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겪고도 39년째 공허한 메아리…정점에 '정치 양극화'
개헌론 부상 때마다 정쟁에 '무산'
선거 유불리 따라 찬반 대립 '격화'
2026-08-27 18:00:00 2026-08-27 18:08:05
[뉴스토마토 박주용·강주영 기자] 불법 비상계엄 이후 정치권의 개헌 논의가 급부상했지만, 여전히 개헌안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습니다. 1987년 민주화로 '87년 체제'가 들어선 이후 개헌을 외치는 목소리만 벌써 39년째 공허한 메아리에 그쳐왔습니다. 최근에도 이재명 대통령이 권력구조 개편을 포함해 자신의 임기 단축 가능성까지 거론하면서 개헌 추진에 목소리를 높였지만, 이전 정부 때처럼 추동력을 잃을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진영 간 극한 대립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한국 정치의 양극화 현상이 번번이 개헌 논의의 발목을 잡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내각제부터 계엄 요건 강화까지…역대 국회 '개헌 잔혹사'
 
27일 정치권에 따르면 노태우정부의 내각제 파동부터 노무현·문재인정부 시절 개헌 무산까지, 개헌의 역사는 결국 정치권 진영 대결의 반복이었습니다. 상대 당뿐만 아니라 같은 당 내부에서도 정치적 이해득실을 따지다 보니 개헌 논의가 진전되지 않았습니다.
 
87년 체제 이후 가장 먼저 개헌 논의가 이뤄진 시점은 1990년 노태우정부 때입니다. 3당(민주정의당·통일민주당·신민주공화당) 합당 당시, 노태우·김영삼·김종필 세 지도자는 내각제 개헌에 합의한다는 각서를 작성했습니다. 이후 언론에 내각제 합의서가 공개되자 김영삼 전 대통령이 반발하고 3당 합당이 깨질 위기에 놓였습니다. 결국 노태우 전 대통령이 시기적으로 적절치 않다며 내각제 추진을 포기하겠다고 발표하면서 개헌이 무산됐습니다.
 
1992년 12월 당선된 김영삼 전 대통령도 "어떠한 형태의 개헌도 단호히 반대한다"며 임기 중 개헌 불가 입장을 고수했습니다. 1997년 대선 당시에도 김대중 전 대통령(DJ)과 김종필 총재(JP)가 내각제 개헌을 전제로 'DJP연합'을 결성하고 대선에서 승리했지만,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수습에 총력을 기울여야 하는 상황이어서 개헌 논의가 다시 뒷전으로 밀렸습니다. 결국 김대중 전 대통령이 외환위기 극복 등을 이유로 내각제 개헌을 유보했습니다.
 
노태우정부 때부터 김대중정부 때까지 차기 대권 경쟁에서 유리한 측에선 소극적 태도를 보이며 사실상 개헌을 반대했고, 반대로 차기 대권에서 불리한 측에선 대통령제를 탈피하는 개헌을 주장하는 등 정치적 유불리가 개헌 논의를 크게 좌우했습니다. 이에 따라 진영별로 극한 대립을 이어가면서 개헌이 불발되기 일쑤였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임기 마지막 해인 2007년 1월 대통령 5년 단임제를 4년 연임제로 바꾸는 '원포인트 개헌'을 제안했습니다. 대통령 임기를 4년으로 두고 연이어 선출되는 경우에 한해 1차례 중임할 수 있는 권력구조 개편안을 내놓은 겁니다. 다만 노 전 대통령의 임기가 1년가량 남은 상황이었던 터라 이미 대선 레이스에 돌입한 야당이 이를 거부했습니다. 당시 야당인 한나라당의 유력 대권주자였던 박근혜 전 대통령은 "참 나쁜 대통령"이라며 반발했습니다.
 
그랬던 박근혜 전 대통령도 자신의 임기 말인 2016년 '최순실 게이트' 의혹이 제기된 직후 개헌 카드를 꺼내 들었습니다. 4년 연임제 개헌을 임기 내 이행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야권에서는 "'최순실 덮기용' 개헌" "탄핵 무마용 개헌"이라는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결국 탄핵 정국으로 전환되면서 개헌 논의는 무산됐습니다.
 
우원식 전 국회의장이 지난 5월8일 당시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헌법개정안 의결 시도에 대해 필리버스터로 대응하겠다는 뜻을 밝힌 국민의힘을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발언 도중 퇴장해 자리가 비어 있다. (사진=뉴시스)
 
개헌 강행에 반대 당론 '반복'…양극화된 한국 정당 정치
 
대통령 임기 막판 개헌 추진에 따라 반복되는 실패를 지켜본 문재인정부는 취임 10개월 만인 2018년에 대통령 4년 중임제를 담은 개헌안을 발의했지만, 야당인 자유한국당의 반대로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습니다. 2020년 5월 국회 본회의에 상정됐지만 여당인 민주당을 제외한 야당이 표결에 불참하면서 '표결 불성립' 처리가 된 겁니다. 
 
윤석열정부 땐 당시 야당이었던 민주당 출신의 김진표 국회의장이 2023년 7월 개헌 카드를 꺼내 들었지만 끝내 실패했습니다. 여야 모두가 찬성할 내용만으로 개헌안을 통과시키자는 게 김 전 의장의 제안이었지만, 각 당이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미온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이재명정부 때인 2026년엔 우원식 전 국회의장 주도로 부마 민주항쟁, 5·18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과 계엄 요건 강화 등을 핵심으로 담은 개헌안을 추진했습니다. 하지만 국민의힘의 불참에 따라 의결 정족수(재적의원 3분의 2인 191명)가 미달되면서 표결 불성립으로 개헌안 처리는 무산됐습니다.
 
여야 간 이견이 없는 의제부터 개헌하자는 게 우 전 의장의 취지였지만, 이마저도 양당의 대립으로 끝내 불발됐습니다. 법안을 강행하면서 국민의힘에 협치를 요구한 민주당의 행보와 개헌 반대 당론부터 정한 국민의힘의 행보가 맞물리면서 개헌안 처리가 사실상 어려워졌습니다. 양극화된 한국 정당 정치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 것이란 비판의 목소리가 나옵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강주영 기자 juyo9642@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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