC·직접 공급 모델
국민참여 펀드·정책금융·선납 결합…전력망 투자 구조 전환해야
2026-04-23 16:44:58 2026-04-23 16:56:32
[뉴스토마토 이지우·남윤서 기자] 전력망 확충이 재원 부족과 주민 수용성 문제로 사실상 교착 상태에 빠진 가운데, 대안으로 '에너지 고속도로'와 '국민참여형 금융모델'이 제시됐습니다. 기존 한국전력공사 중심의 부채 의존 구조로는 에너지 전환에 대비하기 어렵다는 진단과 함께, 정책금융과 국민 자금을 결합한 새로운 재원 체계를 설계해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는 '에너지 대전환 시대, 전력망 투자 어떻게 할 것인가'를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습니다. 이번 토론회는 박정 민주당 의원을 비롯해 이학영·유동수·허종식·김태선·박지혜·박해철·박홍배·이용우 민주당 의원과 김소희 국민의힘 의원, <뉴스토마토> K-정책금융연구소가 공동 주최했습니다. 사회는 임혜자 K-정책금융연구소 수석부소장이 맡았습니다.
 
첫 번째 발제를 맡은 박성준 변호사는 전력망 위기를 구조적 문제로 규정했습니다. 그는 "인공지능(AI) 반도체 클러스터와 데이터센터 확대로 전력 수요는 급증했지만 송전망은 구조적 한계에 직면했다"며 "한전은 200조원 부채와 45조원의 누적 적자로 매일 약 120억원의 이자 비용이 발생하는 등 독자적 투자 여력을 상실한 상황"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현재 송전망 건설은 평균 13년 이상 소요되며 사실상 교착 상태에 빠져 있다"며 "밀양 송전탑 사태 이후 주민 수용성 문제가 고착화됐고, 동해안-수도권 송전선로 사업은 지자체 인허가 거부로 장기간 지연됐다"고 설명혔습니다.
 
박 변호사는 전력망 확충을 위한 대안으로 '경기북부 평화·기후 에너지 고속도로'를 제시했습니다. 그는 "접경지역 유휴부지를 활용해 재생에너지를 생산하고 수도권에 직접 공급하는 새로운 전력망 모델이 필요하다"며 "경기북부는 최대 113기가와트(GW) 발전 잠재력을 갖고 있고 수도권과 가까워 송전 비용과 전력 손실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주민 수용성을 높이기 위해 지중화 초고압직류송전(HVDC) 방식 및 발전 수익을 공유하는 '햇빛연금' 모델이 필요하다"며 "주민을 반대자가 아닌 사업 파트너로 전환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두 번째 발제를 맡은 황재훈 K-정책금융연구소 부소장은 전력망 문제를 공공성과 재원 구조 측면에서 짚었습니다. 그는 "국영인 프랑스 철도의 경우 운영 요금이 낮은 반면 일본은 민영화 이후 비용 부담이 크다"며 "전력망은 공공 인프라인 만큼 단순 시장 논리로 접근할 경우 국민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황 부소장은 "전원개발사업촉진법 개정으로 송·변전설비 입지선정위원회가 도입되면서 한전 내부 결정 구조가 외부 위원회 중심으로 바뀌었다"며 "이는 향후 민영화 가능성을 염두에 둔 변화로 해석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또한 "일부 발전 자회사들이 한국수력원자력 퇴임 임원들의 이동 경로로 활용되는 측면이 있다"고 짚으며 "최근 정부가 공공기관 통폐합을 추진하고 있는 방향과 맞지 않다”고 비판했습니다.
 
그는 "최근 전기요금이 크게 오른 상황에서 추가 인상을 통한 한전 재무 문제 해결 여력은 제한적"이라며 "한전채 등 특수채 발행이 늘어나면 자금이 해당 시장으로 쏠리면서 민간 기업의 회사채 금리가 상승하는 부작용이 발생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대안으로는 전기요금 선납 방식을 제시했습니다. 그는 "사채 시장에서 증권사를 거치지 않고 한전에 직접 선납하는 구조를 만들면 부채를 효과적으로 낮출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선납을 통해 확보된 재원을 활용하면 신재생에너지, 수소·청정화 및 AI 기반 에너지 등 미래 기술 개발에 대한 대규모 투자로 에너지 산업 혁신이 가능하다"고 밝혔습니다.
 
토론에서도 구체적인 정책 방향이 제시됐습니다. 임동수 한국플랜트서비스 상무는 "'자본의 귀속'을 다루는 금융 인프라인 토큰증권(STO) 구조를 활용하여 자본계층, 수용성, 선택권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소유권, 거버넌스, 수익권의 분리 구조를 통해 국민들이 자기자본을 유동화하고 '내 마을 발전소'를 선택 및 매매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정훈 대한지리학회 지리연구소장은 "경기북부는 수도권이지만 내부적으로는 주변부로 남아 있는 지역"이라며 △접경지역과 유휴부지를 활용한 대규모 분산형 재생에너지와 에너지저장장치(ESS) 거점 조성 △지중화 중심의 HVDC망과 가상발전소(VPP) 결합 △재생에너지100(RE100) 기업 유치 등을 제안했습니다.
 
이주형 기후에너지환경부 태양광보급추진단 과장은 "2030년 100GW 재생에너지 목표는 다부처 협업과 공공부지 활용이 필수적"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경기북부는 약 6GW 수준의 계통 수용 여력이 있어 추가 송전망 구축 없이도 신속한 보급이 가능한 지역"이라며 "계통 병목을 완화할 수 있는 전략 거점"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다만 "접경지역 특성상 군사 규제가 변수인 만큼 국방부와 사전 협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김진원 한전 에너지생태계운영실장은 "현재 에너지기후테크 기술사업화 전문회사 설립 및 에너지 신기술사업화 전용 펀드 조성을 검토 중"이라며 "기술지주회사 설립을 통해 기술 이전과 투자 연계, 글로벌 진출까지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정치권도 재원 구조 전환 필요성에 공감했습니다. 박정 의원은 "국민참여형 국민성장펀드를 도입하고 재생에너지 사업에 참여하는 '햇빛마을' 모델을 확장해야 한다"며 "전기요금 선납 할인 제도 입법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선납 할인 제도를 통해 기업 비용을 줄이고 이를 전력 인프라 투자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허종식 의원은 "남북 관계 개선 시 에너지 협력 거점으로 활용할 수 있는 만큼 비무장지대 일대에 재생에너지 발전 단지 조성 가능성을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개최된 '에너지 대전환 시대, 전력망 투자 어떻게 할 것인가' 토론회 참석자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이지우·남윤서 기자 jw@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0/300

뉴스리듬

    이 시간 주요 뉴스

      함께 볼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