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서귀포)=뉴스토마토 이규하 기자] 제주 서쪽 바다, 육지에서 1㎞ 남짓 떨어진 해상으로 나가자 바다 한가운데 구조물 하나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사각 형태의 해당 구조물은 넘실거리는 바다 위에 설치한 해상변전시설입니다.
한경면 용수리 앞바다에서 진행하고 있는 파력발전 실해역 시험장으로 5메가와트(MW)급 전력을 생산합니다. 이 지역은 해상풍력과 함께 실증할 수 있는 계통연계형 해양에너지 시험장인 만큼 파도와 바람으로 만든 전기가 육상 전력망과 연결돼 있습니다.
이 전력을 이용해 그린수소까지 생산하는 실증이 이어지고 있는 겁니다. 현행 파력 실증도 현재에 머물지 않고 좀 더 먼 바다에 더 큰 시설을 설치할 예정입니다. 육지로 돌아와 제주시 구좌읍 행원으로 향하면 풍력발전기 사이로 수전해 설비가 들어선 그린수소 생산단지가 나타납니다.
지난 14일 제주 한경면 용수리 앞바다에 5메가와트(MW)급 ‘제주 파력발전 실해역 시험장’이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기후에너지환경부)
바람으로 만든 전기는 물을 수소와 산소로 분리합니다. 행원 3.3MW 수전해 단지는 2024년 9월부터 본격적으로 수소 생산에 들어간 곳입니다. 하루에만 약 200㎏의 수소를 생산해 도내 수소버스와 수소 승용차에 공급합니다.
이곳을 지나 제주시 도심의 한 주택으로 이동하면 또 다른 에너지 전환이 펼쳐집니다. 보일러와 에어컨의 역할을 하나로 묶은 히트펌프가 가동하는 실거주형 ‘히트펌프 필드 테스트 랩’ 구축 현장을 방문한 건 지난 14일. 앞서 서귀포시 신효아파트에서도 한 단계 더 나아간 실증을 시작한 상태입니다.
히트펌프는 주민이 실제 거주하는 공동주택에서 보일러 없이 냉방·난방·급탕을 모두 전기로 해결하는 방식입니다. 전국 첫 공동주택 전기화 실증이 제주도에서 이뤄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바다에서는 파도와 바람, 육지에서는 이 전기를 수소와 열로 바꾸고 가정에서는 전기로 냉난방을 해결하는 청사진을 실현하고 있는 셈입니다. 제주의 그린수소 실증은 이미 실제 운영 단계에 들어섰다고 해도 과언은 아닙니다.
지난 14일 표순재 삼성전자 생활가전부 개발팀 프로가 제주시 도남동 주택에 설치한 히트펌프 구조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제주도의 보급 사업도 상당 규모입니다. 올해 제주 생활 속 히트펌프 보급 사업은 총 2460가구 규모로 추진됩니다. 태양광 설비가 설치된 단독·연립주택을 대상으로 공기열 히트펌프와 축열조, 가상발전소(VPP) 설비 등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올해 정부 예산 물량 중 제주에만 95.3%가 배정됐습니다.
다만, 히트펌프가 단순한 보일러 대체재를 넘어 재생에너지의 소비처이자 전력계통을 보완하는 수요자원이 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과제도 있습니다. 새로운 에너지 전환에 따라 히트펌프, 전기차 양방향 충전(V2G) 등과 같은 기술의 실제 확산을 위한 새로운 요금 체계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V2G 역시 전기차와 양방향 충전기 등 추가적인 설비투자가 필요한 만큼 단순히 kWh당 10~20원 수준의 요금 차이만으로는 참여를 유도하기 어렵다는 게 제주도의 판단입니다.
이에 따라 제주도는 시간대별 가격 차등을 보다 크게 두는 방안 등을 연구해 재생에너지 생산이 많은 시간대에 전력 수요를 집중시키고 전기차·히트펌프·ESS 등 분산에너지 자원이 전력계통의 유연성을 높이는 데 실질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제주형 전기요금제를 마련한다는 구상입니다.
김경환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 책임연구원이 14일 제주 차귀도 인근 해상에서 해양그린수소 실증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제주(서귀포)=이규하 기자 judi@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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