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유미 기자] 정부가 퇴직연금 위험자산 투자 한도 상향을 검토하면서 노사 단체와 관계 부처 의견 수렴에 나섰습니다. 가입자들의 규제 완화 요구를 반영해 제도 개선을 논의하고 있지만, 최근 증시 조정으로 안전자산의 필요성이 다시 부각된 데다 정부 내부에서도 추진 방식과 상향 수준을 둘러싼 의견 차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23일 고용노동부와 금융투자업계 등에 따르면 정부는 퇴직연금 위험자산 투자 한도 조정 여부를 놓고 노동계와 사용자단체 등을 대상으로 의견을 수렴하고 있습니다.
고용노동부 퇴직연금복지과 관계자는 "노동계와 사용자단체를 대상으로 최근 한 달 전부터 위험자산 한도 완화에 대한 의견을 청취했다"며 "단계적 완화나 일부 상품에 한정하는 방안 등 다양한 의견이 제시됐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현재는 이해관계자 의견을 듣고 검토하는 단계로, 상향 여부나 수준 모두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노동부는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재정경제부 등 관계 부처와도 관련 논의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논의는 매주 진행되는 기금형 퇴직연금 도입을 위한 실무작업반 회의에서 함께 이뤄지고 있습니다.
앞서 노동부는 지난달 10일부터 이틀 동안 서울 중구 직업능력심사평가원에서 '계약형 퇴직연금 개편 워크숍'을 열고 위험자산 투자 한도 조정을 포함한 제도개선 방안을 논의했습니다. 노동부는 이 자리에서 DC형·IRP의 위험자산 투자 한도를 현행 70%에서 100%로 확대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습니다.
정부가 제도 개선을 검토하는 배경에는 가입자들의 민원도 있었습니다. 현재 퇴직연금은 위험자산 투자 비중이 원칙적으로 70%로 제한됩니다. 하지만 최근 주가 상승으로 자산 비중이 자연스럽게 한도를 넘는 사례가 늘면서 규제 완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는 설명입니다.
현재도 퇴직연금은 디폴트옵션이나 적격 ETF 등 감독규정상 안정성이 인정된 일부 상품의 경우 100%까지 편입이 가능합니다. 이 때문에 일반 위험자산 한도를 유지하더라도 자산 배분을 통해 실제 위험자산 비중을 90% 안팎까지 높일 수 있습니다.
반면 최근 증시 조정은 현행 제도의 안전판 역할도 확인시켰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최근 증시 급락으로 퇴직연금의 안전자산 비중이 손실을 일부 완충하면서 위험자산 한도 확대를 둘러싼 분위기도 달라지고 있습니다. 노동부는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재확인한 결과 시장 변동성을 고려해 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늘어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정부 부처 간에도 다소 이견이 있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상향 수준과 추진 방식 등을 놓고 금융위원회·기획재정부와 고용노동부 간 의견 차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다만 노동계 측에서는 퇴직연금 위험한도를 100%까지 상향하는 방향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입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전일 성명을 내고 ”“시장 위험이 최고조에 달한 국면에서 위험자산 100%의 포트폴리오를 허용한다면, 은퇴 직전 자산 평가액이 폭락하는 시퀀스 리스크에 노출돼 수많은 은퇴 예정자의 노후자산을 훼손할 수 있다”며 “최소한의 안전장치인 안전자산 30% 규정을 폐지하는 것은 국가가 스스로 노동자의 노후자산을 위험에 방치하는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신유미 기자 yumix@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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