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양지윤기자] 최근 D램 가격이 바닥을 모르고 떨어지고 있는 가운데 세계 최대 PC업체인 휴펫팩커드(HP)가 PC 사업 포기를 선언하면서 하반기
하이닉스(000660)의 실적 전망이 갈수록 어두워지고 있다.
2위인 델의 연간 매출 전망 가이던스가 5~9% 성장에서 1~5% 성장으로 반토막 난 것을 비롯해 미국발 경제 위기로 스마트폰 수요마저 위축이 예상되는 등 하이닉스에 악재가 겹겹이 파고들고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하이닉스가 처한 상황을 '위기'이자 '기회'로 파악하고 있다.
22일 디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지난 19일 기준 D램 현물가격은 DDR3 2기가바이트가 0.97달러로 일주일만에 5.8% , 같은 기간 1기가바이트는 0.69달러로 2.8% 하락했다.
업계에서는 D램 DDR3 1G의 원가를 1~1.2달러 수준으로 보고 있는데, 원가보다 낮은 가격대에서 거래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스마트폰에 밀린 PC 수요의 둔화가 주된 이유다.
PC 업계 1위인 HP의 PC 사업 포기는 하반기 하이닉스의 실적을 더욱 움츠러들게 할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하이닉스의 D램 매출에서 HP가 차지하는 비중이 10% 내외인 것으로 업계에서는 추산하고 있다. HP의 PC 사업이 해체돼 공급처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더라도, 일정하게 소화하던 수요량의 변화는 불가피한 상황이다.
후발 경쟁업체들의 진입으로 시장의 파이가 쪼개진다는 점도 반갑지 않은 소식이다.
그동안 업계 1위인
삼성전자(005930)와 2위인 하이닉스는 모바일과 서버 관리 분야에 D램을 공급하며 시장을 양분해 왔다. 하지만 엘피다와 마이크론 등 후발 업체들이 진입하면서 시장은 좁아지고 있고, 가격도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현재 20나노급 D램을 양산해 그나마 형편이 낫다. 공정전환으로 원가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어서다. 하지만 하이닉스는 하반기 중으로 20나노급 개발을 완료해 양산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경기침체에 따른 PC와 휴대전화 업체들의 보수적 움직임도 하반기 실적을 어둡게 하는 요인이다.
이 때문에 공급 조절론이 대두되고 있다. 최도연 LIG 연구원은 “하반기의 복병은 경기침체”라며 "인위적인 가동률 하향에 의한 감산은 아니더라도 경쟁업체들의 자연적인 감산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승우 신영증권 연구원은 “IT산업 그림 전체가 좋지 않기 때문에 낮은 수요에 맞게 공급도 조절해야 한다”며 “D램 가격이 떨어진다고 해서 수요가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고 공급 조절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다만 호재도 있다. 후발 업체들이 감산을 할 경우 삼성과 하이닉스는 공급을 줄일 필요가 없기 때문에 반사이익을 누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대만의 일부 업체들이 공식 발표는 없으나 이미 감산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며 "D램 가격이 바로 반전하지는 않으나 속도는 완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현 동양종금증권 연구원도 "불황을 통해 하이닉스의 시장지위가 더욱 강화될 전망"이라며 "업황 부진으로 후발업체들의 공정 전환이 지연될 수 있어 기술격차가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뉴스토마토 양지윤 기자 galile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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