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현진기자] 주택을 매수하는 과정에서 사기를 당한 경우 매도인이 진정한 소유자인지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중개업자는 물론 매매계약과정에서 등기업무를 대행한 법무사도 책임이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제1부(주심 김능환 대법관)는 주택 매매과정에서 사기를 당한 장모씨 부부가 매매를 중개했던 공인중개사와 법무사 한모씨 등 5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의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7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위조된 주민등록증 앞면에 찍힌 구청장의 직인이 본래의 직인과 상이한 점 등의 사정을 감안하면 법무사인 피고 한씨의 사무원으로 매매계약에 관여한 채모씨로서는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다면 주민등록증이 위조되었다는 사실을 충분히 알아낼 수 있었을 것임에도 사칭소유자가 제시한 주민등록증이 위조된 것임을 확인하지 못한 데 대하여 과실이 있다"며 "같은 취지로 판단한 원심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이어 "원고들 역시 아파트의 매매가격이 다소 낮다는 이유에서 적극적으로 매매계약을 체결하려고 함으로써 사칭소유자가 아파트의 소유자와 동일인인지를 의심해 볼만 한 사정이 있었음에도 이를 스스로 확인해보거나 피고들에게 이에 관해 철저히 확인해 줄 것을 요청하지 않은 채 서둘러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계약금 및 중도금을 지급한 과실이 있다"며 "피고들의 책임을 50%로 제한한 원심은 정당하다"고 밝혔다.
장씨 부부는 2007년 9월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집을 사기 위해 매물을 찾던 중 시세보다 싼 아파트가 급매물로 나오자 김씨 등을 통해 매입하기로 결정하고 집주인을 만났다. 계약 장소에서 집주인을 만난 장씨부부는 집주인이라는 사람이 주민등록증상 나이보다 노안이었고, 부동산 매매 계약을 김포공항에서 하자는 등 수상한 점이 많았지만 매매과정에 참여한 중개인과 법무사 직원을 믿고 매도인에게 중도금 2억원을 건냈다.
집 주인은 그러나 잔금 지급일에 나타나지 않았고, 이후 장씨가 확인한 결과, 실제 아파트 소유자는 따로 있는데 누군가가 주민등록증을 위조해 집주인을 사칭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장씨 부부는 중개인과 법무사가 책임을 다하지 않는 바람에 사기를 당했다며 이들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1, 2심 재판부는 공인중개사와 법무사 등 피고들의 책임을 인정하면서도 진정한 집주인이 맞는지 제대로 확인 안한 원고들에게도 책임이 있다며 "피고들은 연대해 손해액의 50%인 1억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이에 원고들과 중개사 등은 판결에 승복했으나 법무사 한씨와 사무직원 채씨 등은 책임이 없다며 상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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