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경훈기자] 유럽과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돼 관세가 철폐되더라도 유럽산 주요 의류의 가격인하는 기대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30일 정부와 업계 등에 따르면 한-EU FTA가 다음달 1일부터 발효됨에 따라 수입 직물제 의류에 대한 8~13%의 기존 관세는 즉시 철폐된다.
최근 폭발적인 성장세를 이끌고 있는 유럽계 SPA(기획, 생산, 유통을 함께하는 전문소매점) 매장 제품이나 일부 명품들을 이용하는 고객들에게 관세철폐는 더없이 좋은 소식이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FTA 발표에 따른 유럽산 의류의 관세철폐 효과를 당장 누릴 수는 없을 것 같다.
우선 SPA의 대표급으로 불리우는 `자라`와 `H&M`은 당분간 가격을 내릴 계획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ZARA 관계자는 "아직까지 ZARA측의 공식입장은 없다"면서도 "내부적으로 FTA 관련해 유럽에서 직접 생산되는 부분은 현재 체크하는 중이며 가격을 동결할지 내릴지는 결정된 바 없다"고 말했다.
스웨덴 브랜드 'H&M'도 회사가 각국에 출시되는 의류제품에 가격을 균등하게 책정하기 때문에 한국 소비자들이 제품가격 인하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업계는 다음달 1일부터 출하되는 상품부터 관세철폐가 적용되기 때문에 이미 확보한 상품이 모두 판매된 이후에나 관세철폐의 효과가 나타나리라 판단하고 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식품과 와인은 수입되는 시점에서 바로 상품이 진열돼 즉시 인하 효과를 볼 수 있지만 의류는 수입하고 상품이 진열되기까지 몇개월 가량이 소요되기 때문에 당장의 인하 효과는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상품가격은 해당업체 상황에 따라 책정되기 때문에 바로 가격을 인하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결국 해당업체에서 관세가 철폐된 만큼 가격을 더 올리거나 다른 나라와의 형평성을 고집하며 가격을 내리지 않는다면 강제할 방법은 없다는 의미다.
유럽은 물론, 미국과의 FTA 발효도 초읽기에 들어갔지만 백화점에 진열돼 있는 해외 유명브랜드를 단 명품가격은 소비자의 기대와는 달리 오히려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다.
루이비통은 이달들어 국내 제품 판매가격을 평균 4~5% 정도 인상했으며, 샤넬도 지난 4월 제품가격을 평균 25%나 인상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한국의 소비자들이 얌전한 것인지, 해외 유명 브랜드의 자존심이 강한 것인지 헷갈린다"며 "이대로는 한국 소비자들만 영원한 `봉`아니겠느냐"고 안타까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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