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원진 기자] 정부가 핵잠수함 도입 계획을 공식화하면서 미국의 협력 여부가 사업 성패를 가를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 등 국내 조선사들의 잠수함 설계·건조 역량은 이미 세계 최고 수준에 근접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핵심인 해군용 원자로 기술 확보에는 미국의 협력이 필수적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기술 이전을 위해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치적 결단뿐 아니라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 의회 승인 절차까지 거쳐야 하는 만큼, 실제 협력까지는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됩니다.
미국 해군의 로스앤젤레스급(LA급) 공격형 핵추진 잠수함 ‘그린빌함’이 부산 남구 해군작전사령부 부산작전기지에 입항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1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장보고 N사업’을 공개하며 핵잠수함 도입 계획을 공식화했습니다. 정부는 오는 2030년대 후반 실전 배치를 목표로 사업을 추진할 방침입니다. 학계에서는 국내 조선사들의 함정 설계·건조 역량이 이미 핵잠수함 건조 수준에 도달했다는 평가입니다.
다만 아직 국내 조선업계가 핵잠수함을 직접 건조한 경험은 없는 만큼, 관련 분야에서 최고 수준의 기술과 노하우를 보유한 미국의 협력이 필수적이라는 분석입니다. 핵심은 미국의 고농축우라늄(HEU) 기반 해군용 원자로 설계 기술로, 핵잠수함은 장기간 잠항 작전을 수행해야 하는 만큼 연료 교체 주기가 길고 출력이 높은 원자로 탑재가 중요하다는 설명입니다.
문제는 기술 이전이 쉽지 않다는 점입니다. 현재 한미 원자력 기술 협력은 ‘2015년 한미 원자력협정’을 기반으로 이뤄지고 있지만, 해당 협정은 민간 원자력 협력을 중심으로 체결돼 핵잠수함과 같은 군사용 기술에는 직접 적용되지 않습니다.
결국 현재로선 트럼프 대통령의 별도 승인이 필요합니다. 미국 원자력법에 따르면 대통령 판단에 따른 예외적 기술 이전이 가능합니다. 단, △협력이 공동 방위를 증대시키고 미 안보에 위험을 초래하지 않을 것 △협력국이 미국과의 상호 방위에 실질적으로 기여하고 있을 것 등의 요건을 충족해야 합니다.
대통령 승인 이후에도 의회 검토 및 승인 절차를 추가로 거쳐야 합니다. 미국 원자력법은 일정 규모 이상의 원자력 협력에 대해 의회 심사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 각료실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업계에서는 기술 이전 가능성을 두고 미국·영국·호주의 안보 협의체인 ‘오커스(AUKUS)’ 사례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지난 2021년 오커스를 출범시키며 호주에 버지니아급 핵잠수함 3척 인도를 약속했습니다. 한국 역시 동맹국이라는 점에서 협력 가능성이 있다는 기대가 나옵니다.
다만 일각에서는 오커스 사례가 기술 이전 가능성의 근거가 되기 어렵다는 분석도 적지 않습니다. 호주는 미국으로부터 핵잠수함을 인도받고 운용 체계를 도입하는 형태인 반면, 한국은 독자 건조를 추진하고 있어 미국 입장에서 기술 유출 우려를 더욱 크게 느낄 수 있다는 이유에서입니다.
트럼프 정부의 회의적인 기류 역시 변수로 꼽힙니다. 트럼프 정부는 최종적으로 호주에 대한 기존 핵잠수함 공급 계획을 유지하기로 했지만, 지난해 하반기, 오커스 체제 전반을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습니다. 이를 두고 트럼프 행정부가 동맹국 무장 증진 신중한 태도를 보일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긴 의회 승인 절차도 부담입니다. 업계에서는 대통령 승인 문턱을 넘더라도 실제 의회 승인과 기술 협력 체계 구축까지는 최소 1년 이상이 걸릴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습니다. 실제 오커스 역시 미 의회의 관련 승인 절차에 약 1년 4개월가량이 소요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조선사들의 잠수함 건조 역량 자체는 이미 세계적인 수준에 올랐다“며 “결국 핵잠수함 사업의 성패는 미국의 정책적 판단과 외교적 협의에 달려 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원진 기자 blue45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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