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 노동자 '공정수당'…“고용 위축” 우려
임금격차 해소 목적에도 역효과 우려
민간 확산 주목…”디테일한 설계해야”
“런던 생활 임금 사례 등 참고할 필요”
2026-04-28 13:52:45 2026-04-28 16:42:48
[뉴스토마토 배덕훈 기자] 정부가 고용이 불안정한 단기 비정규직 노동자의 임금 보상을 확대하는 공정수당을 도입하기로 하면서 해당 의제가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벌써부터 민간 영역 확대에 따른 인건비 부담, 고용 축소 등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부적절한 고용 관행을 깨기 위한 취지인 만큼 섬세한 설계를 통해 제도를 안착시켜야 한다는 조언이 나옵니다.
 
서울 도심에 위치한 기업들의 모습. (사진=뉴시스)
 
28일 정부와 산업계 등에 따르면 정부는 내년부터 공공 부문에 종사하는 1년 미만 기간제 노동자에게 공정수당을 지급합니다. 고용 불안정성에 비례해 기본급 총액의 일정 비율을 보상 수당으로 지급하는 것을 골자로, 1년 미만 노동자의 기준금액(2545000원·최저임금 대비 118%) 대비 계약기간 별로 차등해 지급합니다. 계약기간이 짧을수록 고용 불안정성이 크다는 판단에 따라 더 높은 보상률이 적용됐습니다. 공정수당은 고용이 불안정한 노동자에게 더 많은 보상을 해야 한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비정규직과 정규직 간 임금 격차를 줄이고 계약직 남용도 막겠다는 취지가 담겼습니다.
 
공정수당이 일단 공공 부문에 먼저 적용된 만큼 산업계에서는 민간 영역 확대 여부를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습니다. 공정수당 도입 자체가 고용 구조 전체에 큰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은 까닭입니다.
 
우선 전문가들은 현재 단기 비정규직 노동자가 고용불안저임금이라는 차별을 겪고 있는 만큼 공정수당 도입 취지에 공감한다는 시각이 많습니다. 특히 현행법에 따라 기간제 노동자를 2년 이상 고용하면 무기계약직으로 간주하는데, 이를 피하고자 계약을 해지하는 등 쪼개기 계약관행을 막고 비정규직 노동자의 처우를 개선하자는 목적 역시 반대할 명분이 약한 까닭입니다.
 
하지만, 취지와는 다르게 제도 도입에 따른 부정적 영향을 우려하는 의견 역시 만만치 않습니다. 공정수당 제도가 민간에 확대될 경우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사용자들은 대부분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로 인건비 부담 우려가 커질 것이라는 지적입니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시장에서 정해야 할 임금 등 인건비를 법으로 강제해 수당을 지급하라는 것은 굉장히 큰 논란을 일으킬 것이라며 기간제 노동자를 채용하고 있는 주된 사용자들도 소상공인, 자영업자로 영세한 사업자일 경우가 많아 공정수당 도입에 따른 인건비 부담 등으로 근로 시간을 단축하거나 고용 인원을 축소하는 등 역효과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습니다.
 
결국 이러한 우려를 해소하고 제도를 민간에 제대로 안착시키기 위해서는 디테일한 설계가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옵니다. 김성희 산업정책연구소장은 공정수당은 비정규직 남용 등 부적절한 고용 관행을 깨트리겠다는 신호를 준 것으로 민간 부문에 제대로 적용할 수 있도록 하는 설계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짚었습니다.
 
김 소장은 특히 지자체 안에서 기업들이 참여하는 모델인 영국의 런던 생활임금(London Living Wage)’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런던 생활임금은 법정 최저임금을 넘어 노동자가 물가가 비싼 런던에서 실제로 생활할 수 있도록 일정 수준의 임금을 보장하기 위해 기업들이 지자체와 자율적으로 협력하는 제도입니다. 지자체는 세제 혜택 등 지원을, 기업들은 런던의 생활임금재단이 정한 임금을 지급하는 형태로 운영됩니다. 특히 법적 강제 사항이 아닌 기업들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한 자발적 참여가 특징입니다.
 
아울러 김 소장은 비정규직의 임금을 올려 정규직화를 유도할 필요성도 있다면서 정규직 전환 시 여러 지원 제도가 있는 만큼, 다양한 제도들을 활용해 기간제를 줄이는 방식으로 부적절한 고용 관행에 변화를 꾀해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배덕훈 기자 paladin70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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