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금주 기자] 전체 고용지표가 개선되는 흐름 속에서도 청년 고용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청년 일자리 대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인공지능(AI) 대전환 등 구조적 변화가 맞물리면서 뚜렷한 개선 효과를 내지 못하는 모습입니다. 청년 고용 문제를 풀기 위한 사회적 대화도 이어지고 있지만,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의 사회적 대화 참여 여부가 불투명한 가운데, 차기 위원장 선거 결과에 따라 참여 노선이 달라질 수 있어 노사정 차원의 정책 논의와 추진력 확보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입니다.
청년 고용의 질 악화…산업·노동시장 구조개선 필요
한국은행이 26일 발표한 'BOK 이슈노트: 청년고용 부진 및 정책과제'에 따르면 2023년 이후 청년 고용 부진이 심화한 가운데 정보기술(IT) 중심의 산업구조 재편이 청년층의 고용 질을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한은은 최근 청년 고용이 과거 부진기와 다른 양상을 보인다고 진단했습니다. 15~29세 청년 실업률은 2014~2019년 평균 9.4%에서 2023~2026년 평균 6.1%로 낮아졌고, 고용률은 42.0%에서 45.4%로 높아졌습니다. 반면 청년 취업자 중 임시·일용직 비중은 2022년 30.7%에서 올해 1~9월 32.6%로 상승했습니다. 한은은 IT 중심 산업구조 재편으로 고용 창출력이 약화하고, AI의 초급·기초 업무 대체와 기업의 경력직 선호가 청년층의 노동시장 진입을 어렵게 한다고 분석했습니다.
문제는 청년층이 불안정한 일자리에 진입한 뒤에도 더 나은 일자리로 이동하기 어려워 고용 부진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한은 분석에 따르면 2차 노동시장에 있던 청년층이 이듬해 1차 노동시장으로 이동한 비율은 2014~2019년 8%대에서 2023~2024년 5%대로 낮아졌습니다. 반면 1차 노동시장에 진입한 청년층이 기존 일자리에 머무르는 경향은 강해졌습니다. 노동시장 이동성이 약해지면서 경기가 회복돼도 청년층의 직무 역량 축적과 양질의 일자리 진입이 늦어질 수 있다는 게 한은의 진단입니다.
이에 한은은 노동 공급 확대 중심의 대책에서 벗어나 산업정책과 노동시장 구조 개선을 병행해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한은은 "산업정책 측면에서는 IT 제조업 부문의 높은 성장세가 연관 산업 및 내수 부문으로 파급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며 "반도체 중심의 성장과 AI 시대가 요구하는 노동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도록 교육과 산업의 유기적 연계가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지난 19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 모습. (사진=연합뉴스)
청년 일자리 논의 지속…민주노총 참여는 여전히 불투명
정부와 정책기관 차원의 대응뿐 아니라 노사정이 함께 청년 일자리 해법을 모색하는 논의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는 지난 24~25일 '일자리 공론화 특별위원회'를 열고, 1단계 공론화에서 선정한 상생일자리·평생일자리 분야 6대 핵심 과제의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논의했습니다. 청년층에 초점을 맞춘 '청년일자리 희망 위원회'도 운영 중인데요. 경력직 채용 관행과 지역 일자리 문제 등을 다룬 데 이어 지난 15일에는 중소기업에 재직 중인 청년들을 중심으로 3차 논의를 진행했습니다.
다만 사회적 대화를 통한 정책 제언이 실제 합의와 실행으로 이어지려면 노동계의 참여가 중요하지만, 민주노총의 공식 참여는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대의원대회에서 사회적 대화 참여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투표가 불발된 데 이어 위원장 선거가 시작되면서 향후 참여 여부도 불확실한 상황입니다.
민주노총은 다음 달 19일부터 25일까지 일주일간 위원장·수석부위원장·사무총장 등 차기 지도부를 선출합니다. 현 위원장인 양경수 후보가 3선에 도전하는 가운데 엄길용·김민영·최준식 후보가 출사표를 던져 4파전으로 치러집니다. 약 97만명의 조합원이 참여하는 이번 선거는 차기 지도부의 노동정책과 대정부 관계, 사회적 대화 노선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입니다. 특히 사회적 대화 참여를 둘러싼 내부 이견이 드러난 만큼 선거 결과에 따라 노사정 논의의 방향과 속도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에 경사노위 관계자는 "청년 고용 등 일자리 문제가 굉장히 심각하고, 복합 전환에 따른 여러 사회적 의제가 산재해 있는 상황"이라며 "민주노총이 사회적 대화에 들어와 함께 현장에서 소통하면 좋은데 그렇지 못해 안타깝다"고 말했습니다.
하종강 성공회대 노동아카데미 주임교수는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노동조합 집행부가 교체됐을 때 정책 방향이 바뀌는 것은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라며 "조합원들의 선택에 따라 집행부의 정책 방향이 바뀌는 것은 나쁜 건 아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민주노총이 사회적 대화에 공식적으로 참여하지 않는다고 해서 협의가 아예 이뤄지지 않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민주노총이 사회적 대화에 공식적으로 참여하면 정부 정책의 동력을 받고 쟁점 사항에 대한 타결을 기대해 볼 수 있다"며 정책 추진에 속도가 붙을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윤금주 기자 nodrink@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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