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상민 기자] 올해 연말부터 국경을 넘어 가상자산을 이전하는 사업자는 당국에 사전 등록하고 이전 내역을 보고해야 합니다. 외환 규제 우회와 불법 거래를 막기 위한 취지의 조치지만, 실질적인 차단 효과의 실효성을 두고 우려도 나옵니다.
재정경제부는 국경 간 가상자산 이전 업무를 하는 가상자산사업자, 이른바 가상자산이전업자에 사전 등록 의무를 부과하는 개정 외국환거래법 공포안이 지난 26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고 27일 밝혔습니다. 개정 법률은 오는 7월 2일 공포될 예정이며 12월 초에 시행됩니다.
제도가 시행되면 가상자산이전업자는 국경을 넘어 가상자산을 거래하기 전 재정경제부 장관에게 등록해야 합니다. 또한 국가간 가상자산 이전 내역을 한국은행 외환전산망에 보고해야 합니다. 보고된 정보는 국세청과 관세청, 금융감독원, 금융정보분석원(FIU)에 공유됩니다.
정부는 이번 개정으로 국경 간 가상자산 유·출입을 통합 모니터링할 기반이 마련됐다고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업계는 제도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합니다.
한 가상자산업계 관계자는 "기술적으로 불법 외환거래나 자금세탁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현금 흐름도 대략 추적할 수 있지만 완벽하게 불법 흐름을 잡아낼 수 없는 것과 같은 맥락"이라고 말했습니다.
특히 개인 지갑이나 하드웨어 지갑을 통한 우회 가능성은 변수로 꼽힙니다. 그는 "해외에서는 가상자산을 USB 형태의 하드웨어 지갑으로 옮기는 사례도 많다. 이후 개인 지갑에서 분실했다고 주장하거나 FIU 미가입 해외 거래소를 이용할 경우 추적이 어려워질 수 있다. 극단적 범죄 악용 사례까지 모두 막기는 어렵다"며 "다만 대다수 거래를 법 테두리 안으로 끌어들일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보고 기준을 둘러싼 논란도 예상됩니다. 권세화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실장은 시행령 개정안 원안에서 거론된 1000만원 이상 거래 보고 기준에 대해 "금액 기준 자체의 근거가 부족하다"며 "국제 기준은 특정 금액 이상을 모두 의심 거래로 보는 게 아니라 사업자가 의심 거래를 자체적으로 관리하라는 수준에 가깝다. 해외 어디에서도 특정 금액을 설정한 사례가 없다는 걸로 알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권 실장은 금액이 설정될 경우 기업 간 거래 위축 가능성도 우려했습니다.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한 해외 결제 수요가 커지는 상황에서 국내 보고 기준이 과도하게 적용될 경우 기업들이 국내 거래소 대신 홍콩이나 싱가포르 등 해외 법인을 통한 거래를 선택할 수 있다는 겁니다.
권세화 실장은 "기업 입장에서 20억~30억원도 통상 거래 규모가 될 수 있다"며 "보고 기준이 과도하게 설정되면 국내 기업들이 국내 거래소를 이용하지 않고 해외 법인으로 거래를 돌릴 가능성이 있다"고 관측했습니다.
서울 서초구 빗썸라운지 시황판에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 시세가 표시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신상민 기자 lmez0810@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충범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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