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버리지 키웠다가 '고삐'…금융위, 신용·미수까지 관리 강화
반도체 쏠림·레버리지 확대에 변동성 진단…고빈도매매 대응 검토
비상계획 재정비·장기자금 확충…저PBR 압박·코스닥 퇴출 병행
2026-09-28 16:09:47 ㅣ 2026-09-28 16:16:20
[뉴스토마토 김주하 기자] 금융당국이 최근 증시 변동성 확대의 원인 중 하나로 반도체 업종 쏠림과 레버리지 확대를 지목하며 레버리지 투자상품뿐 아니라 신용융자와 미수거래까지 관리 강화에 나섭니다. 지난 5월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을 국내에 도입한 뒤 두 달도 지나지 않아 신규 상장을 중단하고 기본예탁금을 3배로 높인 데 이어 이번에는 시장 전반으로 위험관리 범위를 넓혔습니다. 고빈도매매에 대한 대응 방안을 검토하고 기존 수단만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상황에 대비해 비상 시장안정 조치도 재정비합니다.
 
28일 서울 중구 더그랜드롯데 서울에서 열린 '코리아 프리미엄 위크 2026'에서 변제호 금융위원회 자본시장국장은 "지난 6월과 7월에는 반도체 업종으로의 쏠림과 레버리지 확대가 맞물리면서 시장 변동성이 커지고 이후 급격한 변동을 경험했다"며 "레버리지 투자상품과 신용융자, 미수거래에 대한 관리를 철저히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변제호 금융위원회 자본시장국장이 28일 서울 중구 더그랜드롯데 서울에서 열린 '코리아 프리미엄 위크 2026'에서 자본시장 정책 방향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변 국장은 당시 시장 상황을 "아픈 경험이었지만 새로운 시장 환경에서 나타날 수 있는 위기 상황에 대응하는 방법을 한발 앞서 배우는 시간이기도 했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동안 추진해 온 자본시장 개혁을 이어가면서 최근 시장 변동 과정에서 드러난 위험에 대응하고 시장의 내실을 다지는 데 주력하겠다는 설명입니다.
 
레버리지와 신용거래에 대한 관리 강화와 함께 시장 급변에 대비한 대응 수단도 다시 손질합니다. 변 국장은 "위기에 대비한 정부의 컨틴전시 플랜도 새로운 시장 환경에 맞게 재정비하겠다"며 "기존 수단만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상황에 대비해 정부의 긴급 시장안정 조치도 강화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시장 변동성을 확대하는 고빈도 매매, 즉 하이 프리퀀시 트레이딩에 대해서도 적절한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며 금융 인플루언서의 무분별한 투자 추천과 시장 교란 행위에도 적극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발표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이 국내에 처음 상장된 지 약 넉 달 만에 나왔습니다. 지난 5월27일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의 일간 주가 변동률을 ±2배로 추종하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16종과 ETN 2종이 상장됐습니다. 금융위는 국내외 상장 상품 간 규제 차이를 해소하고 해외로 빠져나가던 투자 수요를 국내 규율 체계 안으로 들여오면서 투자자의 선택권을 넓힌다는 취지를 제시했습니다.
 
당시 금융위는 상품의 투자 위험도 별도로 안내했습니다. 단일종목에 집중 투자해 개별 기업의 실적과 전망 등에 그대로 노출되고 레버리지 구조에 따라 손익이 확대되는 만큼 손실 감내 능력과 상품 이해도가 낮은 투자자에게는 적합하지 않다고 설명했습니다. 투자 기간이 길어질수록 기초자산 가격 변동에 따른 음의 복리 효과가 커져 장기투자에 불리하다는 점도 경고했습니다.
 
출시 이후 수요가 빠르게 늘면서 규제는 두 달도 지나지 않아 강화됐습니다. 금융위에 따르면 관련 상품의 시가총액은 5월27일 4조4000억원에서 7월15일 11조9000억원으로 늘었고 거래대금도 같은 기간 10조4000억원에서 13조원으로 증가했습니다. 코스피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차지하는 시가총액 비중 역시 5월26일 49%에서 7월15일 52%로 높아졌습니다.
 
금융당국은 7월16일 신규 단일종목 상품 상장을 잠정 중단하고 증권사와 운용사의 광고·이벤트성 마케팅을 금지했습니다. 개인 일반투자자의 기본예탁금은 1000만원에서 현금 3000만원으로 올렸고, 당초 8월로 예정됐던 시행 시점도 7월31일로 앞당겼습니다. 8월에는 ETF·ETN 괴리율 관리 기준을 강화하고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투자 때 모의거래를 의무화하는 후속 조치까지 시행됐습니다.
 
5월에는 상품 도입과 함께 위험성을 경고했고 7~8월에는 신규 상장 중단과 예탁금 상향, 투자자 보호 장치 강화가 뒤따랐습니다. 이번에는 금융당국이 반도체 업종 쏠림과 레버리지 확대를 최근 시장 변동성 확대 요인으로 지목하면서 신용융자와 미수거래까지 관리 대상을 넓히겠다고 밝혔습니다. 단일종목 상품에 대한 보완 조치에서 시장 전반의 위험관리 강화로 범위가 확대된 것입니다.
 
금융위는 단기적인 레버리지 거래에 대한 관리 수위를 높이는 한편 장기·안정적인 투자자금이 증시에 유입될 수 있는 통로도 넓힐 계획입니다. 내년 하반기에는 아이가 성인이 될 때까지 19년간 부모와 국가가 함께 자금을 마련해 자본시장에서 운용하는 '우리아이자립펀드'를 출시하고, 기존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와 별도의 '생산적 금융 ISA'를 신설합니다. 퇴직연금 기금화도 추진해 아동기부터 퇴직 이후까지 이어지는 장기투자 기반을 마련한다는 구상입니다.
 
주주 친화적인 지배구조를 정착시키기 위한 후속 개혁에서는 상법 개정 취지가 경영 현장에 안착하도록 지배구조 변경 행위 등에 대한 공시를 강화하고 분기·반기 배당을 넘어 수시배당제를 도입하기로 했습니다. 만성적인 저PBR(주가순자산비율) 기업에는 시장 공표와 상속·증여세 할증 등을 추진하고, 공개매수 제안에 대해 이사회가 전체 주주의 관점에서 의견을 밝히도록 하는 이른바 '베어허그' 제도도 도입할 계획입니다.
 
코스닥 시장은 유망 혁신기업과 부실기업이 혼재해 우량기업까지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는 진단 아래 구조개편에 나섭니다. 혁신기업의 상장은 촉진하는 반면 동전주와 저시가총액 기업의 퇴출을 강화하고 우수기업을 별도로 묶는 '코스닥 셀렉트'를 신설해 기관투자자 자금을 끌어들인다는 계획입니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이 국내에 도입된 이후 넉 달 사이 신규 상장 중단과 기본예탁금 상향, 투자자 보호 장치 강화에 이어 신용융자와 미수거래까지 관리 강화 방침이 잇따랐습니다. 변 국장은 "앞으로 시장은 레버리지의 힘이 아니라 기업의 실적과 투자자의 자기자금에 기반해 성장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과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 등 참석자들이 28일 서울 중구 더그랜드롯데 서울에서 열린 '코리아 프리미엄 위크 2026' 개막식에서 기념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김주하 기자 juhah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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