팹 완공에 5~6년…메모리 초호황 그때까지 이어질까
삼성·SK, AI 수요 겨냥 선제 투자…구조적 성장 기대
중국 추격·하이퍼스케일러 투자 둔화 여부 최대 변수
2026-07-01 14:51:33 2026-07-01 15:00:15
[뉴스토마토 이보라 기자] 삼성전자(005930)SK하이닉스(000660)가 서남권 신규 메모리 팹 투자 계획을 내놓으면서 2030년대 초·중반 신규 공장이 본격 가동될 때까지 인공지능(AI) 메모리 초호황이 이어질지 관심이 쏠립니다. 업계에서는 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에 힘입어 메모리 공급 부족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합니다. 다만 글로벌 하이퍼스케일러(초대형 클라우드 사업자)들의 AI 투자 지속 여부와 중국 업체들의 기술 추격 속도가 장기 메모리 업황을 좌우할 핵심 변수로 꼽힙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1일 업계에 따르면 시장조사업체 옴디아는 글로벌 메모리 시장 규모가 올해 약 2000억달러에서 2030년 8000억달러로 5년 만에 4배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와 AI 서버 한 대당 메모리 탑재량 증가로 메모리 시장의 구조적 성장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메모리 가격도 상승세입니다. 트렌드포스는 AI 서버 수요 확대와 메모리 업체들의 HBM·서버용 제품 중심 생산 확대 등으로 인해 올해 2분기 범용 D램 계약가격이 전 분기 대비 58~63%, 낸드플래시 계약 가격은 70~75% 오를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삼성과 SK가 이번에 발표한 서남권 신규 팹 투자는 2030년 이후 AI 메모리 수요를 겨냥한 선제 투자로 해석됩니다. 반도체 팹은 착공부터 양산까지 최소 5~6년이 걸리는 데다 전력과 용수 등 기반시설 구축까지 감안하면 본격 가동 시점은 2030년대 초중반이 유력합니다. 인프라 구축 속도에 따라 이보다 더 늦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양사도 미래 수요를 근거로 신규 생산 거점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SK는 용인 클러스터만으로는 미래 메모리 수요를 충족하기 어렵다고 봤고, 삼성도 용인 국가산단 이후 새로운 단지를 준비해야 하는 시점이 앞당겨졌다고 설명했습니다. 
 
SK와 삼성의 투자에는 메모리 시장이 구조적 성장 국면에 진입했다는 판단이 깔려 있는 것으로 분석됩니다. HBM은 일반 D램과 달리 제조 공정이 복잡하고 고객사 인증에도 긴 시간이 필요해, 단기간에 공급 확대가 쉽지 않습니다. 여기에 글로벌 하이퍼스케일러들의 AI 데이터센터 투자가 이어지고 있고, AI 학습을 넘어 추론과 AI 에이전트, 피지컬 AI 등으로 메모리 수요처도 빠르게 확대되고 있습니다. 과거 PC와 스마트폰 중심의 메모리 사이클과 달리 AI 인프라가 새로운 수요 축으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입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가 탑재되는 기기가 늘어날 때마다 메모리 시장도 계단식으로 성장해 왔다”며 “AI 서버를 비롯한 새로운 수요처가 계속 생기고 있어 시장 규모를 예측하기 어려울 정도로 성장 속도가 빠르다”고 말했다.
 
다만 변수도 있습니다. AI 인프라 투자가 2030년대까지 지금과 같은 속도로 이어질 수 있을지가 관건입니다. 로이터는 이번 투자와 관련해 메모리 가격은 결국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되며, 향후 10년간 공격적인 설비투자가 장기적으로 공급 과잉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전문가 분석을 소개했습니다. 현재 메모리 호황 역시 글로벌 하이퍼스케일러들의 AI 투자가 지속된다는 전제에서 가능하다는 분석입니다. 삼성전자 내부에서도 비슷한 신중론이 제기됐습니다. 경계현 삼성전자 고문은 지난 5월 한 행사에서 “2027년, 특히 2028년은 조심해야 한다”고 언급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왼쪽), 최태원 SK 회장이 지난달 29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업계에서는 중국 업체들의 증설이 본격화되는 시점과 맞물려 메모리 시장의 변곡점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습니다. 실제 중국 최대 D램 업체인 CXMT는 생산능력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으며, 마이크론 역시 미국 아이다호 신규 팹 건설과 대만 PSMC 인수 등을 추진하는 등 글로벌 메모리 업체들의 증설 경쟁도 본격화되고 있습니다. 특히 중국 업체들이 기술 격차를 얼마나 빠르게 좁히느냐가 향후 메모리 시장의 향방을 가를 요인 중 하나로 지목됩니다.
 
한 반도체학과 교수는 “과거 반도체 경기는 PC나 스마트폰 같은 소비시장 수요가 좌우했지만 지금은 AI 기업들의 데이터센터 투자 규모가 시장을 결정하고 있다”며 “AI 투자가 계속되는 한 메모리 시장도 성장하겠지만 투자 사이클이 둔화되는 시점에는 업황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결국 그때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중요하다”고 했습니다.
 
이보라 기자 bora1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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