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구제역' 못잡고 신뢰도 잃은 정부
부산 계열 '뱅크런'예상 못해..21일 중대고비
2011-02-20 13:47:27 2011-02-20 16:12:59
[뉴스토마토 황인표기자] 지난 17일 부산저축은행 등에 대한 영업정지 이후 "추가 영업정지는 없다"던 당국이 주말아침이었던 지난 19일 기습적으로 다시 3곳의 저축은행에 영업정지를 내리자 시장의 신뢰가 무너지며 비판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주말이 지나고 첫 영업일인 오는 21일이 또 한차례 '뱅크런'의 고비가 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업계는 긴장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 '계열사 연쇄 뱅크런'  예상 못하고 '더이상 없다' 단언
 
금융위원회는 19일 오전 중앙부산, 부산2, 전주(이상 부산저축은행 계열사), 보해저축은행에 대해  영업정지 조치를 내렸다.
 
앞서 17일 부산저축은행이 영업정지되자 이 저축은행의 계열은행 3곳은 불안심리를 견디지 못한 예금자들의 '뱅크런(대규모 예금인출) 사태를 맞았다.
 
또 보해저축은행은 당국이 '블랙리스트'로 지목한 BIS(국제결제은행)기준 5% 미만 5개 은행 중 한 곳이다. 
    
<19일 영업정지로 인한 피해>
  5000만원 초과 예금  후순위채
인원           6515명   1186명
액수           1308억   558억원
                                                                                                  
   (자료 : 금융위원회)
 
◇ 19일 4개 저축은행 영업정지로 인해 총 7600명의 1850억원 가량 예금이 사라졌다.
 
금융위 관계자는 "예금인출 동향, 유동성 현황, 수신잔액 규모와 외부차입 가능 규모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할 때 이들 저축은행이 곧 지급 불능에 이를 것으로 판단됐다"고 추가 영업정지 조치의 배경을 설명했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애초 부산저축은행을 영업정지시킬 당시 계열은행에 대한 불안 심리 확산 가능성을 예측하지 못해 '더이상 영업정지는 없다'던 말을 뒤집는 결과를 낳았고 이로 인해 시장의 불신을 초래했다는 지적이 거세다.
 
당국의 조치 이후 예금자들 사이에선 '부산저축은행의 금융부실이 곧 계열은행으로 전염될 것'이란 우려가 급속히 퍼졌고 이로 인해 첫 영업정지 조치가 있던 17일과 18일 이틀 사이에만 4000억원이 넘는 자금이 빠져나갔다.
 
주말 전 은행을 찾은 한 고객은 "월요일(21일) 돈을 주겠다"는 대기번호표만 받고 결국 돈을 찾지 못했다"고 전했다.
 
◇ 적자 낸 은행, 불안 심리 확산
 
또 다른 저축은행 고객은 "추가 영업정지는 없을 거라고 하더니 정부가 거짓말한 것 아니냐"며 "예전에도 이런 일로 손해를 봤는데 다시는 저축은행과 거래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문제는 당국의 말바꾸기로 인해 다른 저축은행들까지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우량저축은행 기준인 '88클럽(BIS비율 8%이상, 고정이하 여신 8%미만)'과는 상관없이 저축은행들 전반에 대해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또 금융권에서는 당국이 정한 기준에 상관없이 지난주 나온 업계 반기보고서를 기준으로 '적자은행' 즉 장사를 잘못한 은행에 또 한 차례 예금인출 사태가 발생할 지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태다.
 
◇ 보해 "5000만원 이상도 보장"..다른 은행에도 보상항의 우려
 
보해저축은행이 5000만원 초과 예금주도 보호하겠다고 밝힌 것도 뒷말을 낳고 있다.
 
다른 영업정지 저축은행의 고액 예금자들도 보해와 같은 조치를 요구하고 나설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보해저축은행 대주주인 임건우 보해양조 회장은 19일 "5000만원 초과분 예금주까지 보호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정종득 목포시장은 이날 "임 회장과 협의 결과 5000만원 초과예금주(1610건, 288억원)에 대해 모 회사인 보해양조 및 전 계열사가 모두 책임지기로 약속했다"고 밝혔다.
 
이처럼 목포시와 보해저축은행 대주주가 발빠른 대응에 나선 것은 목포가 지역구인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가 움직였기 때문으로 보인다.
 
앞서 정 시장은 박 대표와 대책회의를 가진데 이어 21일에는 보해저축은행 예금자를 대상으로 종합대책을 설명할 계획이다.
 
보해의 고액 예금자들이 보호를 받게 되자 다른 저축은행 예금자들도 같은 조치를 요구할 움직임이 예상되고 있다.
 
특히 부산저축은행계열의 개인 최대 주주인 박연호 회장(5.29%)의 아버지이자 전 회장인 박상구 씨가 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인 박삼구 씨와 친인척 관계인 것이 알려지면서 금호를 상대로 한 예금 보상 항의가 생길 것이란 관측도 나돈다.
 
이에 대해 이 은행 관계자는 "먼 친척 관계일 뿐이며 지분 출자도 돼 있지 않아 금호그룹의 자금 지원을 기대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한편 예보는 영업정지 저축은행에 대해 실사를 거쳐 유상증자 등 자본유치 방안을 추진한 뒤 개선이 안되면 매각을 진행할 방침이다. 앞서 영업정지된 삼화저축은행은 우리금융(053000)지주로 매각이 확정됐다.
  
뉴스토마토 황인표 기자 hwangip@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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