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배덕훈 기자] 국내 주요 대기업들의 영업이익이 1년 새 큰 폭으로 늘었지만, 미래 성장을 위한 투자는 제자리걸음을 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제외하면 대기업들의 중장기 설비투자인 자본지출(캐펙스)은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서울 도심 속 마천루의 모습. (사진=뉴시스)
25일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가 매출 기준 국내 500대 기업 가운데 전년과 비교 가능한 331곳의 실적과 투자 현황을 분석한 결과 올해 반기 기준 이들 기업의 영업이익은 392조801억원으로 전년 동기(113조4300억원) 대비 245.7%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반면, 캐펙스는 147조6937억원에서 147조6966억원으로 29억원(0.002%) 증가하는 데 그쳤습니다. 캐펙스는 ‘자본적 지출’의 약자로 기업이 생산·영업이 계속 사용할 공장이나 건물, 기계장치, 데이터센터 등과 같은 장기 자산을 새로 취득하거나 확충·개선하는 데 투입하는 금액을 의미합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제외하면 대기업들의 실적과 투자의 엇박자는 더욱 뚜렷해집니다. 삼성전자의 캐펙스는 28조8704억원에서 32조9603억원으로 14.2% 증가했고, SK하이닉스도 11조762억원에서 71.5% 늘어난 18조9940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이에 반해 나머지 329곳의 캐펙스는 107조7471억원에서 95조743억원으로 11.1% 줄었습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1년 새 케팩스를 12조77억원 늘리는 동안, 나머지 329곳의 투자는 약 12조48억원 감소한 것으로 ‘삼전닉스’의 투자 확대가 다른 기업들의 감소분을 사실상 전부 상쇄한 셈입니다.
삼전닉스를 제외한 기업들의 투자 감소를 자금 여력 부족으로 보기도 어려웠습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회사를 제외한 329곳의 영업이익은 85조4153억원에서 147조2020억원으로 72.3% 늘었습니다. 현금 및 현금성자산도 334조5502억원에서 417조6134억원으로 24.8% 증가했습니다. 수익성과 보유 현금이 동시에 개선됐지만, 투자 증가로 이어지지 않은 것입니다.
업종별로도 투자 방향이 크게 갈렸습니다. 이차전지와 석유화학의 투자 감소 폭이 가장 두드러진 가운데, 방산과 조선 등에서는 투자가 확대됐습니다. 먼저, 이차전지 업종의 총 캐펙스는 11조6078억원에서 6조1551억원으로 47.0% 감소했습니다. 기업별로는 SK온의 캐펙스가 2조4210억원에서 9714억원으로 59.9% 줄어 감소율이 컸고, 금액 기준으로는 LG에너지솔루션이 6조1998억원에서 3조3796억원으로 2조8202억원(45.5%) 축소하면서 감소 폭이 두드러졌습니다.
석유화학 역시 전체 캐펙스가 20조5698억원에서 12조5272억원으로 38.8% 감소했습니다. 롯데케미칼은 9473억원에서 3332억원으로 64.8%, 한화솔루션이 1조1114억원에서 4606억원으로 58.6% 감소했습니다. 대규모 시설투자를 이어왔던 주요 업체들도 투자 규모를 낮췄습니다. LG화학은 7조6815억원에서 4조3236억원으로 43.7%, 한화는 3조4730억원에서 2조307억원으로 41.5%, SK이노베이션은 3조178억원에서 2조355억원으로 32%대 감소율을 보였습니다.
반면, 방산업 캐펙스는 1조847억원에서 1조4983억원으로 38.1% 증가했습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6573억원에서 8114억원으로 23.4% 늘었고, 한국항공우주(KAI)도 1113억원에서 3220억원으로 189.2% 증가했습니다. 조선·기계·설비 업종도 1조1671억원에서 1조4069억원으로 20.5% 늘었습니다. 한화오션은 1620억원에서 3059억원으로 88.8%, HD건설기계는 780억원에서 1681억원으로 115.5% 늘었습니다. 특히 현대엔지니어링은 170억원에서 1079억원으로 500% 넘게 증가했습니다.
배덕훈 기자 paladin70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