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호석기자] 방송계의 해묵은 현안들이 최근 줄줄이 법정분쟁으로 번지면서 주무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가 민감한 문제에 너무 손을 놓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지난 5월 공정거래위원회는 케이블 업체들이 PP업체가 IPTV에 신규 진입하는 것을 방해했다며 5개 MSO에 대해 97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에 대해 PP업계에서는 SO들의 불공정 관행은 오래된 일이라면서 공정위가 나설 동안 방통위는 뭘했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방통위가 적극적인 역할을 하지 못하는 사이 공정위가 나선 것 아니냐는 것이다.
위성방송과 IPTV의 결합상품인 OTS서비스 논란도 방통위의 손을 떠나 케이블업계와 KT간 법적 공방이 예정되어 있다.
케이블TV협회는 KT가 방송법에 규정된 사업형태를 넘어서는 영업을 하고 있다며 방통위에 분쟁해결을 요청했지만 방통위의 조치가 지지부진하자 결국 검찰에 KT를 고발하기에 이르렀다.
최근 리얼TV와 씨앤엠과의 분쟁도 방통위가 조정 능력을 보여주지 못해 법정 공방으로 번졌다.
리얼TV는 MSO 사업자인 씨앤엠과의 채널 협상에서 방송권역 커버리지가 크게 축소됐다며 방통위에 분쟁조정을 신청했지만 방통위는 적극적인 중재는 커녕 기본적인 사태 해결방향조차도 제시하지 못했고 결국 리얼TV가 법원에 프로그램 공급계약 해지 금지 가처분 소송을 내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최근에 두드러지고 있는 이러한 방송 사업자간 분쟁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고 그동안 계속 앙금이 누적돼 오던 문제였다.
그러나 방통위는 통신 정책에 상대적으로 집중하면서 방송계의 오랜 현안에는 이렇다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또 방송 정책에 있어서도 종편 사업자 선정 등 급부상한 이슈에만 매몰돼 오랜 숙제 해결에는 의지를 보여주지 못했다.
이같은 지적에 대해 방통위는 직접 조사와 규제권한이 충분하지 못해 벌어진 일이라는 입장이다. 공정위 만큼의 조사 권한이 없고 유료방송 사업자간 분쟁에서 방통위가 개입할 법적 여지도 별로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통신요금 인하 과정에서 방통위가 기본료 인하를 이통사에 직접적으로 압박하는 등 적극 개입한 전례가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법적 근거가 없다는 방통위의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아무런 권한이 없는 이통사 요금 조정에는 강력하게 나서면서 유료방송 시장의 공정경쟁 활성화라는 방송계의 숙제를 푸는 일에는 도무지 움직임 자체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방송관련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방통위가 제 역할을 못하고 그 틈을 공정위나 법원이 메우게 되면 결국 방통위는 설자리가 없어지게 되는 것 아니냐며 방통위가 방송계에서 스스로 자기 입지를 좁히고 있다는 걸 알고 있는지나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뉴스토마토 이호석 기자 arisa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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