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표진수 기자] 현대차 노사가 1967년 회사 설립 이후 60년 가까이 이어온 시급제 임금 체계를 개편해 완전 월급제 도입 여부를 본격적으로 검토하고 있습니다. 로봇 투입으로 근무시간이 줄면 월급도 함께 줄어들 수 있다는 노조의 문제 제기에 회사가 전향적인 태도를 보이면서인데, 자동화 확대에 따른 현장 반발을 미리 관리해야 한다는 사 측의 판단도 맞물린 것으로 파악됩니다.
마주 앉은 현대차 노사 대표. (사진=연합뉴스)
13일 업계와 노조 등에 따르면 현대차 노사는 최근 열린 2026년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15차 본교섭에서 완전 월급제 도입을 위한 연구 용역을 시행하기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회사 측은 이날 교섭에서 완전월급제 시행과 노동 강도 강화 없는 노동시간 단축에 대해 노사 공동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제도 도입과 적용 방안을 논의하겠다고 제안했습니다.
이렇게 구성되는 TF는 연구 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세부안을 결정하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외부 자문위원회 의견을 듣고, 해외 완성차업체의 임금 운용 체계도 벤치마킹하기로 했습니다. 노사가 검토 중인 완전 월급제는 근로시간 변동과 관계없이 매월 일정한 임금을 지급하는 제도입니다. 현행 시급제를 기반으로 연장·야간·특근수당 등이 더해지는 임금 체계보다 고정급 비중이 높아져 노동자의 임금 안정성을 높일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이번 논의의 배경에는 현대차그룹이 추진 중인 생산 현장 자동화와 휴머노이드 로봇 도입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현대차그룹은 2028년 미국 조지아주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를 시작으로 제조 현장에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 등을 배치할 계획입니다. 2028년까지 미국 내 연 3만대 규모의 로봇 생산 역량을 확보하고, 생산 현장에 아틀라스를 포함한 로봇 2만5000대 이상을 투입한다는 구상입니다.
냉장고 운반하는 아틀라스. (사진=현대차그룹)
노조는 이 같은 로봇 확대가 결국 조합원 소득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현재 생산직(기술직) 연봉에서 변동급이 차지하는 비중은 30~40%에 달하는데, 아틀라스 등이 야간·특근 업무를 대신하면 고용은 유지되더라도 실제 일한 시간이 줄면서 받는 돈도 함께 줄어들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게 노조 측의 설명입니다.
실제로 노조 간부 562명을 대상으로 한 사전 설문조사에서도 임금체계 개편과 관련해 시급제를 폐지하고 완전 월급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응답이 44%로 가장 높게 나타난 바 있습니다. 노조는 앞서 노사 합의 없이는 로봇을 국내 생산라인에 배치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습니다.
사 측은 고정급 비중을 늘려 고용 불안을 해소하는 방식으로 물리적 인공지능(AI) 기업 전환 속도를 높이겠다는 구상입니다. 완전 월급제 논의는 지난 4월 현대차 노조가 임시대의원대회를 통해 임단협 요구안을 확정하면서 핵심 의제로 부상했습니다. 노조는 당시 월 기본급 14만9600원 인상, 지난해 순이익의 30% 성과급 지급, 상여금 750%에서 800%로 인상, 국민연금 수급 시기와 연계한 정년 연장(최장 65세), 신규 인원 충원 등도 함께 요구안에 담았습니다.
김성희 산업노동정책연구소 소장은 이번 논의를 두고 노사 양측의 이해관계가 맞물리는 지점이 있다고 짚었습니다. 김 소장은 “제조업은 그동안 시급제를 기반으로 장시간 노동을 해야 더 많은 임금을 받을 수 있는 구조였고, 이 때문에 경기 상황에 따른 임금 변동성을 성과급 등 변동급으로 조정해 온 것”이라며 “노조 입장에서는 완전 월급제가 임금 안정성을 높이는 방안이고, 회사 입장에서도 인건비 변동성을 줄여 예측 가능하게 관리하는 것이 유리해진 상황”이라고 했습니다.
표진수 기자 realwater@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