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지유 기자] 금융당국과 국책은행의 지방 이전 추진을 두고 여의도 해당 직원들의 우려가 깊어지고 있습니다. 맞벌이 부부의 보육 문제부터 자녀 교육, 배우자의 직장, 연로한 부모 돌봄까지 개개인이 처한 현실적 난관이 만만치 않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수도권에 집중된 금융 인프라와 떼어놓을 수 없는 업무 특성까지 더해지면서 현장의 혼란과 불안감이 점차 확산하는 모양새입니다.
27일 금융감독원 어린이집 앞에서 기자와 마주친 금감원 직원 김모씨는 "요즘 어린이집에서 저녁 8시까지 아이를 봐주는 곳이 흔하지 않다"며 직장 내 어린이집 이야기가 나오자 한숨부터 내쉬었습니다.
금감원 1층에 있는 어린이집은 직원들에게 단순한 복지시설 이상의 의미입니다. 오전 8시에 문을 열어 출근 전 아이를 맡길 수 있고 오후 4시부터는 연장 보육이 시작됩니다. 오후 8시까지 운영되기 때문에 업무가 늦어지는 날에도 아이를 맡길 수 있습니다.
여의도 금감원 건물 1층에 위치한 어린이집. (사진=이지유 기자)
현재 어린이집은 1세부터 5세까지 영유아 100명이 8개 반으로 나뉘어 운영되고 있는데요. 직장과 어린이집이 같은 건물 안에 있다는 점도 맞벌이 직원들에게는 큰 장점입니다. 김씨는 "아침에 아이 맡기고 바로 출근할 수 있고 퇴근하면 바로 데리고 갈 수 있으니까 편하다"며 "특히 업무가 늦어지는 날에도 오후 8시까지 맡길 수 있다는 게 생각보다 크다"고 말했습니다.
취학 아동이 있는 직원들에게는 교육 문제가 더 큰 고민입니다. 금감원 직원 이모씨는 자녀가 국제학교에 다니고 있습니다. 이씨는 "아이가 이미 국제학교를 다니고 있는데 직장이 지방으로 간다고 강제 전학을 할 수는 없는 일"이라며 "정해진 교육과정도 있고 아이가 지금 생활에 적응해 있는데 부모 직장 때문에 지방으로 내려가는건 정서적으로도 아이에게 피해를 주는 것"이라고 토로했습니다. 그는 "배우자 직장도 서울에 있는데 저 하나 때문에 가족이 다 내려가는 건 이기적인 일 아니겠냐"면서 "서울 집을 그대로 두고 지방에 또 방을 구하면 생활비 부담도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부모 돌봄 문제를 걱정하는 직원도 있었습니다. 박모씨는 "연로하신 부모님이 서울에 계셔 병원에 모시고 가거나 갑자기 일이 생기면 제가 가야 하는데 지방에 있으면 바로 움직이기 어렵다"며 "직원마다 각자의 가정 사정이 다른데 단순히 근무지만 옮긴다고 생각하면 현실과 너무 차이가 난다"고 말했습니다.
이처럼 직원들이 걱정하는 부분은 단순한 근무지 변경이 아니라 생활 기반 변화였습니다. 아침에 아이를 맡기고 출근해 저녁 늦게 아이를 데려가는 일상부터 자녀가 다니는 학교, 배우자의 출퇴근, 부모의 병원 일정까지 이미 서울을 중심으로 맞춰진 생활 전체를 다시 짜야 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맞벌이·부모 돌봄 등 직원마다 처한 상황이 달라 지방 이전이 현실화할 경우 주거와 교육, 돌봄 대책을 함께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업무적인 우려를 드러내는 이들도 적지 않았습니다. 금감원 직원들은 금융감독 업무의 특성상 금융회사와 물리적으로 가까운 거리가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는데요. 한 직원은 "금융회사 본점 대부분이 서울에 있는데 감독기관만 지방에 내려가면 검사나 현안 협의가 있을 때마다 서울로 올라와야 한다"며 "금융사고처럼 급하게 대응해야 할 때는 아무래도 지금보다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금융감독원. (사진=이지유 기자)
실제로 금감원 노조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금융회사 본점의 91.6%, 현장검사 대상의 88.3%, 금융민원의 81.4%가 수도권에 집중돼 있습니다. 상장기업 본사의 72.7% 역시 수도권에 몰려 있습니다. 법무·회계법인과 IT 전문 기관 등 금융감독 업무에 필요한 인프라도 수도권에 집중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금감원과 달리 국책은행 직원들은 지방 이전 가능성을 낮게 본 탓인지 비교적 담담한 모습이었습니다. 기업은행 직원 정모씨는 "국책은행 지방 이전 이야기는 몇 년째 계속 나왔던 얘기인데, 직원들 사이에서도 실제로 이전될 거라고 생각하는 분위기는 크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설령 추진된다고 해도 기관 하나를 옮기는 게 1~2년 안에 바로 될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면서 "그래서 지금 당장 집을 어떻게 해야 한다거나 아이 학교를 어떻게 해야 한다거나 이런 것까지 고민하는 분위기는 아니다"라고 했습니다.
다른 국책은행 직원 한모씨도 아직은 현실적인 문제로 받아들이기에는 이르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한씨는 "아직 이전 지역이나 시기조차 정해진 게 없어서 지금부터 가족들에게 지방으로 간다고 이야기할 단계는 아니지만, 실제 이전이 확정되면 직원마다 상황이 달라 상당한 혼란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여의도 일대에서 직장인들이 횡단보도 앞에 서서 신호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이지유 기자)
이지유 기자 emailgpt12@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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