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인표기자] 한국축구의 아이콘, 박지성 선수가 "11년간 행복했다"라는 말을 남기고 지난 31일 30세의 나이에 국가대표에서 물러났다. 고질적 무릎부상이 표면적 이유였지만 후배들에게 더 좋은 자리를 주기 위해 은퇴를 결정했다. 박지성은 소속팀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3~4년은 더 활약할 예정이다.
전성기를 앞 둔 그는 '박수칠 때 떠날 줄' 아는 프로다. 더 잘 할 수 있든 그렇지 않든, 지금 그의 선택은 최선이자 최고였다. 그의 빈 자리를 놓고 젊은 피들이 치열한 경쟁을 할테고 그만큼 한국 축구 앞날은 밝아질테니 말이다.
은퇴한 박지성을 놓고 오버랩되는 인물이 있다. 강만수 대통령 경제특보 겸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위원장이다.
이런 모습과는 상관 없이 MB의 최측근인 강 특보의 이름이 자꾸 새 수장으로 거론된다. 지난 주 출장차 다녀온 동남아에서 한국계 은행 직원들까지 강 특보가 하마평에 오르내리는 걸 알고 있을 정도다.
우리, 신한 두 조직의 회장 인선 기준에 강 특보가 적합한 인물이라면 굳이 거론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강 특보는 금융 전문가도, 경영전문가도 아니다. 최근 몇년간 금융권 수장직을 휩쓸고 있는 이른바 '모피아'(조직폭력단인 마피아와 재정부의 합성어)의 최고위직 출신이다. 우리, 신한 두 조직이 이런 강 특보를 외풍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해 줄 '2년짜리 임시 방패막'으로 삼는다면 불행한 일이다. 인선 기준과 일정은 요식 행위에 불과하다.
앞서
KB금융(105560)지주회장에 어윤대 전 국가브랜드위원회 위원장이 내정됐을 때도 정치적 내홍을 겪은 적이 있다. 외국인 지분이 절반을 넘는 민간금융사에 "대통령 측근이 말이 되냐"는 논란이었다. 그나마 어 회장은 금융 업무 경험이 조금이나마 있기는 했다.
강 특보에게 지금 필요한 건 '박수칠 때 떠날 줄 아는 지혜'다. 조직 내분을 추스리고 민영화를 앞 둔 두 조직에,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강 특보의 출중한 능력이 발휘되면 좋겠지만 금융계 시각은 그렇지 않다. 한 금융계 인사는 "정권 말에 청와대에서 순장(殉葬)되긴 싫고 결국 힘에 따라 자리가 정해지는 것 아니냐?"는 자조를 내뱉었다.
1945년 생으로 이순을 훌쩍 넘긴 강 특보가 이립에 불과한 박지성의 선택을 배웠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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