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동현기자] 건설업계와 레미콘업계가 최근 레미콘 가격을 놓고 힘겨루기를 벌이고 있지만 올초부터 진행된 협상이 최근 결렬되면서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건설업계와 레미콘업계에서 레미콘 공급 가격을 놓고 서로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건설자재 구매 담당 실무자들로 이뤄진 대한건설자재직협의회(이하 건자회)는 수도권지역 레미콘 단가표 기준 대비 85%선으로 공급가격을 정하자고 제안했으나 대형 레미콘 자재공급 실무자들 모임인 영우회에서는 지난해 8월에 정한 단가표 대비 88%선 유지를 고수하고 있는 것.
현재 레미콘 가격은 ㎥당(25-24-120규격 기준) 5만3400원으로 6㎥를 담는 레미콘트럭 한대당 32만400원에 공급된다.
건설업계의 의견을 레미콘업계가 받아들인다면 레미콘 가격은 ㎥당 5만1500원 선으로 떨어져 레미콘 한대당 30만9000원에 공급될 수 있게 된다.
레미콘 규격은 골재치수-강도-슬럼프 수치를 차례로 표시한다. 25-24-120이라 함은 골재의 최대 치수 '25mm', 강도 '21㎫', 슬럼프가 '120mm'라는 것을 뜻한다. 여기서 슬럼프란 반죽 질기를 나타내는 지표다.
건자회 측은 지난 24일 영우회에 최종 타협 가격안을 제시했으나 수용 응답을 받지 못했다.
건자회 관계자는 "영우회 측에서도 우리가 제시한 인하 폭에 대해 일정부분 공감을 표시했으나 인상 시점을 더 미뤄줄 것을 요구했다"면서 "레미콘 업계가 인상안을 차일피일 미룰 조짐을 보여 일단 2월 레미콘 자재값을 우리측 주장대로 적용할 것을 각 회원사들에게 통보했다"고 말했다.
건설업계가 실력행사에 돌입하겠다는 의미다. 이같은 논쟁의 시작에는 시멘트 가격하락이 있다.
레미콘의 주요 원자재인 시멘트 단가가 업체간의 과다경쟁으로 지난해 10월 이후 급격히 떨어지면서 건설업계서 올초부터 가격 협상을 다시하자고 요구한 것.
건자회 측은 "매년 레미콘 가격을 협의를 통해 8월1일을 기준으로 조정하지만 원자재값 등의 현저한 가격변동이 있을 경우 다시 협의할 수 있다는 규칙이 있다"고 재협의를 요청한 배경을 설명했다.
실제 현재 거래되는 시멘트의 톤(t)당 가격은 5만원대 초반수준이지만 지난 2009년 적용했던 t당 기준가격인 6만7500원에서는 20%이상 밑도는 가격이다.
하지만 레미콘 업계에선 최근 골재와 유류값 등의 원자재 가격이 상승한데다 최근 시멘트 가격이 다시 오를 조짐을 보이고 있어 더 가격을 낮출 수 없다는 입장이다.
영우회 관계자는 "현재 단가표 대비 88%로도 수익이 나지 않고 있다"면서 "건자회 측의 입장을 수용할 수 없지만 앞으로 계속 협의를 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정훈 건자회 회장은 "현재 레미콘 가격이 현실적으로 비싸다 보니 일부 레미콘 업체들은 더 싼 가격을 건설사들에게 제시해 로비하는 경우도 생기고 있다"면서 "레미콘 업계가 가격을 현실화 하지 않으면 결국 손해를 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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