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 돌려막기 줄었지만 '질' 나빠졌다
현금서비스, 25년간 371조→55조 감소
리볼빙 6.7조·다중채무 450만명 '역대급'
2026-06-02 15:04:57 2026-06-02 15:04:57
[뉴스토마토 신수정 기자] 2000년대 초 카드사태를 촉발했던 현금서비스 중심의 '돌려막기'는 크게 줄었지만, 리볼빙(일부 결제이월)과 다중채무가 늘어나는 등 부채의 질은 더 악화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2일 여신금융협회 여신금융연구소 신용카드 관련 통계에 따르면 국민총소득이 2000년 671조3724억원에서 2025년 2709조101억원으로 4배가량 성장하는 동안, 신용카드 사업별 이용금액은 △일시불 25배(33조6949억→852조8462억원) △할부 11배(15조702억→169조3999억원) △카드론(장기카드대출) 4배(11조800억→45조2394억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반면 같은 기간 현금서비스 이용금액은 88조9844억원에서 55조1569억원으로 대폭 감소했습니다. 2002년 정점이던 371조7366억원과 비교하면 약 85% 줄었고, 2000년과 비교해도 약 40% 가량 감소했습니다.
 
2000년 당시 현금서비스 이용금액(88조원)은 일시불 이용금액(33조원)의 2.6배에 달할 정도로 카드 사용의 상당 부분이 단기 자금 조달에 집중돼 있었습니다. 그러나 카드사태 이후 건전성 규제가 강화되면서 2005년부터는 일시불 이용금액이 현금서비스를 추월하기 시작했습니다. 현금서비스와 카드론 비중 역시 초기에는 각각 88.9%, 11.1%였지만 지난해에는 54.9%, 45.1%로 격차가 크게 좁혀졌습니다.
 
과거 1998년 IMF 외환위기 이후 정부는 소비 활성화와 내수 진작, 지하경제 축소 등을 위해 신용카드 규제를 대폭 완화했습니다. 카드사들은 상환능력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저신용자에게까지 무분별하게 카드를 발급하며 회원 유치 경쟁을 벌였고, 현금서비스로 다른 카드사의 결제대금을 갚는 이른바 '돌려막기'가 성행했습니다.
 
결국 2002년 상환 여력을 잃은 소비자들이 급증하면서 신용불량자가 대거 발생했고, 연체채권이 누적된 카드사들도 대규모 부실에 직면했습니다. 이후 정부는 2003~2004년 카드업권과 신용불량자 문제에 대한 종합대책을 추진했고, 카드 이용 행태는 대출 중심에서 소비 중심으로 재편됐습니다.
 
최근에는 모바일뱅킹과 간편결제 확산, 인터넷은행 비상금대출과 핀테크 소액대출 등 대체 금융서비스 등장으로 현금서비스 수요도 분산됐습니다.
 
다만 현금서비스 감소가 곧 가계부채 건전성 개선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일부 수요가 리볼빙 등 다른 형태의 단기 신용공여로 이동하면서 채무 구조가 오히려 복잡해졌습니다. 리볼빙은 이번 달 카드 결제대금 중 일부만 갚고 나머지를 다음 달 이후로 넘기는 서비스입니다. 당장 상환 부담을 줄일 수 있지만 높은 수수료가 장기간 누적될 경우 부채 부담이 커질 수 있습니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국내 9개 카드사의 결제성 리볼빙 이월잔액은 6조7065억원으로 전월보다 340억원 증가했습니다. 2023년 말에는 7조5115억원으로 여신금융협회 공시 이래 최대치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다중채무도 역대 최대 수준입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최기상 민주당 의원이 한국은행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3곳 이상 금융회사에서 대출을 받은 다중채무자는 450만5000명, 대출잔액은 558조6000억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이는 한국은행이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12년 이후 가장 많은 수준입니다.
 
여신업권 관계자는 "카드사들의 건전성 관리 강화와 함께 현금서비스 이용이 신용점수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된 점 등이 이용 감소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다른 카드업계 관계자는 "대출 문턱이 높아지면서 취약차주들이 고금리를 감수하고 리볼빙이나 단기 신용공여를 마지막 수단으로 활용하는 경우가 있다"며 "업계도 현금서비스보다 카드론 중심으로 경쟁력을 강화하는 분위기"라고 말했습니다.
 
신용카드와 리볼빙 신청 사이트. (사진=연합뉴스)
 
신수정 기자 newcrystal@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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