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원정기자] 방송통신심의위원회(위원장 박만)가 추진 중인 조직 개편 방향이 언론계내 반발을 크게 사고 있다.
통신 심의 대상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으로 넓히고, 종합편성채널 심의를 일반 유료방송 심의에서 분리해내 별도 검토하겠다는 것이 결국 재보선ㆍ총선ㆍ대선 등 중요선거를 앞두고 정부ㆍ여당에 유리한 국면을 조성하려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방통심의위는 이 두 개 안을 포함, 심의담당부서를 세분화하고 사무처 운영부서를 재배치하는 것을 뼈대로 한 ‘사무처 직제개편안’을 20일 전체회의에 상정한 뒤 의결했다.
개편안은 입안예고 기간(10월26일 ~ 11월15일)에 외부 의견 수렴을 거친 뒤 12월 중 다시 한번 전체회의에 상정, 최종 의결되면 다음해부터 적용된다.
방통심의위 안팎에서는 여권 목소리가 과반을 점하는 위원회 의결구조상 현 개편안의 내용이 크게 달라지진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는 무엇보다 SNS와 앱 심의가 ‘검열’로 작용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방통심의위는 기존 통신심의국 안에서 SNS와 앱 심의를 담당하던 인력을 신설되는 ‘뉴미디어정보심의팀’으로 돌려서 업무를 맡기는 것이라고 설명하지만, 전담부서를 만든다는 발상 자체가 통신심의를 본격화 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는 지적이다.
통신심의의 경우 최병성 목사가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다며 방통심의위를 상대로 행정처분취소 소송을 제기하는 등 여전히 논란을 안고 있는 사안이기도 하다.
이른바 ‘사회적 합의’가 선행되지 않은 상황에서 검찰과 선관위가 SNS 상의 선거운동을 대대적으로 단속하겠다고 밝힌 뒤 방통심의위 조직개편안이 발표된 것도 의혹을 키웠다.
방통심의위는 엄연한 민간기구인 데도 여권 입장에 조응한 모양새로 비쳤기 때문이다.
방통심의위는 검경 입장과 무관함을 강조하고 있지만, 과거 MBC <PD수첩> 광우병 보도 심의로 대표되는 ‘정치 심의’ 시비에서 자유롭지 않았던 이력과 맞물려 논란은 폭발성을 더해가고 있다.
이미 시민사회단체가 우려를 표명한 데 이어 민주당ㆍ민주노동당 등 정치관도 비판 행렬에 가세하고 있다.
전병헌 민주당 의원은 20일 개인성명에서 “방통심의위가 지난 2010년 10월 자체 조사한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오픈마켓 내 유해정보 유통실태 조사결과’를 보면 18만 개 안드로이드마켓 콘텐츠 가운데 음란ㆍ선정적 애플리케이션 유통 현황은 572건, 전체 0.3%에 불과하고, 최근 3년 동안 트위터 등 SNS 서비스 중 음란정보로 접속차단 된 경우는 11건에 그쳤다”며 “방통심의위의 이번 결정은 정치적 목적을 명백하게 보여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종편 심의 역시 또 다른 논란이 예상된다.
방통심의위는 유료방송심의팀을 1팀과 2팀으로 나누어 1팀은 개국을 앞두고 있는 종합편성채널과 보도전문채널 심의를 맡기고, 2팀은 일반 등록채널 심의를 담당토록 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러면서 “매체별, 채널별 특성에 부합하는 심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직 개편안의 세부내용까지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박만 위원장은 이미 취임 기자간담회 등에서 “종편은 방송 심의 기준을 차등 적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해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는 쪽에서는 지상파방송과 동등한 전국커버리지를 갖고 있는 종편을 별도 잣대로 재단하는 일 자체가 또 하나의 특혜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방통심의위는 위원장 취임에 맞춰 의례적으로 조직을 개편해왔고, 이번에는 시기가 다소 늦어졌을 뿐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악화된 여론을 의식한 듯 조직 개편 계획을 발표하면서 별도해명을 덧붙인 뒤 “방통심의위는 표현의 자유와 선거관련정보를 심의할 법적 근거도 없고 의사도 없으며 팀 신설은 보다 체계적으로 업무를 추진하기 위한 직제 개편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방통심의위 관계자는 "심의 자체가 보수성을 띨 수밖에 없다"며 "정치 심의 논란은 오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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