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지유 기자] 주요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가 빠르게 오르면서 상단이 연 7.5%를 넘어섰습니다. 한국은행의 추가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과 은행권의 대출 총량 관리가 맞물리면서 연내 주담대 금리가 8%대에 진입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는데요. 내 집 마련을 계획 중인 실수요자들이 고금리 부담을 떠안고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자금 조달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시장금리 인상 압박 지속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5년 고정형 주담대 금리는 전날 기준 연 4.79~7.52%로 집계됐습니다. 지난 5월 말(4.26~7.10%)과 비교하면 하단은 0.53%p, 상단은 0.42%p 올랐습니다.
금리 상승의 직접적인 배경은 시장금리 상승이 있습니다. 고정형 주담대의 기준이 되는 은행채 5년물(AAA·무보증) 금리는 같은 기간 연 4.207%에서 4.478%로 0.271%p 올랐습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한 데 이어 추가 긴축 가능성까지 제기되면서 채권금리가 상승했고 이는 대출금리에 반영되고 있습니다.
변동금리도 상승 흐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현재 5대 은행의 변동형 주담대 금리는 연 4.17~6.88% 수준입니다. 변동금리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COFIX)가 지속적으로 상승하면서 변동형 주담대 금리 상단도 조만간 7%를 넘어설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한국은행도 기준금리를 인상한 상황에서 추가 인상 가능성도 제기되면서 이 같은 분위기가 현실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기준금리가 연 2.75%에서 연 3.50%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데요. 기준금리 인상은 시장금리 상승으로 이어지고 결국 가계 대출금리 부담도 더욱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은행들의 자체적인 대출 관리도 금리 상승을 부추기고 있습니다.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관리 기조에 맞춰 은행들은 가산금리를 높이거나 우대금리를 축소하며 대출 문턱을 높이고 있는데 금리 상승과 대출 규제가 동시에 진행되면서 실수요자의 자금 조달 여건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습니다.
주담대 금리가 연 8%를 넘어서면 2023년 1월 이후 약 3년 6개월 만에 처음입니다. 정책금융상품도 예외는 아닙니다. 한국주택금융공사의 7월 아낌e보금자리론은 10년 만기(4.90%)를 제외한 15·20·30·40·50년 만기 금리가 모두 연 5%를 넘어섰고 보금자리론 금리가 5%대로 올라선 것도 2022년 말 이후 처음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대출 규제 강화에 은행 문턱 높아
대출 심사 역시 갈수록 까다로워지고 있습니다. 한국은행의 '금융기관 대출행태 서베이'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국내은행의 대출태도지수는 -7을 기록했는데요. 지난해 2분기 이후 6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로 은행들이 대출 심사를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규제 강화 기조에 은행들은 강력한 대출 제한 조치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KB국민은행은 주담대 한도를 최대 6억원에서 3억원으로 축소했고, 신한은행은 대출 모집인을 통한 신규 주담대 접수를 중단했습니다.
하나은행도 오는 9월 실행 예정인 주담대와 전세대출의 모집인 접수를 중단했으며 우리은행은 영업점별 주택 관련 대출 월 취급 한도를 30억원에서 10억원으로 줄였습니다. 5대 은행은 모기지신용보험(MCI)과 모기지신용보증(MCG) 신규 가입도 제한하고 있으며, SC제일은행도 지역별 대출 총량 관리에 들어갔습니다.
대출 총량 관리 압박도 커지고 있습니다. 5대 은행의 정책대출을 제외한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 15일 기준 649조6612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4조6851억원 증가했습니다. 올해 은행권에 배정된 총량 증가 목표(4조3363억원)를 이미 약 8% 초과한 수준입니다. 특히 5대 은행 가운데 3곳은 연간 목표치를 40~50% 웃도는 실적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은행들은 하반기 들어 대출 증가 속도를 억제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입니다. 신한은행은 마이너스통장 만기 연장 시 한도를 최대 20% 줄이고 있으며, KB국민은행은 연말까지 가계 신용대출 중도상환수수료를 면제해 기존 대출 상환을 유도하고 있습니다.
통상 연말로 갈수록 '대출 절벽'이 가시화되지만 올해는 예년보다 일찍 대출 문이 닫힐 수 있다는 공포감이 조성되고 있습니다. 자금 조달이 시급한 실수요자들은 대출 문이 닫힐 수 있다는 심리적 압박감에 고금리 부담에도 불구하고 은행 창구로 향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가을 이사철이 다가오면서 잔금을 치러야 하거나 연내 내 집 마련을 계획 중인 실수요자들의 고민이 커지고 있습니다. 직장인 김모씨는 "집을 마련하려고 대출을 알아봤는데 금리도 계속 오르고 한도도 줄어 예산을 다시 짜야 하는 상황"이라며 "몇 달 사이 부담이 크게 늘어 내 집 마련 계획을 미룰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결혼을 앞둔 예비 신혼부부 이모씨도 "전세대출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은행마다 한도가 줄고 심사도 까다로워져 계약 자체가 불안해졌다"며 "실수요자까지 대출받기 어려워지는 분위기라 걱정이 크다"고 토로했습니다.
은행권 관계자는 "가계대출 증가 속도가 예상보다 빠른 만큼 총량 관리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기준금리 추가 인상까지 현실화될 경우 대출금리 상승과 대출 규제가 동시에 이어질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서울 시내 한 금융기관에 주택담보대출 상품 안내문이 게시돼 있다. (사진=뉴시스)
이지유 기자 emailgpt12@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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