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폭탄)③'밑돌 빼서 윗돌 괴기'론 물가 못 잡는다
물가 4% 전망속 이자 오르고 임금 정체...서민 '3중고'
2011-01-24 16:20:28 2011-01-24 18:50:29
[뉴스토마토 강진규기자] 지난해말 생산자물가와 수입물가지수가 큰 폭으로 오르면서 가뜩이나 불안한 소비자물가가 더욱 요동치고 있다.
 
이미 지난 12월 소비자물가는 전년동월대비 3.5% 상승해 한국은행의 물가관리 중심선인 3%를 크게 넘어섰다. 이달에는 4%에 달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물가급등에 놀란 정부는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나서 물가관리를 지시하면서 정부 전 부처가 물가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하지만 이같은 정부의 물가대책이 70~80년대 관치시대의 가격억제 정책인데다  '밑돌 빼서 윗돌 괴기'식의 임시 방편책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대책의 실효성 역시 이미 꿈틀대는 물가를 잡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경제전문가들은 올해 물가 상승을 막을 수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결국 서민들은 경기회복을 체감하기도 전에 '물가'와 '이자', '임금인상 억제'라는 3중고를 겪을 가능성이 커졌다는 우려다.
 
◇ "정부 물가대책 역부족..어차피 물가는 오른다"
 
삼성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최근 물가불안은 국제원자재 수급불안과 함께 달러화 가치하락과 글로벌 유동성 확대로 인한 투기수요 증가에 따른 상품값 상승 등 공급요인 때문으로 분석됐다.
 
결국 우리나라의 물가대책만으로 오르는 물가를 잡기 어렵다는 의미다.
 
김중수 한은 총재도 지난 19일 한국금융연구원 초청 강연에서 "공급측면과 함께 GDP갭의 플러스 전환에 따른 수요측면의 압력도 있다"며 "(물가관리가) 상당히 어려운 상황에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한은이 제시한 물가관리 목표 상단인 4% 달성이 쉽지만은 않다는 점을 시사한다.
 
정부 대책이 공공요금과 개인 서비스 요금, 대학등록금을 비롯한 교육비 등 상반기 물가 인상요인이 집중되는 시기에 이를 억제하거나 시기를 분산시켜 급등을 막겠다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마냥 억누를 수만은 없다.
 
정부도 이미 2년동안 동결됐던 공무원 임금을 5.1% 올렸다. 기업들도 임금인상요구를 들어주지 않을 명분을 잃었다. 임금 상승은 고스란히 제품단가 상승으로 이어져 물가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수 밖에 없다.
 
정부가 동결하고자 했던 개인서비스 요금와 장바구니 물가도 오르고 있다. 지난달 6000원이었던 미용료 값이 7000원으로 17% 가량 인상되기 시작했고, 돼지고기 삼겹살값은 구제역을 등에 업고 한달전보다 11% 남짓 올랐다.
 
정부의 물가 억제책이 제대로 효과를 내지 못할 뿐 아니라, 설령 효과를 낸다고 하더라도 이미 상승 추세에 오른 물가를 충분히 끌어내리기엔 부족하다는 평가다.
 
염상훈 SK증권 연구원은 24일 '대한민국 물가 이야기'라는 보고서에서 "올해 정부의 물가 대책이 아주 효과적인 것으로 가정해 시뮬레이션한 결과 소비자물가는 3.7% 오르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실제 올해 물가상승률은 4% 전후로 나올 것"으로 예상했다.
 
염 연구원은 올해 물가가 이렇게 오르는 것은 "지난 2009년과 2010년 올라야 할 때 오르지 않았던 것이 오르는 것"이라며 "인플레이션이라기 보다 눌렸던 물가가 추세선으로 회복하는 리플레이션"이라고 해석했다.
 
결국 정부가 올해 초 올라야 할 물가를 억누른다면 하반기 이후에 물가상승압력이 더 크질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한마디로 '밑돌 빼서 웃돌 괴기'식이다.
 
◇ 서민은 괴롭다..물가·이자·임금인상억제 '3중고'
 
물가 상승, 특히 서민들의 장바구니 물가가 크게 오르면서 서민들은 경기회복을 체감하고 있지 못한다.
 
물가 상승에 따라 한은은 지난 1999년 기준금리체계 이후 11년만에 1월에 금리인상을 단행했다. 정부가 물가를 정책의 최우선에 두면서 다음달 연이은 금리인상이 이뤄질 것이란 것과 함께 올해 최소 네차례 금리인상이 단행될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서민들의 가계부채가 700조원에 육박한 시점에서 이같은 금리인상은 이자부담을 늘려 결국 서민들의 생계를 위협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임금인상을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 공무원 봉급 인상으로 인해 임금인상을 막을 수는 없겠지만 사상 최대 수출호황으로 실적이 뒷받침되는 대기업과 달리 대다수 서민들이 근무하는 중소기업들은 임금인상을 그대로 제품단가에 인상시킬 수 있는 처지가 아니다. 결국 서민들의 임금인상은 상대적으로 제한적인 수준에 머물게 될 전망이다.
 
물가를 잡기는 어려운 상황에서, 서민들은 이같은 3중고에 내몰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뉴스토마토 강진규 기자 jin9ka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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