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종용 기자] 금융감독원의 지방 이전 비용이 수천억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금융권이 추가로 짊어져야 할 금액만 1000억~12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됐습니다. 금감원 운영 재원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감독분담금이 꾸준히 증가해 온 상황에서 이전 비용까지 가산되면 금융사의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감독분담금 5년 새 25% 증가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가 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을 추진하면서 금감원의 지방 이전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습니다. 금감원 이전에는 사옥 마련과 업무시설 구축, 전산시스템 이전 및 이중화 등을 포함해 수천억 원의 비용이 들어갈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전체 이전 비용은 3000억원 안팎으로 추정됩니다.
금감원 노조는 이 가운데 금융사들이 감독분담금 등을 통해 추가로 떠안을 비용이 약 1000억~1200억원에 이를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금감원 노조 관계자는 "매년 늘어나는 감독·검사 업무 수요와 지방 이전 이후 추가로 발생할 출장비 등 경상비용은 포함하지 않은 보수적인 추산"이라고 말했습니다.
금감원은 정부 일반회계로 운영되는 행정기관이 아니라 금융사 등이 내는 분담금을 주요 재원으로 운영하는 무자본 특수법인입니다. 금감원 수입은 금융사에 부과하는 감독분담금과 기업이 주식·채권 등을 발행할 때 내는 발행분담금, 한국은행 출연금 등으로 구성됩니다. 이 중 감독분담금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금감원은 연간 필요한 예산 가운데 발행분담금과 기타 수입 등으로 충당하지 못하는 부분을 감독분담금으로 금융사에 부과하고 있습니다.
감독분담금은 금융사가 금감원의 감독·검사 서비스를 제공받는 대가로 부담하는 일종의 수수료입니다. '금융위원회의 설치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금감원의 검사 대상 금융기관이 납부하며, 각 업권이 실제로 유발하는 감독 수요와 부담 능력을 반영해 금액을 나눕니다.
금융사들의 감독분담금 부담은 매년 늘고 있습니다. 감독분담금은 2021년 2654억원에서 2022년 2872억원, 2023년 2980억원, 2024년 3029억원으로 꾸준히 확대됐습니다. 작년에는 3308억원으로 전년보다 279억원 증가했습니다.
특히 지난해 금감원 전체 예산이 4489억원으로 전년보다 330억원 늘었는데, 감독분담금 증가액이 279억원으로 전체 예산 증가분의 약 85%를 차지했습니다. 지난해 전체 예산에서 감독분담금이 차지한 비중도 74%에 달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지방 이전 비용이 추가로 발생할 경우 금융사 입장에서는 적지 않은 부담입니다. 이전 비용을 여러 해에 걸쳐 나눠 분담하더라도 기존 감독분담금에 이전 비용이 더해지기 때문입니다.
이전 비용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금감원이 지방으로 본원을 옮기더라도 주요 금융사와 금융지주 본사 대부분이 서울에 있는 만큼 서울에 별도 사무 공간을 유지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금융협회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지방으로 이전하더라도 서울에서 가교 역할을 할 사무 공간이 필요할 텐데, 업권별 금융협회에 공간 마련을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을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사진=뉴시스)
서울 거점 유지 땐 운영비 지출 지속
금감원 노조에 따르면 현재 금융사 본점의 91%, 현장검사 대상의 88%, 금융민원의 81%가 수도권에 집중돼 있습니다. 금감원이 지방으로 이전하면 검사와 인허가, 금융사 임직원 면담 등을 위해 직원들이 수도권을 오가는 일이 잦아질 수밖에 없다는 게 노조 측 주장입니다.
금융권에선 지방 이전 비용까지 감독분담금으로 충당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검사·감독 업무를 수행하는 데 직접 필요한 비용과 달리 사옥 이전이나 직원 주거·통근 지원비 등은 정부의 지역균형발전 정책에 따라 발생하는 비용이기 때문입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감독분담금이 감독 서비스에 대한 대가라는 성격을 고려하면 이전 비용과 통상적인 감독 비용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면서 "지방 이전 정책과 별개로 비용 부담 원칙부터 명확하게 정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감독분담금은 그간 사실상 '준조세' 성격이라는 지적을 받아왔습니다. 법인세나 각종 부담금과 달리 감독기관 운영에 필요한 비용을 감독 대상 회사가 직접 부담하는 구조라 금융권에서는 금감원 예산이 늘어날 때마다 분담금 산정의 적정성과 투명성을 문제 삼아왔습니다.
지방 이전에 따른 비용이 결국 금융소비자에게 전가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금감원 노조 역시 지방 이전으로 감독 비용이 증가하면 금융사들의 감독분담금이 늘어나고, 장기적으로 대출금리나 금융상품 수수료 등을 통해 소비자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감독분담금은 금융사의 판매관리비 등 영업비용으로 반영되는 만큼 분담금이 지속적으로 늘어나면 금융사의 비용 부담도 커지게 된다"며 "비용 증가가 누적될 경우 상품 가격이나 수수료 산정 과정에 간접적으로 반영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방 이전에 따른 비용 부담이 결국 금융상품 가격이나 수수료 등에 반영될 경우 금융소비자가 간접적으로 비용을 떠안을 수 있는 만큼 관련 법·제도를 손질하는 과정에서 이전 비용의 재원 조달 방식 등을 면밀히 따져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지난 24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예금보험공사 노조와 금융감독원 노조가 예보기구 및 감독기구의 일방적 지방 이전 반대 입장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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