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형진·양지윤기자]
삼성전자(005930)가 최신형 에어컨의 주요 결함을 확인하고서도 소비자에게 팔린 제품에 대한 리콜 결정을 내리지 않은 채 할인점이나 양판점 등 주요 판매처에 자사의 수리기사까지 급파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또 할인점과 양판점 관계자들에게 '기존 문제 제품은 반품 처리 했고 문제 없는 새제품만 판매한다'는 식의 홍보를 부탁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14일 국내 전자제품 양판점과 할인점 등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일명 '김연아 에어컨'으로 불리는 최신형 에어컨(스마트 에어컨 시리즈)에 대한 결함과 고장 수리를 위해 삼성전자 소속의 사후관리(AS) 기사를 파견해 해당 문제를 해결한 뒤 출고가 가능하도록 조치했다.
삼성전자가 이들 유통업체들에게 "AS기사 파견 사실을 함구하고 7월 이후 생산 제품만 배송된다"고 고객들에게 알려달라고 요구했다는 의혹도 나온다.
한 대형 할인마트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요구로 7월 이전 생산한 김연아 에어컨은 전부 반품했다고 외부에 답변하고 있지만, 사실은 삼성전자에서 파견된 AS 기사가 (6월 이전) 제품의 고장을 수리한 뒤 문제 없는 것만을 배송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형 전자제품 양판점이나 할인점에 배송되는 물건 자체가 이미 고장을 한번 수리한 이른바 '무늬만 새제품'인 셈이다.
◇ 업계 “에어컨 결함, 내부 검수체계 문제”
업계에서는 "삼성전자 내부의 검수체계 등 생산 공정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한 전문가는 "김연아 에어컨의 결함은 단순 고장이라기 보다는 잘못된 부품 설계와 내부 검수 시스템 붕괴 등 복합적인 문제의 결과"라고 평가했다.
김연아 에어컨은 실외기 기판(PCB) 불량으로 작동 시간 5분도 지나지 않아 전원이 꺼지고 가스주입 밸브 프로그램 오류로 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의 소음이 발생하는 문제가 발생했다.
전문가들은 PCB 불량은 설계 단계 문제고, 가스 소음은 출고시 제품 검수가 제대로 이뤄졌다면 마지막 포장단계 품질 보장에서 대부분 걸러낼 수 있는 물리적인 오작동이라고 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현재 업데이트 프로그램을 개발 중이고 자체 고객 응대서비스인 해피콜을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할 예정이지만 공식적으로는 가스 소음 문제 자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현재까지 김연아 에어컨 시리즈(AF계열 AF-HA152, HR152, HQ152, HS152)는 약 6만3000대 규모로 판매됐고, 삼성전자는 지난 4일 판매한 제품을 대상으로 2달 동안 사전점검 서비스를 실시한다고 밝힌 바 있다.
◇ 삼성 "리콜은 없다"
삼성전자는 이와 관련해 "발생한 문제는 긴급 점검으로 해결할 수 있고, 극히 일부에서 나타나는 오류인만큼 리콜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지난 1995년 이건희 회장이 불량제품 화형식까지 거행할 정도로 제품 1등주의를 실현하기 위해 품질 관리에 만전을 기해왔다.
하지만 실적 위주의 경쟁이 불붙으면서 완성도가 보장되지 않은 채 제품이 출시되는 사례가 심심치 않게 발견되고 있다.
지난해 아이폰4에 맞대응하기 위해 출시한 갤럭시S 등도 오류를 걸러내지 못하고 성급히 내놨다는 비판이 있었다.
또 삼성테크윈이 최근 조선소의 용접이나 도장 과정에서 필요한 압축공기를 만드는 산업용 공기압축기에 대해 자발적으로 리콜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한편, 삼성전자 관계자는 수리된 제품을 새 제품처럼 팔고 있다는 의혹과 관련해 "기사를 내보내 수리된 제품을 고객에게 판매했다는 주장은 사실 무근"이라며 "기사를 내보낸 것은 대형마트 등에 전시된 제품의 수리를 위해서였을 뿐"이라고 밝혔다.
뉴스토마토 양지윤 기자 galile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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