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송종호기자]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물가상승세에 서민들의 삶이 고단해지고 있다. 더구나 금융당국이 물가를 잡아보겠다고 금리를 올렸지만 금리가 또 서민들을 잡는 형국이다.
지난 10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3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3.25%로 0.25%포인트 올렸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 들어 5개월째 한국은행의 중기 물가안정 목표(3±1%)를 벗어나 4%대 고공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농산물과 석유류를 제외한 근원물가는 지난달 전년 동월 대비 3.5% 올라 23개월 만에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한은이 물가 부담을 가질만도 하다.
이날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물가상승 압력을 완화하고, 인플레 기대심리를 낮추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 금리인상..허리띠 졸라매는 서민
하지만 금리인상은 김 총재의 예상과 달리 가뜩이나 고물가로 허덕이는 서민들에게 또다른 부담이다.
인천 부평에서 전세를 구해 신혼생활을 시작한 권모(33세·남)씨는 "매달 30만원씩 나가던 대출금이 35만원 선으로 오른 것 같다"며 "작은 금액같지만 1~2만원도 부담이 되는 상황"이라고 푸념했다.
그래도 권 씨의 경우는 사정이 나은 편이다.
안양에 거주하는 30대 남성은 "코픽스 변동금리로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매달 월리금200만원을 상환하고 있다"며 "맞벌이를 하고 있어도 부담된다"고 말했다.
내집 마련을 위해 대출을 받은 30대 여성은 "매달 월급의 20% 이상이 대출 이자로 빠져나간다"며 "급기야 이자로 나갈 비용을 고려해 생활비를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금리 인상으로 대출금 이자 부담도 문제지만 물가가 내려 마음 편하게 장보러 나가고 싶다"며 치솟은 물가를 원망했다.
서울 창동에 거주하는 이모(31세·여)씨도 "한두달 전부터 대출금이 80만원을 넘어서기 시작했다"며 "마트에서 아이 기저귀가 30개에 2만원인데, 인터넷 쇼핑몰에서 160개에 5만원짜리 기저귀를 찾아내 오른 대출금 만큼 생활비를 아낄 수 있어 얼마나 좋았는지 모른다"고 말했다.
◇ 금리가 물가 오름세 부채질..반복되는 악순환
4%대의 물가 고공행진을 막자고 단행한 금리인상이 오히려 물가 오름세를 부채질한다는 지적도 있다.
금리인상으로 월세와 전셋값이 들썩이기 시작한 것이다.
이호연 부동산114 과장은 "대출로 집을 구매한 집주인들이 금리 인상에 따라 늘어난 이자 부담을 월세와 전셋값을 인상해서 해결하려한다"고 말했다.
즉 이자 부담을 세입자들에게 떠넘기는 것이다.
이렇게 오른 전셋값은 결국 가을 이사철 '전세대란'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더구나 하반기에는 공공요금 인상이 예정돼 있어 지금보다 더 심각한 물가상승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지식경제부가 다음달부터 전기요금을 7.2%로 올리는 방안을 검토하면서, 기업들도 제품가격에 전기요금을 반영 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기업의 금리부담은 일반 가계보다 심각하다. 결국 제품가격은 오르고, 물가는 오를 수 밖에 없다.
국회입법조사처 '공공요금 인상에 따른 물가상승 파급 효과 분석'보고서에 따르면 하반기 전기·가스요금을 인상하면 전체 물가는 최대 0.48%까지 상승요인이 발생한다.
정부가 "정책수단을 총동원해서 물가를 잡겠다"고 나서고 있지만 금리가 다시 물가를 자극하고, 물가는 금리를 자극하는 사이클 속에서 서민들은 고달퍼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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