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성수기자] 직장인 송모씨(33세)는 지난주 휴가동안 국내여행을 떠나기 앞서 자동차보다 기차를 택했다. 송씨는 "이젠 어디를 가도 리터당 2000원을 훌쩍 넘어선 기름값 부담 때문에 자동차로 이동하기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기름값 인하 종료 후 가격인상을 둘러싸고 정부와 정유사, 주유소간 갈등이 격화되며 결국 소비자의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물가 안정을 위해 정유사가 솔선수범해 가격 조정에 나서야 한다는 입장이고 정유사들은 가격만큼은 시장흐름에 맡기자고 주장한다.
주유소 역시 정부와 정유소 갈등으로 자신들도 피해를 보고 있다고 항변한다. 결국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들에게 돌아오고 있다.
◇ 정부 "정유사 가격인상 근거없다" 발끈
지난 15일 임종룡 기획재정부 1차관은 정부 물가안정대책회의에서 "복잡하고 불투명한 가격결정구조를 바탕으로 스스로 약속한 기름값을 인하하지 않은 것은 정유사·주유소 스스로 소비자들의 신뢰를 크게 훼손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임 차관은 "국제유가, 환율, 정유사·주유소 마진 등을 감안해 기름값 할인 전과 비교할 때 정유사가 현 시점에서 기름 값을 올릴 근거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현재 시점에서 기름값을 올릴 이유가 있는지 극히 의심스럽다"며 "할인 전과 후를 비교할 때 정유사의 마진은 평균 78원 감소했으나 주유소의 마진폭은 22원이 늘어나 실제 가격인하 효과는 56원에 그친 만큼 전혀 설득력이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 정유사-주유소, '책임 떠넘기기' 공방
정유사들은 주유소와 정유사의 마진을 함께 묶어 가격을 논하는 것은 잘못됐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한 정유사 관계자는 "정유사는 소매 가격에 관여하지 않고 주유소에 공급하는 가격만 결정하기 때문에 소비자 가격의 문제점을 논할 때에는 주유소와 정유사를 분리해서 생각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유시장에서 가격이 결정되는데 매주 공급가격을 공개하는 정유사들이 어떻게 과도한 이익을 남길 수 있겠느냐"며 "싱가포르 국제 가격에 맞춰 주유소 공급가격이
결정되고 매주 공급가가 공개되는 상황에서 과도한 이익을 챙긴다고 비판하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주유소들은 정유사에서 내렸다는 공급가격과 일선 주유소의 구입가격이 다르다며 맞서고 있다.
한국주유소협회는 "오피넷에 공개된 공급가격과 실제 매입가격이 차이가 있다"고 주장했다. 협회에 따르면 6월 마지막주 오피넷에 공개된 휘발유 공급가와 자영 주유소가 매입한 가격은 정유사별로 많게는 ℓ당 70원 넘게 차이가 난다는 것이다.
SK에너지는 오피넷에 나온 공급가가 1776원이었지만 자영 주유소 매입가격은 1849원으로 73원 차이가 났고, GS칼텍스 오피넷 가격은 1754원인데 실제 주유소 매입가는
1771원으로 17원의 격차가 있다.
협회 관계자는 "정유사에서 밝히는 주유소 공급가격은 주유소뿐만 아니라 대리점과 판매소에 공급하는 가격이 포함된 것"이라며 "실제 주유소가 공급받는 가격으로 산정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 남탓 공방속 기름값은 열흘째 상승
서울지역 휘발유값이 열흘 넘게 상승중이다. 18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사이트 오피넷에 따르면 지난 17일 기준 서울지역의 보통휘발유 평균 가격은 2021.47원을 기록했다.
특히 전국 주유소 평균 휘발유값은 1937.18원으로 전날보다 0.91원 올랐다. 자동차용 경유도 10일 연속 올라 리터당 0.49원 상승한 1754.80원을 나타냈다.
가뜩이나 물가고에 시달리는 소비자입장에서는 계속되는 기름값 상승이 크나큰 부담으로 작용되고 있다.
실제 주유소에서 만난 한 소비자는 "한 푼이라도 기름값을 절약하기 위해 인근 주유소를 돌아보고 있다"며 "서민입장에서는 물가 뿐만 아니라 기름값 부담도 가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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