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양균 기자] HK이노엔을 지배하는 콜마그룹 창업주 일가의 분쟁이 장남 윤상현 콜마홀딩스 부회장의 단독 체제로 막을 내리면서 그룹 재편이 가속화될 전망입니다. 경영 분쟁은 HK이노엔에 직접 영향을 미치지 않았지만, 분쟁의 결과로 촉발된 지배구조 재편이 HK이노엔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높습니다. HK이노엔은 시장의 여러 전망에 대해 현 주력 사업에 집중하겠다는 기본 입장을 분명히 했습니다.
지난 4월 윤여원 전 대표가 콜마비앤에이치를 사임하고, 5월 윤동한 회장이 윤상현 부회장에게 제기했던 주식 반환 소송을 취하하기로 하면서 콜마그룹 내 경영 분쟁은 일단락됐습니다. 그러자 시선은 그룹 내 핵심 기업인 HK이노엔에 대한 재편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점쳐지고 있습니다. 그간 경영 분쟁 과정에서 주가 하락을 면치 못했던 콜마홀딩스와 달리 손자회사인 HK이노엔은 분쟁의 영향을 받지 않았습니다.
회사 주가도 콜마홀딩스와는 정반대의 패턴을 보이는 디커플링(decoupling)이 뚜렷했습니다. 실제 분쟁 장기화에 따라 콜마홀딩스 주가가 8000원대로 급락하던 때에도 HK이노엔은 상승을 유지, 지난 2월24일 장중 5만8600원까지 상승했습니다. 콜마BNH 지분을 둘러싼 분쟁이 격화되던 시점인 8월에도 HK이노엔 주가는 5만3100원을 기록했습니다.
HK이노엔이 향후 그룹 재편의 중심으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콜마BNH와의 합병설을 회사에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인포그래픽=뉴스토마토)
이처럼 분쟁의 영향권 밖에 있던 HK이노엔이 정작 분쟁 종결 이후 사업 재편의 중심으로 부상하는 이유는 단지 그룹의 핵심 사업을 맡고 있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시장에서는 그룹을 둘러싼 ‘공기’가 바뀌었다는 점에 주목합니다. 윤 부회장 1인 체제가 굳어지면서 재편 추진 동력 및 명분이 확보된 상황이라는 겁니다. 특히 사업 재편의 한 축으로 HK이노엔과 콜마BNH와의 합병이 진행되면, 소위 우량이 부진을 떠안는 형태로 일정 부분 리스크가 발생할 여지가 있다는 점을 두고 여러 추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HK이노엔-콜마BNH 합병 시나리오
윤상현 부회장 체제하에서 진행될 여러 사업 재편의 방향에는 HK이노엔이 계속 거론됩니다. 앞서 거론한 콜마BNH와의 합병을 포함해 △한국콜마의 HK이노엔 지분 이동 △HK이노엔에 대한 재편 재원으로 동원 △콜마비앤에이치 매각 등의 시나리오가 대표적입니다. 아직 확정되지도 않은 합병과 관련해 시장의 우려는 다름 아닌 실적 부진 탓입니다.
콜마BNH의 지난 2020년 별도 기준 956억원이던 영업이익은 2024년 239억원으로 75% 급감했고, 영업이익률도 17.8%에서 5.1%로 줄어들었습니다. 현재 회사 주가는 1만5150원 수준. 2020년 8월 고점 7만2900원이었던 당시보다 80% 넘게 급락한 상태입니다. 2조원이 넘던 시가총액도 4454억원으로 감소한 상태입니다. 즉, 제약바이오기업들이 건강기능식품 시장에 뛰어들면서 극심한 경쟁으로 매출은 늘어도 영업이익은 감소하며 수익성은 계속 이는 상태가 유지되고 있다는 말입니다. 때문에 합병이 이뤄질 시 HK이노엔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추정이 나오는 상황. 한 업계 관계자는 “합병 여부는 윤 부회장의 결정과 이사회 결의에 따르기 때문에 이는 시나리오에 불과하다”면서도 “합병해도 우려하는 만큼 HK이노엔 주가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또한 HK이노엔에 대한 그룹의 지배력도 이전보다 커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현재 한국콜마는 HK이노엔 지분을 43.01% 보유하고 있습니다. 콜마홀딩스는 한국콜마 지분 26.31%를 보유하며, HK이노엔에 대한 지배력은 약 11.3% 수준입니다. 관련해 윤상현 부회장은 콜마홀딩스 지분 30.25%를 보유한 최대주주입니다. 콜마홀딩스의 HK이노엔에 대한 지배력이 낮은 점도 지배구조 재편 가능성이 제기되는 이유입니다. 이를 위해 한국콜마의 HK이노엔 지분이 이동될 수 있다는 시나리오입니다. 이때의 리스크는 지분 이동에 따른 블록딜이나 현물출자 등의 동반으로 오버행이 HK이노엔 주가에 부담으로 작용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와 함께 사업 재편의 불확실성 역시 HK이노엔에 리스크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재편 방향이 정해지지 않으면 결국 HK이노엔의 밸류에이션을 누르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고, 실적이 좋아도 어떻게 재편될지 모른다는 점이 투자심리에 일부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HK이노엔은 주력 제품인 ‘케이캡’을 필두로 흔들림 없이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습니다. 회사 관계자는 “케이캡의 올해 상반기 누적 원외처방실적은 1200억원이며, 지난 4월 국산 신약 단일제 중 최초로 누적 원외처방실적 1조 원을 돌파했다”며 “6번째 적응증인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NSAIDs) 투여와 관련된 소화성궤양 예방을 허가받아 치료 영역을 확장하며 P-CAB 시장 리더로서 독보적인 위치를 구축했다”고 밝혔습니다.
아울러 “케이캡은 55개국과 기술수출 및 완제 수출 계약을 체결했으며, 20개국에 출시됐고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 승인을 앞두고 있다”면서 “케이캡뿐만 아니라 수액제 등 전문의약품 시장에서의 성과를 이끌 계획이며, H&B 부문에서 숙취해소제 컨디션, 슬로에이징 뷰티 브랜드 비원츠 등 젊은 세대를 타깃으로 여러 영업마케팅 활동을 통해 브랜드 입지를 강화할 계획”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김양균 기자 kyu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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