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거침없는 하이킥'에 정부 당혹..다음은 무슨 대책?
연초부터 지경부·공정위 등 동원 '관치식' 물가잡기 가동
1~2월 물가 고공행진에 대응TF '흐지부지'.."단기대책만 생산"
2011-03-07 08:43:43 2011-03-07 18:45:56
[뉴스토마토 이자영기자] 정부가 올해초 치솟는 물가를 잡겠다며 갖가지 칼을 빼들었지만, 최근 유가와 식품물가의 급등세가 이어지면서 정부 대책의 실효성에 다시 한번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연초 정부는 물가상승이 심각하다는 판단하에 기획재정부, 지식경제부, 공정관리위원회가 '완장'을 차고 물가관리에 나섰다. 정유업체와 유통업체 등 기업에 가격 인상을 억제하도록 압박을 가하기도 하고 일부 농수축산물의 관세인하와 수입시기 조정을 단행하기도 했다.  
 
하지만 물가 상승세가 수그러들기는커녕 상승속도가 더욱 빨라지자 연일 대책회의를 열고 당혹해하는 표정이다.     
 
◇ 재정부·지경부·공정위 수장들  '물가반장'  앞장서 '칼 휘두르기'   
 
올해 새로 부임한 김동수 공정거래위원장과 최중경 지경부 장관은 앞장서 물가관리에 나섰다. 김 위원장은 "공정위는 물가관리 부처..이를 이해하지 못하는 직원에게는 불이익을 주겠다"는 격렬한 표현을 써가며 물가관리 칼을 휘두르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공정위는 지난 1월 '가격불안품목 감시 대응 TF'를 구성해 음식료, 식자재 등 주요 생필품에 대한 담합조사를 벌이겠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실제로 지난달 3개 두유업체에 대해 '담합' 혐의로 131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도 했다.
 
또 최 장관 역시 지난 1월 "기름값이 묘하다"는 이명박 대통령 지시로 '석유가격 TF'를 만들어 행동에 나섰다. 그는 이 과정에서 "회계사처럼 기름값을 계산하겠다"는 발언으로 정유업계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지경부는 유통업계에 메일을 보내 '물가안정에 협조하지 않으면 세무조사 등 강력한 조치를 취하겠다'며 사실상 협박편지를 보낸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도 지난달 잇달아 각 업종별 기업 대표들을 불러 정부의 물가관리 의지를 전달하기도 했다.
 
재정부는 또 경제관련 부처장들이 참석하는 물가안정대책을 소집해 각 부처가 물가안정 대책을 마련해 실행하도록 독려해왔다. 또 일부 농수축산물 수입을 앞당겨 공급불안에 따른 가격인상 요인을 줄이고 관세를 인하해 수입물가 하락을 유도하는 등 물가관리에 나섰다.
 
◇ 고삐 풀린 물가 1~2월 이어 3월에도 상승세 이어질 듯  
 
그러나 이런 정부 각 부처의 대책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물가는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7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3월 첫째주 전국 보통휘발유 평균가격은 리터당 1878.4원, 경유는 1685.5원으로 전주대비 각각 21.8원, 24.2원 올랐다. 이는 미국발 금융위기 직후 오일쇼크 우려가 최고조에 달하던 지난 2008년 8월 이후 최고치다.
 
최근 주유소 휘발유가격은 하루도 쉬지 않고 상승 계단을 밟고 있으며, 지난 10월 이후 21주 연속 상승하고 있다. 특히 서울 여의도의 한 주유소에서는 지난주말 보통휘발유 가격이 리터당 2255원을 기록하면서 2200원대를 돌파하기도 했다.
 
소비자물가와 생활물가 지표도 상승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지난주 통계청이 발표한 2월 소비자물가는 4.5%까지 치솟았다. 1월 4.1%에 이어 올들어 두달 연속 물가당국의 관리수준을 훌쩍 뛰어넘은 것이다.
 
생필품 물가로 구성된 이른바 'MB물가' 52품목 가운데 8개 품목을 제외한 44개 품목의 가격이 올라 서민 장바구니 물가 상승도 심각했다.
 
구제역 파동과 기상이변 등으로 신선식품 물가는 25.2% 올랐고 전셋값도 3.1% 올라 7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1월에 이어 2월에도 거의 대부분의 생활물가가 거침없이 오름세를 이어갔다.
 
업계에서는 1~2월에도 고공행진을 벌인 국제유가와 농수산물 수입가격이 3월 이후 국내 물가에 반영되면 소비자물가지수와 생활물가지수가 2월에 이어 4%대 중후반대 행진을 이어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중동 정세 불안이 가시지 않으면서 물가난은 최악의 사태로 치달을 것이란 전망이다. 정부의 올해 목표인 '3%물가, 5%성장' 목표가 '벌써 물건너 간 것 아니냐'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 '묘안'과 '대책' 성과 없자 '당혹'..다음 대책은?
 
'관치식' 물가잡기 대책에도 물가가 고삐풀린 듯 상승세가 이어지자 정부는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공무원 생활 20여년 동안 이렇게 (물가상승) 악재가 겹치는 경우는 처음"이라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지경부의 석유가격 TF는 구성 한달 반이 지난 현재까지 기름값 인하에 대한 묘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지난달 말 결과를 발표해야했지만 이달 중순 중으로 공개를 미루더니, 별다른 대책이 없는 것으로 알려진 채 오는 9일 마지막 모임을 갖는다.
 
국내 주유소 기름값이 통제가 어려울 정도로 오른데다 핵심 쟁점이었던 '기름값이 오를 때 빨리 오르고, 내릴 때 천천히 내리는 비대칭성'에 대한 특이점을 발견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정부가 야심차게 시작했던 TF가 흐지부지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고유가에 대해서도 새로운 '묘안'을 찾아내지 못하자 민간 경제단체장들을 통해 '에너지절약' 선언문을 낭독하도록 분위기를 띄우긴 했지만 별다른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재정부는 지난 4일 또다시 물가안정대책회의를 열고 이번에는 "외식비와 개인서비스 가격 점검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정유업체와 통신업체, 유통업체에 이어 개인서비스 가격에도 정부 단속과 규제의 '칼날' 을 확대하겠다는 의미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금리나 환율정책 등 거시경제 대책이나 유통구조 개선, 농수산물 수급합리화 등 미시적 산업대책 마련에 실패한 책임을 기업과 자영업자, 소비자들에게 전가하고 있다"며 "경제정책 방향에 대한 고민없이 앞으로 또 어떤 물가 틀어막기식 대책을 내놓을 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뉴스토마토 이자영 기자 leejayo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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