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영택기자] 국내 한 택배회사에서 근무하는 김모씨(남.40세).
아침 7시 물류창고로 출근한 김씨는 자신이 맡은 지역에 배달할 물건을 정리해서 배달동선에 따라 트럭에 정확히 싣는다.
물건이 가득 실린 1톤 트럭이 물류센터를 나서는 시간은 오전 10시.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배송작업이 시작된다.
김씨는 하루 평균 130~150여곳을 돌며 1~20kg에 달하는 무거운 짐을 고객에게 직접 전달한다.
이 와중에 근처 택배 집화까지 처리하다 보면 퇴근 시간은 어느덧 밤 9시를 훌쩍 넘기기 일쑤다. 이렇게 한달동안 일해서 김씨의 수중에 들어오는 돈은 210여만원. 그나마 김씨의 사정은 나은 편이라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특히 가정의 달인 5월은 택배기사들에게 아침과 밤이 뒤바뀐 채 하루 14시간의 노동을 강요당하는 '고통의 달'인 셈이다.
더 큰 문제는 이들 대부분이 비정규직 직원으로 턱없이 부족한 급여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
국내 택배업체 비정규직 비율은 70~80%로 협력업체나 개인사업자가 대부분이다.
일반적으로 지역·거리와 물품 갯수에 따라 택배기사가 받는 운임이 차이가 있으나 대개 건당 500~1000원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한달을 일해서 버는 돈은 개인별 차이가 있지만 대략 150만~250만원.
여기에 차량 기름값과 유지보수, 보험료 등은 모두 택배기사가 부담해야 한다.
이렇듯 고된 노동과 낮은 급여 탓에 물류현장에서의 인력부족은 날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최근 대한상공회의소가 발표한 '2011 물류인력 수급실태 조사'를 보면 "물류현장에서 인력이 부족하다"는 기업의 답변이 전체의 56.8%에 달했다.
인력부족 이유는 과중한 업무로 인한 잦은 인력 이동(38.3%), 물류수요 증가(20%), 물류업에 대한 편견(19.2%), 인력양성 기관 부족(11.7%) 순으로 나타났다.
물류업체 한 관계자는 "택배회사의 인력난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한달 250만원 남짓한 수입 가운데 차량 유지비, 기름값, 휴대전화 요금을 빼면 남는 돈은 고작 150만원 안팎"이라며 "강도높은 노동과 열악한 근무환경 때문에 3D업종으로 분류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최근 정부는 물류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장기비전을 발표하고, 인프라 구축을 통한 물류체계를 효율화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특히 물류업계가 더욱 많은 수익을 창출할 수 있도록 다각적으로 정책적인 지원을 하겠다고 밝혀 업계가 정부의 다음 행보에 거는 기대는 적지 않다.
이 같은 분위기를 증명하듯 박재완 고용노동부장관은 지난 16일 인력난을 겪고 있는 군포복합물류센터를 방문해 업계 관계자와 간담회를 열고, 현장의 애로사항을 청취했다.
그러나 물류산업의 중요성과 인적자원 투자에는 모두가 공감하면서도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에게는 장관의 이같은 행보와 정부의 발표 등이 피부에 와 닿지 않는 분위기다.
지난 2009년말 택배기사들을 비롯해 특수고용 노동자들의 처우개선을 위한 법안이 발의됐으나 1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택배기사들의 처지'는 크게 달라진 게 없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한국통합물류협회 관계자는 "물류회사들은 고객사와 가격입찰 경쟁에서 납품 단가를 크게 낮추는 등 과당경쟁으로 채산성이 매우 떨어져 있다"고 현실적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또 "이런 저가계약은 종사자에게 그대로 전가돼 근무여건(업무강도)과 수익을 악화시키는 순환구조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이어 "근본적인 해결방안은 없지만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대형 삼자물류회사를 만들고, 전문적으로 아웃소싱할 수 있는 제도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국내 물류산업에서 삼자물류 활용비율은 40~60%에 불과해 미국, 유럽 등 선진국의 90%보다 현저히 낮은 실정이다.
뉴스토마토 김영택 기자 ykim9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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