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지훈기자] 애플이 부품의 원재료 가격 등 납품원가를 세세하게 간섭하며 협력업체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5일 복수의 애플 협력업체 관계자는 애플이 협력업체에 대해 마진을 일괄적으로 고정하는 등 압박한 것이 사실이라고 확인했다.
한 관계자는 "애플은 2차, 3차 협력업체까지 시어머니처럼 간섭해 속사정을 훤히 꿰뚫어 마진을 크게 남기기 힘들다"며 "워낙 폐쇄적인 기업이라 우리도 어떻게 가격책정을 하는지 알기 힘들다"고 밝혔다.
삼성과 LG 계열사 등 아이폰에 부품을 제공하는 애플의 협력업체로 알려진 국내 대기업은 이에 대해 말을 극도로 아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애플이 보안상의 이유로, 협력업체에서 애플에 대한 발언을 일절 금지하고, 이것을 계약으로 명시한다"고 설명했다.
실제 이들 업체들은 애플에 대한 납품여부는 물론, 제품의 가격과 이에 따른 매출, 이익을 전혀 공개하지 못하고 있다.
애플과 협력업체 간 관계는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이 지난달 30일 "애플은 협력사에 먼저 납품가를 올려주더라"고 말하면서 관심이 쏠리기 시작했다.
최 장관은 당시 전국경제인엽합회가 주최한 제주 하계 포럼 강연회에서 이같이 말하며 애플을 동반성장의 모델로 제시했다.
애플은 최 장관의 발언 이전부터 특유의 신비주의로 협력업체에 엄격하기로 업계에 정평이 나는 등 부담스러운 존재로 알려져왔다.
업계에서는 전세계 IT업계가 불황에 빠진 가운데서도 협력업체에 일방적인 태도를 고수하며 '나홀로' 성장가도를 달리는 애플이 과연 동반성장의 모델이 될 수 있는지 회의적인 반응이다.
애플의 협력업체로 알려진 국내·외 IT기업들의 2분기 실적이 일제히 부진에 빠진 가운데 같은 기간 애플의 순이익은 73억1000만달러로 전년동기대비 128% 상승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협력업체측은 "그래도 애플이 최대 고객사"며 "불황 속에서도 버틸 수 있는 건 애플에 납품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측은 "해외기업 중에 예전에 마이크로소프트나 퀄컴이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지위를 남용해 처벌한 경우가 있지만 애플은 동일한 사례로 볼 수 없다"며 "위법한 사항을 정확히 파악한다면 조사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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