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하늬 기자] 고유가가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회복을 앞당기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전기차 판매가 뒷걸음질치고 있지만 유럽과 아시아 등에서는 고유가와 전기차 가격 하락이 맞물리며 판매가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전기차 전환이 예상보다 빨라질 가능성이 커지면서 리튬과 구리 등 배터리 핵심 광물의 공급 부담도 함께 커지고 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22일 시장조사업체 벤치마크미네랄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올해 1~8월 세계 전기차 판매량은 1340만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 증가했습니다. 유럽은 같은 기간 29% 늘었고 미국·중국·유럽을 제외한 시장에서는 판매가 두 배 수준으로 증가했습니다. 특히 21%나 전기차 판매가 감소한 미국에선 지난해 9월 말 최대 7500달러의 연방 전기차 세액공제가 종료된 이후 판매 부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케즘을 무색케 하는 판매 호조는 고유가와 전기차의 경제성 때문입니다. 그동안 전기차 구매는 보조금이나 친환경 정책의 영향을 크게 받았지만 중국산 저가 전기차 확산과 배터리 가격 하락으로 내연기관차와 가격 격차가 점차 좁혀지고 있습니다. 여기에 연료비 상승까지 겹치면서 전기차의 가성비가 부각된 것입니다.
우드맥킨지는 최근 '전기 충격(Electric Shock)' 시나리오에서 고유가와 전기차 가격 하락 등이 지속될 경우 2040년 글로벌 전기차 보유 대수가 기본 전망보다 약 50% 많아질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이 경우 2040년 리튬 수요는 기존 전망보다 14% 늘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구리 수요도 2% 증가해 추가로 필요한 물량만 80만톤에 달합니다.
광산 공급 능력 확대도 필요합니다. 전기차 보급이 예상보다 빨라질 경우 2025~2040년 필요한 신규 구리 광산 생산능력은 장기 평균인 연간 85만톤에서 96만톤으로 높아질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특히 리튬은 중국이 글로벌 가공과 배터리 공급망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공급망 다변화 부담도 커질 수 있습니다.
다만 국내 배터리 업계에서는 최근 고유가가 아직 완성차업체의 배터리 발주 증가로 이어지는 단계는 아니라고 보고 있습니다. 배터리 공급계약이 통상 수년 단위의 대규모 계약으로 이뤄지기 때문입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배터리는 통상 완성차업체가 3~5년 단위로 대규모 물량을 주문하기 때문에 단기간의 시장 변화가 곧바로 새로운 발주로 나타나는 구조는 아니다"며 "완성차업체가 기존 계약 물량 안에서 시기별 공급량을 조율할 수는 있다"고 말했습니다.
최근 국내 배터리 업체들이 전기차 수요 둔화에 대응해 에너지저장장치(ESS) 사업을 확대하고 있지만 전기차 수요가 다시 늘어날 경우 대응할 여력도 있다는 설명입니다. 대형 배터리 공장은 생산라인을 수요에 맞춰 단계적으로 증설하는 구조로, 전기차용으로 계획했던 공간 일부를 ESS용으로 활용하더라도 전기차 생산능력 자체를 없애는 것은 아닙니다. 실제 배터리 공장은 전체 공간에 생산라인을 한꺼번에 설치하기보다 수요에 따라 순차적으로 라인을 늘려갑니다. 이에 ESS 생산을 확대하더라도 향후 전기차 수요가 회복되면 남은 공간에 전기차용 생산라인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게 업계 설명입니다.
핵심 광물 확보도 장기적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배터리 업체들은 리튬 등 원재료 가격의 단기 등락과 별개로 광산과 정광 단계부터 공급처를 발굴하고 일부 물량은 10년 단위 장기계약을 맺는 방식으로 수급 변동에 대비하고 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리튬은 핵심 원재료이기 때문에 적정 가격에 안정적으로 대량 공급할 수 있는 업체를 확보하는 것이 항상 중요한 과제"라며 "광산이나 정광 단계부터 공급처를 발굴하고 장기계약을 통해 필요한 물량을 미리 확보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김하늬 기자 hani4879@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