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다르고 속다른 백화점`..동반성장은 생색만
2011-06-09 17:32:10 2011-06-09 19:19:15
[뉴스토마토 유혜진기자] "수수료율은 거의 꼭대기 수준으로 더 올릴 수 없습니다. 특히 수수료율 37%에 추가로 매장 매니저 수수료 12% 부담, 인테리어비 부담, 이벤트 참여비 부담으로 사실상 매출액의 50% 이상이 수수료인 셈이에요."
 
"백화점 납품을 십수년간 해오고 있는데 계약할 때마다 수수료 인상을 요구하면 요구했지 상황이 어려우니 낮춰주겠다고 한적은 한번도 없거든요. 수수료 인상에 응하지 않는다고 하면 계약을 안 하겠다고 나오는 경우도 있고요."
 
대형 백화점에 납품하는 중소기업들의 하소연이다.
 
최근들어 정부 주도로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동반성장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는 것 같지만 중소기업 비틀기로 수익을 내는 대기업들의 실상은 여전했다.
 
◇ 빅3 백화점 입점업체 비틀기 여전..판매 수수료율 38% `경악`
 
특히 롯데, 신세계, 현대 등 국내 빅3 백화점들은 여전히 중소기업을 상대로 폭리를 취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이같은 사실은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달 20일부터 27일까지 `빅3 백화점` 입점기업 300개 대상 '백화점 불공정 행위 실태 조사' 결과를 통해 9일 낱낱이 드러났다.
 
더구나 이들 빅3 백화점들은 올들어 동반성장을 공표한바 있어 이들 백화점의 겉다르고 속다른 행태가 더욱 비난받고 있다.
 
빅3 백화점의 평균 판매 수수료율은 29.3%. 판매 수수료율이 가장 높은 것으로 밝혀진 롯데백화점은 이미 2008년부터 수수료율이 30%을 넘어섰다.
 
고정 비용이 있기 때문에 월 매출이 4000만원 이상이면 25% 수수료율도 견딜만하지만 그 이하면 오히려 손실이 발생한다.
 
그러나 계약상 `을`의 위치에 있는 中企입점업체들은 백화점들이 해마다 수수료율 인상을 요구해도 제대로된 협상 한번 해보지 못하고 울며 겨자먹기로 수용해야 한다.
 
많은 업체들이 이같은 폭리에도 불구하고 브랜드이미지 때문에 백화점 입점을 포기하지 못한다.
 
◇ 백화점 입점도 1+1 강요..해외브랜드에는 `비굴`
 
그러나 이렇게 국내 업체들에게는 가혹한 백화점들이 해외 브랜드에는 8%의 수수료율을 적용해 이율배반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해외 브랜드 입점을 위해 일방적으로 막 인테리어를 끝낸 국내 브랜드를 비용 보상 없이 내쫓은 경우도 있다.
 
중소기업을 아프게 하는 것은 수수료율 뿐만이 아니다.
 
백화점들은 `갑`의 위치를 내세워 온갖 비용을 입점 업체에게 부담시키고, 부당 행위를 강요하고 잇는 것으로 밝혀졌다.
 
매출이 저조하면 매장 위치 변경을 요청받는데 최고 4000만원이 드는 인테리어비를 부담해야 하는 것은 물론 매장 이동 후 매출감소가 가속화돼 이중고를 겪게 된다.
 
백화점을 확장할 때는 여러 번 임시매장으로의 이전 단계를 거치게 되는데 이때마다 인테리어비를 부담해야 한다.
 
게다가 공사로 인한 매출 감소분 만회를 위해 DM(직접 개인 앞으로 운송하는 광고) 발송 등을 요구하고 이에 따른 비용을 입점 업체에 부담시킨다.
 
또 명동처럼 주요 상권에 입점하기 위해서는 매출이 적은 지방점에 1+1으로 입점하라는 강요까지 받는다.
 
◇ 계약서 없는 `조폭 백화점`.."수수료 낮아지지 않을 것" 눈물
 
백화점도 스스로의 행태에 켕기는 면이 있는지 계약서를 주지 않는 일도 비일비재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관계자는 "전자계약을 체결하면 승인 직후 계약서가 화면에서 소멸돼 입점 업체는 계약서를 보관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동반성장에 대한 의지를 확고히 드러내자 올들어 백화점들도 동반성장안을 줄줄이 내놓고 있지만 이 역시 공표한 대로 이루어질지는 미지수라는 게 업계의 예상이다.
 
대표적으로 롯데백화점의 `슬라이딩 마진 인하제`는 입점업체의 수수료율을 1~5%포인트 낮춰주는 제도이지만 여기에는 "목표 매출을 10% 초과 달성할 때"라는 단서가 붙어있다.
 
그나마도 매출이 낮은 일부 지점에서만 실시해 그야말로 생색내기라는 비판을 받았다.
 
높아지는 비용 부담에 대부분의 업체들은 원가 절감 등의 자구노력을 하고 있지만 30%정도의 업체는 제품 판매 가격을 인상해 비용부담을 소비자에게 전가시키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업계 관계자는 "백화점 세일즈매니저(SM)의 업무 평가 항목 중 `수수료율 인상`이 포함돼 있다"며 "이런 이유 때문에라도 앞으로도 수수료율이 낮아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토마토 유혜진 기자 violetwit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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