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강석영 기자]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받는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무죄를 선고한 항소심 판결문을 살펴봐도 풀리지 않는 의문이 있습니다. 오 시장의 후원자 김한정씨가 왜 명태균씨 측에 수천만 원을 보냈는지입니다. 항소심도 오 시장 부탁으로 돈을 보낸 게 아닌지 의심된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오 시장 관여 사실은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명씨 진술을 믿을 수 없다는 등 이유였습니다. 오 시장에게 당선무효형을 선고한 1심이 유죄 근거로 사용한 간접증거들은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26일 서울 영등포구 콘래드 서울 호텔에서 열린 '서울 핀테크 위크 2026'에 참석해 박수를 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서울고법 형사7부(재판장 구회근)가 지난 23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받는 오 시장에게 무죄를 선고한 판결문을 살펴보면, 재판부가 이 사건에서 가장 의구심을 가진 부분은 김씨가 맨 처음 명씨 측에 돈을 보낸 이유입니다. 앞서 김씨는 지난 2021년 1월20일 오 시장과 명씨가 처음 만난 뒤 10여일이 지난 2월1일 처음으로 명씨 측에 1000만원을 송금했습니다. 이를 포함해 같은 해 2~3월 사이 김씨는 미래한국연구소 직원이었던 강혜경씨 계좌로 다섯 차례 걸쳐 총 3300만원을 입금했습니다.
재판부는 첫 송금과 관련해 판결문에서 “김씨의 후원자로서의 지위, 명씨와 오 시장과의 협력관계를 배제하고서는 김씨가 명씨와 사이에 어떠한 관계가 형성돼 돈을 지급하게 됐는지 그 경위와 목적이 명확히 설명되지 않는다”며 “김씨가 오 시장의 부탁으로 위 돈을 지급한 것은 아닌가 의심케 하는 사정”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재판부는 “김씨가 납득할 만한 설명을 못 한다는 사실만으로, 이를 공소사실을 뒷받침하는 유력한 사정으로 취급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재판부는 선고기일에서 ‘의심스러울 땐 피고인의 이익으로’라는 형사소송의 대원칙에 따라 판결했다고 강조했습니다.
재판부는 김씨 진술을 대체로 신뢰했습니다. 재판부는 “김씨는 명씨를 알게 된 경위에 대해 구체적인 시기나 장소 등에 관해 다소 그 진술이 모호하긴 하나, 최소한 명씨의 연락처를 오 시장이 아닌 강철원 전 부시장을 통해 알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습니다.
또 명씨 측에 처음 건낸 1000만원의 성격에 대해 김씨 법정 증언을 근거로 “특정 여론조사의 대가라기보단 명씨와의 관계를 지속하기 위해 명씨가 지출했다고 주장하는 각종 경비나 기존 비용을 보전하기 위한 것이었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는 1심과 상반되는 판결입니다. 1심은 첫 송금과 관련해 “(첫 송금 당시) 김씨는 명씨는 물론 강씨 역시 전혀 알지 못했다”며 “오 시장의 요청이 없었다면 강씨 계좌로 1000만원을 입금할 아무런 이유가 없고, 강씨의 계좌번호를 알 방법도 없었다”고 판단했습니다.
1심은 명씨 진술과 정황 증거를 종합해 오 시장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습니다. 김씨는 1000만원을 입금한 배경에 대해 “첫 송금 전 명씨와 만났다”며 “명씨 요청에 따라 개인적으로 도와준 것”이라고 주장해 왔습니다.
그러나 1심은 두 사람의 카카오톡 대화 내용과 말투가 변화한 점 등을 근거로 “(첫 대화가 이뤄진) 2월21일까지 만난 적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김씨가 한 번도 만나지 않은 명씨에게 친근감을 느끼고 명씨 요청만으로 1000만원이란 거액을 지급했단 건 그 자체로 믿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대화 내용과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김씨 진술에 대한 판단도 달랐습니다. 1심은 김씨가 명씨를 처음 만난 경위에 대해 ‘강 전 부시장이 명씨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만나보라고 했다’고 했다가, 추후 ‘강 전 부시장이 명씨와 싸운 뒤 연락처를 전해줬다’고 말을 바꿨다고 지적했습니다.
항소심 재판부도 재판 과정에서 김씨 진술 신빙성에 의문을 표했으나, 결국 김씨 진술 등을 토대로 오 시장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이는 항소심 재판부가 이 사건 유일한 직접 증거인 명씨 진술을 모두 믿을 수 없다고 판단하면서, 명씨 진술을 뒷받침하는 간접증거들까지 모두 배척한 데 따른 결과로 보입니다.
항소심 재판부는 새롭게 등장한 녹취록도 명씨 진술을 탄핵하는 증거로 인정했습니다. 재판부는 김씨가 증거를 선별 제출했다는 특검 주장에 대해 “탄핵 증거는 범죄 사실을 증명하기 위한 적극적 증거가 아니므로 엄격한 증명이 필요 없다”며 “피고인이 자신에게 불리한 증거까지 제출해야 하는 의무를 부담한다고 볼 수 없다”고 기각했습니다.
법조계에서는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판결이란 지적이 나옵니다.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정치자금법 사건에서 직접증거만 엄격하게 따지면 모두 무죄로 빠져나갈 것”이라며 “1심과 같이 진술과 간접증거를 종합적으로 살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증거를 어디까지 인정할지는 전적으로 판사 마음”이라며 “하급심에서 사실 인정 판단이 정리된 만큼 대법원에서 뒤집히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강석영 기자 ksy@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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