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성수기자] 리비아 소요사태가 내전상황으로 확산되면서 우리 건설업체들의 피해도 현실화되고 있다.
24일 해외건설협회와 업계에 따르면 현재 리비아에는 24개 국내 건설사가 진출해 2만2000여명의 인력을 고용하고 있으며, 이중 한국인 근로자는 1343명이다.
지난해 리비아에서 수주한 공사규모는 294건, 365억달러로 전체 누계수주액의 8.6%다.
◇ 국내기업 피해 갈수록 커져..철수하면 `미수금` 고민
리비아 국내상황이 내전으로 번지면서 현지 진출 기업뿐 아니라 국내 수출기업들의 피해도 커지고 있다.
코트라(KOTRA)가 지난 23일 리비아 수출기업 575개사를 대상으로 긴급 조사를 벌인 결과 응답기업 111개사중 31.5%인 35개사가 수출대금 220만 달러(약 24억6800만원)를 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 사유로는 바이어 교신 두절(45.7%)이 가장 많았고, 선적·하역 불가에 따른 운송 차질(31.4%), 수출대금 미수(28.6%), 수출 잠정 중단(22.9%) 등의 순으로 조사됐다.
김용석 KOTRA 비상상황반 팀장은 "기존 거래처와의 거래 중단, 계약 보류 등을 고려할 때 35개사의 연간 피해액은 1870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며 "이번 긴급설문에 응하지 않은 기업을 감안하면 실제 피해액수는 이보다 훨씬 클 것"이라고 우려했다.
인명피해를 막기 위해 철수방침을 세운 기업들은 철수를 빌미로 미수금이 발생하지나 않을지 고민이 많다.
현지에 진출한 업체 관계자는 "불안이 지속될 경우 공사발주가 전면 중단될 가능성도 있다"면서 "공사중 현장을 떠나면 미수금이 생기게 되고 추후 파손된 시설에 대한 책임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해외수주의 경우 공사 전 선수금을 먼저 받고, 월 단위로 공사 진척도를 따져 공사비를 청구해 받기 때문에 공사를 멈추면 미수금을 받는데 어려움이 생긴다.
또 공사현장 철수는 향후 추가수주 확률을 낮추는 악재로 작용할 수밖에 없어 대형 건설사들의 경우는 철수를 망설일 수밖에 없다. 공사중단과 철수, 모두 수주 국가에 대한 신뢰와 연결되기 때문이다.
◇현대 이라크서 11억달러, 대우 리비아서 5억달러 미수 경험
과거
현대건설(000720)은 걸프전 당시 이라크에서만 11억달러의 공사대금을 받지 못해 심각한 자금난을 경험했고,
대우건설(047040)도 미국의 리비아에 대한 금수조치로 5억달러의 공사비를 받지 못해 어려움을 겪은 바 있다.
현재 리비아에 진출해 있는 20개 건설사에서 운영중인 52개 공사는 대부분 중단된 상태다. 시위가 장소와 가까운 공사현장에는 운영을 위한 최소인력을 제외한 모든 인력은 안전한 곳에 대피해 있다.
반면 중·소규모 건설업체는 이미 리비아에서 전면 철수를 하는 것으로 결론이 난 상태며, 현대건설 등 대형건설사는 현재 상황 추이를 지켜본 뒤 전면 철수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나마 위로가 되는 것은 현재 리비아에서 진행중인 대부분의 공사가 리비아 공공기관이 발주한 건설로 국익과 관련돼 공사가 중단되거나 취소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사실이다.
현재 중동지역 전체에 지눌한 우리 건설사는 308개 업체로 402건의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시공 잔액만 1379억달러에 달한다.
이 때문에 현재 확산되고 있는 중동지역의 민주화 요구 시위가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핵심 지역까지 확산될 경우 우리 건설사의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주력 수주시장인 사우디아라비아나 카타르·UAE 등은 리비아에 비해 정치·경제 상황이 안정돼 있기 때문에 중동시장 전체로 확대될 가능성은 적은 것으로 보고 있다.
강신영 해외건설협회 중동팀장은 "이 사태가 장기화되면 올해 건설사들마다 리비아에서 계획했던 수주에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면서 "다만 현재 추이를 지켜봤을 때 중동 전역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크진 않다"고 전망했다.
강 팀장은 또 "단기적으로는 해외수주 실적 등에 차질이 있을 수 있지만 사태가 진정될 경우 중·장기적으로는 일자리 창출, 프로젝트 확대 등의 수혜를 입을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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