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성장펀드 완판 흥행 뒤 민낯…"선착순인데 조건은 달랐다"
판매사별 가입시간·물량·계좌개설 방식 달라 혼선
금융위 사전 안내에도 투자자들 "정보 접근성 부족"
2026-05-22 18:00:21 2026-05-22 18:22:07
[뉴스토마토 김주하 기자] 국민참여형 국민성장펀드가 판매 첫날 사실상 완판되며 흥행에 성공했지만 금융사별 판매 시작 시간과 계좌개설 방식, 배정 물량이 달라 선착순 구조임에도 출발선이 달랐다는 형평성 논란이 커지고 있습니다. 일부 투자자들은 신규 계좌를 개설하고도 가입에 실패하면서 "고객 정보만 넘겨준 꼴"이라는 불만을 제기했습니다. 금융당국은 사전 공지와 판매사 자율 운영이라는 입장이지만, 시장에서는 공정한 가입 기회가 보장되지 않았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참여형 국민성장펀드의 판매 물량 6000억원 가운데 3000억원은 10개 은행, 나머지 3000억원은 15개 증권사에 배정됐습니다. 금융당국은 회사 규모 등을 기준으로 판매 한도를 나눴습니다.
 
증권사에서는 판매 시작 직후부터 완판 행렬이 이어졌습니다. 미래에셋증권(006800)은 온라인 판매 시작 10분 만에 300억원 규모 온라인 물량이 모두 소진됐고 키움증권(039490)은 온라인 물량 50억원이 1시간30분 만에 마감됐습니다. 신한투자증권과 유안타증권은 각각 100억원 규모 온라인 물량을 모두 판매했으며 대신증권 역시 온·오프라인 판매분이 전량 소진됐습니다.
 
시중은행도 완판 행렬에 동참했습니다. 오전 중 비대면 판매 물량이 동난 데 이어 오후 1시를 전후해 영업점 판매 물량까지 모두 소진됐습니다. 5대 시중은행에 배정된 물량은 총 2200억원으로, KB국민은행이 650억원으로 가장 많은 물량을 배정받았고 신한·우리·하나은행이 각각 450억원, NH농협은행이 200억원을 배정받았습니다. 
 
일부 은행 영업점에서는 개점 전부터 줄을 서는 이른바 '오픈런'까지 벌어졌습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강남과 목동 등 일부 영업점에는 영업 시작 전부터 고객들이 대기했고 자산관리 창구에도 가입 문의가 집중됐다"고 전했습니다.
 
AI 생성 이미지(ChatGPT).
하지만 흥행의 이면에서는 공정성 논란이 불거지고 있습니다. 금융위가 사전에 배포한 판매사별 안내 자료에 따르면 NH투자증권·미래에셋증권·신한투자증권·대신증권 등 일부 증권사는 오전 8시부터 판매를 시작했습니다. 반면 대부분 은행은 오전 9시부터 판매를 진행했고 삼성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은 오전 9시30분부터 가입을 받았습니다. 선착순 상품임에도 판매사마다 출발선이 달랐던 셈입니다.
 
가입 절차 역시 통일되지 않았습니다. 미래에셋증권과 KB증권, 대신증권 등 일부 판매사는 판매 당일 0시부터 사전 계좌개설을 허용했습니다. 반면 상당수 금융사는 판매 시작 이후 계좌개설과 투자성향 진단, 펀드 가입 절차를 동시에 진행했습니다.
 
실제 미래에셋증권에서는 판매 전날 국민성장펀드 전용계좌가 1만개 개설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가입 성공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평소 거래하지 않던 증권사에 신규 계좌를 만든 투자자들도 적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판매 시작 직후 물량이 빠르게 소진되면서 계좌만 개설한 채 가입에 실패한 사례도 잇따랐습니다.
 
한 개인투자자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선착순 가입에 유리하다는 말을 듣고 처음으로 해당 증권사 계좌를 만들었는데 정작 펀드는 가입하지 못했다"며 "결국 개인정보와 고객 정보만 넘겨준 꼴이 됐다"고 비판했습니다.
 
또 다른 개인투자자는 "선착순 상품이면 모두 같은 시간에 시작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어떤 회사는 미리 계좌를 만들 수 있었고 어떤 회사는 판매 시작 이후에야 계좌를 만들 수 있었다"고 지적했습니다.
 
금융위는 사전 공지를 통해 판매사별 판매시간과 가입 조건을 안내했으며 판매사 자율에 따라 운영된 사안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나혜영 금융위 국민지역참여지원과 과장은 "FAQ를 통해 회사별 판매시간을 안내했고 개별 금융회사 홈페이지에서도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며 "온라인 판매는 전체 물량의 50% 이내로 운영하도록 했다"고 말했습니다.
 
손영채 금융위 국민성장펀드 추진단장도 "판매사별 영업시간과 물량이 이미 배정돼 있어 판매사가 자율적으로 결정한 것"이라며 "기존 거래 금융기관을 이용하는 투자자 구조를 고려하면 큰 문제로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정책형 금융상품임에도 판매시간과 가입 절차가 금융회사별로 달랐고, 이를 사전에 충분히 비교·인지할 수 있는 통합 안내가 부족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특히 각 은행·증권사 앱이나 홈페이지에서 관련 팝업 안내조차 눈에 띄지 않았다는 점에서 정보 접근성이 떨어졌다는 지적도 제기됩니다. 선착순 구조에서는 어느 금융회사에 얼마나 많은 물량이 배정됐는지가 실제 가입 가능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만, 투자자들이 해당 배정 현황을 사전에 명확히 파악하기 어려웠다는 점도 문제로 지목됩니다. 이에 따라 관련 정보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체계 역시 미흡했다는 비판이 이어집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일반 금융상품이라면 판매사별 차이를 자율에 맡길 수 있지만 국민 세제 혜택과 재정이 투입되는 정책형 상품이라면 접근이 달라야 한다"며 "가입 기회 자체가 공공재 성격을 갖는 만큼 판매 시간과 절차는 동일 기준으로 운영됐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결국 같은 상품인데도 판매사별로 출발선과 룰이 달라진 구조"라며 "흥행 성과보다 판매 과정의 형평성 문제가 더 본질적인 쟁점"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NH농협은행 정부서울청사지점에서 국민참여성장펀드를 가입하고 있다.(사진=뉴시스)
 
김주하 기자 juhah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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