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노멀 된 반도체 ‘LTA’…메모리 3사, 2030년까지 54조 선불 계약
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에 메모리 확보 경쟁
장기공급계약 추세, 메모리 업계 전반 확대
세트사 원가 부담 ↑…공급 부족 장기화 전망
2026-08-10 16:34:01 2026-08-10 16:44:49
[뉴스토마토 안정훈 기자] 글로벌 빅테크 기업을 중심으로 메모리 공급 경쟁이 심화하면서 장기공급계약(LTA)이 ‘뉴노멀’로 부상했습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미국 마이크론 등 ‘메모리 3사’가 여러 고객사들과 오는 2030년까지 LTA를 체결하고 합산 380억달러(약 53조8223억원)의 선불금을 받는 등 메모리에 대한 막대한 수요가 계약 관계를 변화시키고 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다만, 메모리 수요를 공급이 여전히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데다, 한정된 생산량 역시 장기계약으로 묶여 완제품 제조사의 원가 부담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옵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사옥. (사진=연합뉴스)
 
10일 Wccftech 등 외신을 종합하면, 메모리 3사는 빅테크 기업 등 주요 고객사와 LTA 체결을 잇따라 확대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르면 마이크론이 약 16개 파트너사로부터 220억달러(약 31조1564억원)의 계약금 가운데 180억달러(약 25조4880억원)를 현금으로 확보하고, SK하이닉스도 고객사 10여곳으로부터 선금을 받았습니다. 삼성전자 역시 주요 고객사와 5년 계약을 체결하고 약속한 금액의 25%를 선불로 받았습니다.
 
업계는 LTA 확산으로 통상의 메모리 거래 방식도 달라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이전까지는 메모리 제조사가 일정 수량의 제품을 생산해 재고를 확보하고 고객사가 필요한 만큼 구매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었다면, 이제는 고객사가 필요한 물량을 미리 제시하고 이에 맞춰 생산하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와 유사한 거래 방식으로 전환되고 있습니다.
 
단기계약에서 장기공급계약으로 전환되는 것도 이 같은 변화의 연장선으로 분석됩니다. 업계 관계자는 “빅테크 기업으로서는 기술 변화 때마다 그에 맞는 신제품이 필요한데, (메모리) 제조사 입장에서 신제품에 맞는 생산시설을 갖추는 데만 해도 시간이 걸린다”며 “고객 수요에 맞춰 제조사들도 장비에 투자해야 한다. LTA란 이 과정 전체를 고려한 총체적인 계약인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지난 3월 삼성전자가 미국 새너제이에서 열린 엔비디아 GTC 2026에 참석해 HBM4E를 전시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이러한 LTA 확산은 빅테크 기업들의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 확대 기조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됩니다. 실제로 구글의 모기업 알파벳과 메타 등 주요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설비투자 비용을 늘리는 등 필요한 메모리를 선제적으로 확보하려는 움직임도 강해지고 있습니다. 메모리 제조사도 장기 공급처를 확보하면서 생산 계획을 안정적으로 세울 수 있다는 점에서, LTA 확대는 수요·공급 양측의 이해관계에 맞아떨어진 흐름으로 풀이됩니다.
 
다만, 메모리 제조사가 LTA 체결을 통해 일부 빅테크 기업에 생산능력을 우선 배정하면서, 메모리를 핵심 부품으로 삼는 완제품 제조사의 공급난도 심화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지난달 삼성전자는 2분기 실적 발표 후 컨퍼런스콜에서 “거의 모든 고객사가 LTA를 요청해 제한된 생산능력으로 모든 공급 요청에 대응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LTA 고객사 외 수요에도 대응할 수 있도록 공급 유연성을 확보하고자 전체 생산량의 60~70% 수준에서 장기계약을 체결할 계획”이라고 했습니다. 전체 생산량의 상당 부분을 장기계약으로 묶되, 나머지 물량은 시장 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전략입니다.
 
이에 따라 스마트폰 등 국내 완제품 제조사의 부담도 장기화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업계 관계자는 “메모리 제조사가 있는 삼성전자도 원가 부담으로 시름한다. 반도체 업체들로서는 서버용 제품 수익률이 워낙 좋으니, 모바일용 제품을 만들 필요가 없는 것”이라며 “HBM과 범용 D램이 연쇄적으로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전 세계 공통의 메모리 부족 상황에서, 제조사들의 이익이 늘어나는 구조가 이어질 것”이라고 했습니다.
 
안정훈 기자 ajh7606311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0/300

뉴스리듬

    이 시간 주요 뉴스

      함께 볼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