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동현기자] "지자체는 중앙정부 도움없이 사업 추진이 어렵다는 맹점이 있습니다. 지난 2003년부터 재정확보 차원서 추진해온 지식정보타운사업이 여지껏 지지부진한 것에 정부 책임이 없다고 할 수는 없겠죠"
지난 14일 보금자리지구 지정을 놓고 갑론을박하던 시민들 사이서 만난 한 과천시 공무원은 이렇게 말하며 씁쓸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현재 과천시 시민들은 '과천지식정보타운 보금자리 사업' 지정을 놓고 의견이 양분돼 있는데 주민들의 대립은 결국 정부의 탓이라는 우회적인 불만의 표시다.
과천시가 지난달 과천시민들을 대상으로 보금자리 지정여부에 대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보금자리지구 지정을 찬성한다는 답변은 40.3%, 반대가 31.4%로 팽팽하다.
찬성 주민들은 시 전체 면적 중 90%가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인 과천시에 지식정보타운을 포함한 보금자리 주택이 들어오면 토지 소유자들의 재산권 행사가 가능해지고 만성 적자에 시달리는 과천시 발전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반대 주민들은 주로 아파트 거주민들로 집값하락과 전원도시 경관훼손을 염려하는 분위기다.
얼핏 주민들간의 이권 다툼으로 보여지고 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모든 원인은 정부가 제공했음을 알 수 있다.
주민간의 대립이 표면화된 것은 지난 5월 국토해양부가 서울 강동지역과 함께 과천 지식정보타운 지구를 5차 보금자리지구 후보지로 발표하면서부터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과천시는 지난 2003년부터 과천시에 '지식정보타운' 조성을 추진해왔다.
이곳에 e-런닝, 게임, IT기반의 연구개발(R&D) 등 첨단산업 연구단지를 조성키로하고 그린벨트 해제·토지보상 등을 완료해 올해 공사를 착공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극심한 자금난을 겪던 LH가 지난 1월 이 사업에서 손을 떼겠다고 과천시에 통보하면서 상황이 변했다. 과천시는 우선 급한대로 지방채를 발행해 사업을 추진하려 했으나 행정안전부가 LH의 보증없이 승인해줄 수 없다고 버티면서 사업은 중단됐다.
난감한 상황에 빠진 과천시에 달콤한 '유혹'을 던진 것은 국토부다. 국토부는 "타운내 보금자리 지구를 추진하도록 해주면 지식정보타운 사업을 계속 추진하게 해주겠다"고 거절하기 힘든 제안을 한다.
과천시는 앞뒤 가릴 것 없이 덥썩 국토부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국토부는 이를 위해 다른 보금자리 지구보다 과천의 산업용지 비율을 대폭 늘릴 수 있도록 하는 지침까지 개정해 주고, LH가 보금자리 조성사업 일체를 책임지도록 했다. 과천시가 보금자리사업에 적극 뛰어든 계기다.
그간의 과정을 찬찬히 다시 살펴보면 결국 정부(국토부)는 LH의 적자해소를 위해 과천시 지식정보타운 조성사업에서 손을 뗐다가 보금자리가 아쉬워지자 다시 LH를 압박해 지식정보타운사업을 추진하게 한 것이다.
과천시 입장에선 국토부의 변덕에 놀림 당한 셈이다.
과천시의 오판도 없지 않다. 어떻하든 지식정보타운을 조성해야 했던 과천시 입장에선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제안이었지만 주민들의 반발이 이 정도일 줄은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것.
국토부가 그린벨트를 해결하는 방식에도 심각한 문제가 있다.
과천시가 수년간 지식정보타운 사업추진을 위해 그린벨트를 해제해 달라고 요구할 때는 외면하더니 보금자리사업을 위해서는 아무런 고민없이, 단박에, 일사천리로 해제해주겠다고 하는 것이 올바른 일인지 판단하기 어렵다.
국토부에게 그린벨트는 필요에 따라 `엿`바꿔 먹는 땅에 불과했던 것이다.
이럴 바에야 그린벨트에 묶여 수십년 동안 재산권행사조차 못하고 있는 전국의 수많은 사람들의 민원을 해결해줘야 하지 않겠는가. 차라리 일시에 그린벨트를 해제해주자. 정권말에 민심도 크게 얻지 않겠는가.
결자해지(結者解之)라고 했다. 주민들이 들고 일어나니 국토부가 뒷짐지고 있지 않은지 생각해볼 일이다. 국토부가 적극 나서서 과천 보금자리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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